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기획자 이야기] [게임계 잡설] 게임 밸런싱을 하다 보면...2014.01.11 AM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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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밸런스를 맡게 되면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시스템 구조의 허술함이라든지, 누군가에게 휘둘려 만든 것 같은 구조라든지 등등….
아무래도 밸런싱을 하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넓게 다루게 되기 때문이죠.

허나 진짜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어떠한 컨텐츠를 추가했을 때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경매장]이라는 컨텐츠를 만들었다고 합시다.
사업부에는 이를 통해서 ‘유저들간의 거래가 활성화 되고 게임머니 등이 돌기 시작하겠구나.’ 라고 생각하겠지만, 밸런스 담당자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죠.
‘아… 이제 고렙유저들이 고렙 아이템을 마구 양산해서 전투밸런스가 개판이 되겠구나. 게임경제도 빈익빈 부익부로 파탄이 일어나겠구나.’
…라는 식이죠.
단순히 예감만으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로 계산까지 될 때도 있습니다.

밸런스 담당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설득을 하려고 하지만,
이런 대답을 듣기 마련이죠.

“그럼 네가 알아서 잘 조절해봐.”

그리하여 애초에 하면 안 되는 걸 가지고 되게 만들려고 고생만 쥑!싸게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충분한 시간이라도 주면 모를까? 대체로 그렇게 주질 않죠.
그런 상황 속에서 작업을 하다가,
예상했던 문제가 진짜로 터지면 “왜 제대로 조절을 못하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해서 벌어지면, 얼마 안 가 의욕을 잃게 됩니다.
문제가 있어도 이의를 제기할 마음이 사라지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책임은 책임대로 지니까요.
오히려 닥치고 조용히 있는 게 나은 상황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래서일까?
제가 과거에 봐왔던 밸런스 담당자들은 대부분 조용했습니다.
뭔가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을 못 본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지금은 저도 밸런스 담당이군요.
본래 희망은 레벨디자인이나 컨셉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밸런스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없는 건가? ㅜ_ㅜ
숫자와 시름하고, 테스트로 시간을 보내고, 피드백으로 고민하는 나날입니다. ㅠ_ㅠ
댓글 : 11 개
유지보수가 더 중요한 법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한숨만 나오네요.

그래도 언젠가 좋을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 Stuck
  • 2014/01/11 PM 12:05
매출의 돌파구를 찾는 것은 좋은데,
얘기를 해도 제대로 소통이 안 되는 게 문제죠.
GIGO [garbage-in garbage-out] 라고
암만 밸런스를 때려잡는다해도 시스템이 개판이었음 결국 밸런스도 개판이됩니다.

결국 게임도 기획단계에서 앞으로의 밸런스까지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시스템과 컨텐츠를 구성해야 합니다...
.....
뭐, 제가 말한게 사실 정석이긴 하다만
문젠 그정도로 깔쌈한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획자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게임계를 뒤져도 얼마나 될지..ㅎ
그게 가능한 기획자가 있다면 벌써 거대 개발사들이
삼고초려를 줄서서 하고 있겠지요..ㅎㅎㅎ
  • Stuck
  • 2014/01/11 PM 12:08
시스템이 개판이라도 꼭 밸런스까지 개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기는 하죠.
그래서인지 밸런싱을 고려하고 구조를 만들면 좀 단순해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흠... 전투공식에 곱하기를 안 쓰고 더하기 빼기만 쓰려고 하는 경우도 있죠.
밸런스라는 잡을 담당하는 개발자가 따로 있는 팀에 계신가보군요.
전 게임 기획일을 한지 15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그런 팀에선 일해본적이 없네요 ㅠㅜ
시스템 기획자가 대부분 해당 밸런스도 담당해 왔는데...
  • Stuck
  • 2014/01/11 PM 12:13
굳이 밸런스 담당이 없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개발 초기에는 거의 필요가 없죠.
서비스를 앞두거나, 서비스 중인 곳, 또는 밸런싱을 경험해 본 팀장이나 파트장이 있을 경우 밸런스 담당을 따로 두려는 경향이 있죠.
전투파트 같은 곧에서는 알아서 해주기도 합니다만, 경제 밸런스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그쪽만으로는 커버가 안 되기도 합니다.
헐...?!
제가 처음 일하던 곳에서도 FPS프로젝트 할때
시스템 파트 내에 밸런스 기획자가 따로 있었는데...
그나저나 15년차 기획자시라니...
대선배님이시군요... 존경합니다.
사실 밸런스라는 놈이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고 게임에 반영 한 후에 다양한 조합으로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 놈인데 그걸 밸런스 담당자들 한 두명이 하긴 어렵죠.
기획 파트에서 정리 된 것을 프로그램이든 디자인이든 사업이든 모두 달겨들어서 각 계수들 손보면서 가장 적절한 값을 찾고 QA돌려보고 해야 하는데... 정작 저도 그렇게까지는 거의 못 해봤네요.
사실 13년동안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동안 BusterWolf님처럼 밸런스 담당 기획자랑 같이 일은 못 해봤습니다...;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들이었는데도;;;
  • Stuck
  • 2014/01/11 PM 12:18
수치를 하루만에 넣었다면, 테스트는 일주일은 해야하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테스트가 밸런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말이죠.
테스트는 QA에게 맡기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QA는 버그잡는 데에만 특화되어있으니...
벨런스가 게임에서 우리가 생각하는거 이상의 어마어마한 부분을 차지 한다고 생각합니다. 벨런스가 곧 게임성의 핵심 아닐까요. 고생 많이 하십니다. 어서 빨리 한국에도 벨런싱 기획자가 데이비드킴이나 모렐로(...)처럼 스타로 자리잡아야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ㅡ
  • Stuck
  • 2014/01/11 PM 12:23
아무리 엉망인 게임이라도 밸런싱만 신경 쓰면, 적어도 할 만한 게임 수준으로 만들 수 있죠.
세세히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유저 아니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거를 잘 찾아서 적당히 맞춰 조정하면 되거든요.
근데 그럴 시간을 잘 안 줘요. 그런 환경에서 데이비드킴처럼 적절히 감성까지 곁들인 밸런스는 무리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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