• [칼린풍자쇼] 내 신념이 날 구원하였다2019.12.08 PM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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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념이 날 구원하였다

 

 

띵똥. 알립니다. 이번 쇼에서 다루어질 내용은 믿음이 가득한 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니 시청에 주의 바랍니다. , 환불은 안 돼요. ..어쩌라고! ..바로 시작합니다.

 

다른 지역 분들이라도 부산 남포동은 아시죠? 남포동! 포동포동한 이름만큼이나 번화한 거리야. 앞에는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있고, 옆에는 자갈치시장이 있고, 뒤로는 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이 있는 천해의 구도심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더라고. 크흑. 이건 씁쓸한데. ...그 분의 생일날 콘돔 쓰는 인간들이여! 모두 임신할지어다! ...? 저주라니! 이게 왜 저주야! 사랑의 응집체를 가지라고 격려한 거지! 안 그래도 저출산으로 고민이 많은 나라인데! 아무튼.

 

인파들 사이로 매우 고독한 분이 보였어. 누가 들어주는 이 없으나 묵묵히 자기 성대를 힘껏 열고 외치는 분! 누굴까요? ...예수 믿고 천국가세요? ...비슷하긴 한데 살짝 느낌이 달라. 그런 거 있잖아. 딱 봐도 목사님 포스가 나오는 분. 장로, 권사, 평신자가 아닌. 한 손엔 성경책, 한손엔 가죽서류가방. 말쑥한 코트에 태양 한번 본 것 같지 않은 하얀 피부!

 

길거리 전도는 싫어하지만, 목사님이 친히 이렇게 나서는 모습은 왠지 응원하고 싶단 말야. 남에게 떠넘기지 않고 본인 스스로 모범이 되니 얼마나 좋아. ...여하튼. 중요한 건 신분이 아니지. 그 분이 하는 말씀은 무엇이었을까요? 12초 지나가다 들은 말이지만 내 전두엽에 팍 꼽힌, 그 말은?

 

여러분도 예수님의 피로 정화 받으십시오. 예수님을 믿고 죄를 씻어내십시오. ...너무 많이 들어본 말이라 감흥이 안 와? ..그래. 너무 많이 들었지. 교회에서,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인터넷에서! 그런데 어젠 달랐어. 무심코 흘려들었던 그 발언에, 이의 있소!

 

갑자기 반발심이 생기는 거야. 아니, 전지전능하신 분이 왜 이렇게 차별을 하지? 믿으나, 안 믿으나 다 구원해 주시면 안 되나? 그런 것도 못 해서 어떻게 우주절대신 간판을 달 수 있는 거야? 혹시...능력부족? 크흠.

 

마치 누가 더 가난한지 가리고 가려서, 정부미 나눠주는 주민센터 보는 것 같았어. 다 주기엔 돈이 부족합니다. 비효율적입니다. 이 논리! 이걸 유식한 말로 선별적 복지라 했던가? 맞지? , 사람 일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 신이 이러면 안 되잖아! 신청하는 것도 모자라서 굳세게 믿어야 천국행 티켓을 탈 수 있습니다? 이런 반백성적 정책이 어디 있어!

 

..! 이제야 알았습니다. 왜 복지에 인색한 분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가까운지! 전광훈이 예수님 콧털 뽑는 소리해도 넘어가는지! ..사랑의 종교? 천만에! 믿음의, 믿음에 의한, 믿음을 위한 차별! 늘 부족한 그분들과 가장 어울리는 종교였습니다! 지쟈스 슈퍼스타 올스타!

 

...논리적 비약이 너무하다고요? 크흠.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인정합니다. 그럼...사람 속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데, 여러 사람을 뭉쳐서 판단한다니 안 될 말이지. 교회 다니면 다 빨간당 태극기 흔드나? 전혀! ..그럼에도 내 돌려까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닌다는 게 문제야. 미국도 자유 부르짖는 분들이 마지막에 택하는 마법의 단어는 지쟈스, 우리나라도 하나님! ...이건 대체 뭐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예수님의 원래 뜻은 차별이 아닌데... 이를테면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널 구원할 수 있는 건 너 자신이다! 이런 뜻으로 말씀한 것일 수도 있지. 워호. 성경에 살짝 이런 느낌 풍기는 문구가 있어. 오늘의 말씀. 마가복음 1052절 말씀입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여기서 믿음을 다른 말로 바꾸기만 하면 돼. 의지, 생각, 사랑, 자각, 양심, 열정, 붕가... 우린 2천 년간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하나님, 예수님을 대변한다는 사람들에 속아서. 하나님 본인 뜻대로 다 하려면 왜 인간 뇌세포를 만드셨겠어. 머리만 커져서 나같이 이상한 상상할 녀석 생길게 뻔한데.

 

네 의지대로 살렴. 걸어가든, 주저앉든, 뛰어가든 알아서 하렴. 난 뒤에서 지켜만 볼게. 이게 지쟈스의 솔직한 심정 아닐까? 자길 믿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서 사랑하는 사람! ..우린 죄인이고, 부족합니다. 그 분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 내 존재 자체가 신의 증명이야! 내가 없는데 신이 무슨 소용이야! 내가 중요하지!

 

..어디서 사이비 교주 같다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아잇, 그래서 처음 경고해드렸습니다. 믿음으로 사시는 분들껜 불쾌할 수 있다고. 미안해요. 뭐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우리 모두 힘내자고.....이건 뭔 개소리야! ..크흠. 죄송합니다. 횡설수설하네요.

 

난 아테나님을 흠모하지만 이거 사딸라, 저거 사딸라 비는 건 때려치웠어. 안 들어 주실 게 뻔하거든. 기도할 시간에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 더 보는 게 남는 일이지. 그래도 간혹 그 분께 빌어야 할 때가 있어. 정말 내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일. 신의 가호가 내려야만 할 때!

 

언제? 로또 찍을 때! 이건 천원 지르는 것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잖아. 남은 건 오직 6개의 숫자만을 기다릴 뿐. 잠깐....알았어! 그 많은 신들 중에 우리가 기도를 드려야 하는 분은 누구신가! 로또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대표신 한분씩 기도하며 찍는 거야. 하나님, 부처님, 예수님, 알라, 아테나님, 오딘, 비슈느, 하눌님, 시아파, 수니파, 다 생각하라지. 이 중에서 가장 높은 금액 당첨된 분이야 말로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존재! 당장 우리 모두 실험해 보자. 누가 누가, 아니 어느 신님이 더 돈의 세례를 내려주는지.

 

그리고 토요일, 무신론자가 1등을 독차지 하는데....본격 호러 신화.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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