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장비쇼] 소니 카메라 세로그립 반품기

소니 카메라 세로그립 반품기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시간 순서대로 서술할까! ...11월 19일 지스타가 끝나고 나서 난 세로그립을 사기로 마음먹었어. 지스타 행사 나흘간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오른 손바닥에 통증이 생겼거든. 카메라 모서리가 손바닥 가운데를 강타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로그립!

그렇다면 세로그립을 어디서 살 것이냐? 난 가난하기에 우선은 중고장터를 살펴봤어. 소니 4세대 세로그립 VG-C4EM, 중고가 20만 원 선이더군. 실제로 중고 거래 성사 직전까지 갔어. 그러나 포기했지. 왜냐! ...판매자가 강변 테크노마트 업자였기 때문이야. (...) 난 강변은 무조건 걸러. 예전에 테팔이에게 된통 당한 전적이 있걸랑. 후우...

결국 중고장터는 포기하고, 쿠팡에서 신품을 구매할 찰나였어. 그때 난 발견하고 만 것이다. 쿠팡이 보증하는 중고! 반품 최상품! 재고 단 1개! 27만 9천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제 버튼을 눌렀어. 그렇게 12월 1일 주문하고 바로 다음날 로켓배송으로 세로그립을 택배로 받았어.

이래봬도 장비가를 자처하는 몸. 나름 제품 상태를 꼼꼼히 살폈어. 표면에 상처는 없는지, 버튼은 모두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배터리 슬롯은 멀쩡한지, 구성품 누락은 없는지, 모두 괜찮았어.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세로그립을 사용하면 될 터인데...

허나 내가 근 3주일간 카메라를 들지 못 했어. ...손가락을 다쳤거든. 가운데 손가락 끝단을 끌로 밀어버렸어. (...) 내가 다쳐가며 끌을 끊임없이 밀어댄 이유, 세로그립에 부착할 플레이트를 개조하다 불상사가 터졌어.

도브테일마저 밀어버리고, 오직 파지감 상승에 집중한 플레이트! 박수 주세요. 흑흑. (...)

아무튼. 12월 25일 성탄절 즈음하여 손가락이 아물고, 본격적으로 세로그립을 들어 보고, 그러는 가운데 12월 27일 알리에서 주문한 세로그립 보호스킨까지 도착했어. 스킨 다 붙이는데 20분 정도 걸리더군. 스킨을 붙이고 나서 버튼을 하나하나 꼼꼼히 눌러봤어. 스킨 스티커 끈끈이가 혹 버튼 마찰면을 방해할까봐 말야.

그렇게 버튼을 검사하는 가운데 난 발견하고 말았다! 초점 위치 버튼 중 하나가 인식이 됐다 말았다 그래.

살살 누르면 작동하고, 무심의 누르면 작동을 안 하고, 이게 대체 무슨 징조람! 내가 왜 이걸 초기에 발견하지 못 했을까! 제품 구매 후 스무날이 넘게 흘러서야 알아챘을까! ...상실과 걱정 때문에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 오직 12월 28일 아침이 밝기만을 기다렸어. 부산 소니 서비스센터가 개장하는 오전 9시를 고대하면서.

선잠으로 지새운 12월 28일 오늘 아침. 오전 9시가 되자마자 부산 소니센터로 전화를 걸었어. 기사님께 증상을 설명하고 대처법을 여쭈었지. ..기사님 왈, 센터 방문해 주세요. 세로그립 수리는 약 2주 소요됩니다. ...예? 2주요? 기사님? 2주라고요? 예! (...)

난 소니 카메라 액세서리류, 그러니까 세로그립이나 마이크는 보증기간 내 불량이 발생할 시 1:1 새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었다! 마이크는 1:1 새제품 교환일지 몰라도, 세로그립은 수리야!

무상보증 기간 내이기 때문에 공짜로 수리를 할 수 있다만, 2주나 기다려야 하는 점이 내 맘을 아프게 했어. 그때 기사님께서 광명과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구매한지 30일 안 지났네요? 그럼 판매처에 교환이나 반품을 요구하십시오. ‘초도불량 증명서’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초도불량 증명서? 바로 이것이다!

소니 서비스센터가 인증한 불량! 초도불량! 제품을 교환하거나 반품할 때 엄청나게 유리하지 않을까! 한편 상품 불량의 경우, 구매 후 30일까지는 반품이 가능하대! 난 이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어! 쿠팡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반품 가능 기간을 명시해 두었더군.

증명서를 획득한 나는 무서울 것이 없었어. 이내 쿠팡에 당당하게 ‘교환’을 요구했지. 그런데 쿠팡에서 교환을 해 줄 수 없대. 왜냐! ...내가 구매한 제품이 ‘반품 최상’이기 때문이래. ‘반품 최상’은 오직 ‘반품 최상’으로만 교환이 가능하대. ‘반품 최상’ 재고가 없기 때문에 교환 불가!

이럴 수가... 난 쿠팡에서 ‘반품 미개봉’, ‘반품 최상’품은 개꿀을 외치며 구매했거든? 신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대신, 상태는 신품에 준했으니까. 그런데 교환과정까지 들어가면 일이 복잡해지는구나. ...그래도 괜찮아! 교환이 아닌 반품 환불을 요구하면 되니까! 쿠팡 서비스센터에서 밝히길, 제품 불량의 경우 100% 온전히 환불을 해 준대. 제품에 사용감이 생겼더라도 말야.

이러한 과정 끝에 나는 세로그립을 반품했어. ...그리고 새로 주문했어! 이번에는 진짜 신품으로!

역시 쿠팡에서 구매했지. 쿠팡 덕에 그나마 출혈 덜 흘리면서 인생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니까. 고마워서라도 쿠팡에서 사 줘야지. 아무렴. ...그나저나 제품 불량으로 속앓이 할 때마다 점점 중고품을 살 용기가 나지 않아. 난 이제 중고거래를 하더라도 보증기간 내 장비만 거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상. 주저리 세로그립 반품기였어. ...오늘 이야기 정수만 요약하자면, 첫째, 소니 세로그립은 보증 기간 내 ‘수리’다! 수리 기간은 2주다! ...둘째, 제품 불량의 경우 구매 후 30일까지 반품이 가능하다. ...셋째, 소니 서비스센터에서 초도불량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환불을 받는데 든든한 증거가 될 것이다. ...넷째, 쿠팡 좋네요! 24시간 채팅 상담에, 속 시원한 일처리에! 근데 이러다 정작 환불 불가 판정 때리면 어쩌지.. 그럼 쿠팡을 죽을 때까지 원망하겠소!

부디 무탈하게 반품이 완료되길 기원하면서, 이소라 제발 듣겠습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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