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대장부2019.12.09 PM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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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

 

 

코호호. 어제 누가 내 신념이 나를 구원하였다! 자만심 넘치는 소릴 해대던데, 정말 겸손의 겸도 찾아볼 수가 없어. 후우...신이시여. 그 인간을 구원하소서! ...찰싹!

 

인간자립을 주장하던 놈이 왜 이렇게 변했냐고? 그럴 일이 있습니다.. 가족조차 몰라. 내가 백수 신분에서 벗어나기 0.4초 전까지 도달했던 사실을. 1년을 갈아서 투여한 원대한 프로젝트를! 오늘 그 성패가 나왔는데, 크흑. 그렇습니다. 제 표정만 봐도 짐작가시죠? 또 다시 바다 속 파인애플로 부르륵!

 

어젠 정말 살기 위해 부풀어 오른 복어 상태였어. 정반대의 기재를 통해 불안을 감추는. 아항. 불안해 죽겠어요. 아테나님 제발 어떻게 해 주세요! 마음속으론 이렇게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얼굴은 무신경을 유지했지. 내가 할 수 있다. 내가 이기리라! 콤플렉스!

 

생각해 보니 기도를 올린 대상이 잘못된 것 같아. 이왕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에게 빌었어야 했는데! ? 내가 합격하면 누군가는 나와 같은 슬픔을 맞봐야 하잖아. 나의 합격과, 안위와, 꿈을 위해서 남의 불행을 바란다면...옳은 일일까? 옳진 않은데 왜 이렇게 이번만큼은 빌고 싶었지? 남이 더 큰 절망을 느껴도 좋으니 이젠 제 차례 아닙니까! ...찰싹!

 

아무튼. 이 심장박동 느리게 하는 슬픔에 자신을 반성했어. 세상 뜻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전 너무 볼품없고 나약해요. ...그래서 회개해서 자비로운 하나님 품으로 어린양 마냥 들어갈 거냐? ..아니! 나 아직 안 죽었다! 마침 요기요 치킨 할인 이벤트도 하네! 치느님 한 마리 뚝딱하고 이 꿉꿉함을 이겨내겠어!

 

...어느 샌가 최선을 다하는데 주저하게 됐어. 자신이 대견할 만큼 노력했는데도 떨어지면 그 아픔은 상상을 초월하니까. 여기 사회물 좀 먹은 분들은 다 겪어보셨죠? 그러니 처음부터 100%를 넣지 않아. 너무 아파서. 쭈뼛 선채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게 편해져 버렸어... 이 나약한 자식!

 

SKY가 아니라서, 집이 흑수저라서, 주입식 교육 피해자라서, 빽이 없어서! 이런 저런 변명거리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가슴 한쪽을 내리치는 죄책감을 덜어낼 순 없거든. 난 대체 뭐했는가? 노오력이 부족했는가?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가....점점 작아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구석에서 찌부돼 봤자 나만 손해더라. 내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 언제까지 신입사원 마냥 어리숙하게 포장하고 싶지 않아. 자체 디버프를 해제해야 할 때입니다! 내가 세상 제일 잘났다 뻔뻔함을 지닐 때!

 

포부! 상처에도 굴하지 않는 절대 기준! ..이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강의가 있죠. 바로 도올 선생님이 강의하신 격몽요결! ..5천원 지폐에 그려진 이율곡 선생이 아이들을 위해 지은 자기개발서지. 워워. 자기개발서라고 요즘 나오는 책과 똑같이 보지 마. 뭔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자기개발서 12권 이상 잃은 제가 보장하죠.

 

자신을 낮추면 안 된다! 타협해선 안 된다! 자고로 대장부가 뜻을 품음에 그 목표는 성인, 지상 최강의 남자를 목표로 해야 한다! 크흑...이 말을 듣고 부끄러워 손가락이 오그라들 정도였어. 난 너무 타협을 잘 했거든. 평범하니까, 백수니까, 돈 없으니까, 모쏠이니까. 이런 구질구질한 이유를 대며 포기해버렸죠.

 

이젠 뻔뻔해도 좋으니 기준을 높여야 할 때야. 내가 도덕이다! 내가 바로 정의다! 이런 호쾌함! 이 상태가 되면 그토록 바라던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대. 돈이 생겨도 별장가지 않는 사람, 가난하더라도 꿀리지 않는 인생. 경찰 지팡이가 머리를 내려쳐도 프리홍콩 외칠 수 있는 저항정신!

 

불알 두 쪽, 가슴 계곡 사이가 갈라지는 충격이었습니다. 이율곡 센세의 격몽요결을 왜 이때까지 몰랐을까? 이렇게 좋은 말이 있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이 센세. 이토록 당당한 분이 왜 중국에는 그렇게 빌붙으려 하셨나요? 사대외교다 뭐다 아직도 까이지 않으십니까? 크흠. 그래, 아무리 이율곡 선생님이라도 간혹 헷가닥 하실 수 있지. 목사님 말처럼 찰떡같이 알아듣겠습니다. 호우!

 

아무튼. 산 정상 끄트머리에서 떨어지니 어떤 기분이냐? ..끄아악! 아파! 그러나 이전처럼 꿀리진 않아.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나서 가슴 서먹한 슬픔에, 자책에 사로잡혔던 과거의 나. 이젠 아냐. 내 생각 그대로 말했어. 깊이가 떨어질지 몰라도 솔직히 말했다고. 기대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노력도 했고. 이럼 된 거지 뭐.

 

근데 그거 알아? 엄청 높이 올라간 만큼 후유증은 금방 가시네? 아픔도 잃어버릴 만큼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그런가 봐. 차라리 어중간하게 노력해서 며칠 끙끙 앓는 것보다야 훨씬 쾌적해. 히힛! ....? 아까부터 그럴수록 더 불쌍해 보인다고? ! 전 정말 괜찮습니다! 여친 없이 연말 보내야 할 너님도 나랑 다를 바가 없다고요! .....

 

무슨 말 하다 여기로 빠졌지. ..., 그래. 맞아...인정해. 난 부처님처럼 무쇠 뿔마냥 혼자 나아갈 경지엔 아직 이르지 못 했어. 여러분이나 아테나님께 이러쿵저러쿵 하소연 해야 헤벌레 살아갈 수 있는 걸. 그러나 이런 어리광은 점점 줄이고 싶어. 언젠가 나도 예수, 부처, 성인이 될 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쇼를 보러 오신 한분 한분, 고맙습니다. 부족하지만...찰싹! 아니! 여러분께 최고의 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하겠습니다. ! 정신 빼어먹는 일은 다 지나갔어요. 내일부터 다시 힘차게 세상을 까겠습니다!

 

다 못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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