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한은, 금리 올렸지만…국채 금리, 연 3.5% 기준금리 아래로 ‘역전’2023.01.14 PM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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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 3.5%로 25bp 인상

1년물 뺀 全 국채금리 기준금리 밑으로

“결국 금리 인하 피할 수 없단 인식 반영”

통방문·간담회 등 ‘긴축 종료’ 신호 감지



한국은행이 사상 첫 7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연 3.5%로 올라선 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 마감하면서 1년물을 제외한 전 구간의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 특히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에선 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통해 아주 단시일 내는 아니더라도 결국 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1년 반 동안 이어온 ‘금리 인상기’의 종료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9.7bp(1bp=0.01%p) 내린 연 3.369%로 마감했다. 5년물, 10년물은 각각 12.8bp, 11.2bp 떨어진 연 3.275%, 연 3.300%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20·30·50년물 등 장기물도 일제히 8bp가량 떨어지며 연 3.35~3.36%대로 마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전구간 하락 마감 “긴축 사이클 종료 인식”


이날 채권시장은 장 초반부터 강세(금리 하락)를 보이며 출발했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고 전달보다 둔화한 6.5%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유럽의 금리가 크게 하락한 영향이었다. 이어 오전 열린 한은의 1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25bp 인상이 결정되면서 하락 폭을 좁혔고, 일부는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발표와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시 금리 하락폭을 넓혀갔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7%를 하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데다가, 11월 통방문 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1월엔 ‘긴축’이란 말로 대체되는 등 톤 변화에 따라 향후 금리 동결 전환이 강하게 시사됐다고 시장이 받아들이면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최종금리 전망에 대해 금통위원들의 3대3(연 3.5% 및 연 3.75% 종료) 의견 구도와 3개월짜리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조하긴 했지만, 국내 상황을 우선시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점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모습을 드러냈다”며 “시장은 긴축 사이클 종료로 인식하며 랠리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보다 앞서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이 페이스(속도) 조절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우선적으로 보면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미국의 향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우리 여건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



◇ 1년물 뺀 모든 국고채 금리 기준금리 ‘밑으로’


한편 이날 국고채는 1년물(연 3.554%로 마감)을 제외한 모든 연물의 금리가 기준금리(연 3.5%)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 코로나 발발로 금융 시장에 불안감이 드리워지던 2020년 3월 기준금리(연 1.25%)보다 국채 3년물 금리(연 1%대)가 낮아진 이후 약 2년 만이다. 초단기물인 현 기준금리보다 기간물 금리가 낮아진 데다가, 국고채 중에서도 2·3년 단기금리보단 5·10·20년물의 금리가 더 크게 내렸다. 시장이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조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 자체는 중앙은행의 과잉 긴축과 경기 둔화 조합을 감안할 때 매우 자연스럽다”며 “단 국고채 2년물 이상 구간이 모조리 연 3.5%를 하회하고 있는 점은 단시일 내는 아니더라도 결국 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1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하회할 경우 사실상 수개월 내 인하를 프라이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서도 이런 채권시장의 반응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초단기물과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역전현상에 대해 “지금의 금리 수준보다 앞으로 2~3년 뒤 금리 수준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시장이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이같은 전망을 용인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다.


다만 이같은 현상을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처럼 내수 중심으로 물가가 올라갔을 때는 경기가 많이 나빠져야 물가가 떨어지니깐, (기준금리보다 기간물)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경기와 많이 연결시킬 수 있겠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미국에 비해 물가가 올라간 것의 많은 부분이 에너지 가격의 영향에서 비롯된 만큼, 경기에 큰 영향이 없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물가 하락하면 향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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