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중국인 지갑에 쏠린 시선…중국인 쓸 돈은 있나?2023.01.23 PM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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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를 포함한 상품 가격은 음력설 연휴 이후 중국의 재개장 여부에 달려 있다. 그간 중단됐던 비행기부터 열차, 자동차까지 시동을 켜면 원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부문 대표가 이달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원자재 수요까지 크게 늘어난다는 거죠. 실제로 중국이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포기한 이후 많은 사람이 중국의 리오프닝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동안 돌아다니지 못하게 집 안에 꽁꽁 묶어놨던 주민들을 풀어주고, 해외 입출입도 풀어주면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었던 거죠. 그 기대감에 원유가격이나 구리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중국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17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겼고 올해만 10% 이상 올랐습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볼 수 있어 이른바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현물 가격도 7개월 만에 t당 9,000달러를 넘어서면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습니다.





■ 중국 리오프닝 한 달, 뭐가 바뀌었나?


그렇다면 지난달 7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리오프닝(재개장)에 나서면서 한 달여 기간, 뭐가 바뀌었을까요? 일단 우리로서 최대 관심은 "중국에서 소비가 살아나느냐"입니다. 중국에서 소비를 늘려줘야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로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79%가 중간재이고 이 중간재 가운데 80%가 중국 내수용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12월 한 달은 눈에 띈 소비 변화는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발표된 12월 중국 소매판매는 -1.8%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또 마이너스죠. 다만 시장에서 전망한 -8.6%를 크게 상회한 결과인데다 전달 -5.9%보다도 하락 폭을 줄였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코로나 규제도 풀어버린 데다 1월에 뭔가 기폭제가 있으면 소매판매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1월 춘제 기간을 그 기폭제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춘제 특별수송 기간(7일~2월 15일) 연인원 20억 2,0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4년 내 최대치입니다. 고향에 갈 때 그냥 가지 않죠. 선물을 사 갑니다. 가서도 가족과 음식을 나눠 먹고 외식을 합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세계나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소비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느느냐가 관건이죠.




1월 13일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 춘절 맞이 시장 인파 관련 기사



중국 관영 CGTN에 따르면 새해부터 베이징의 유명 식당에 사람들이 정오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면서 식당 측의 인터뷰를 통해 리오프닝 효과가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식당 관계자는 "외식업이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지금 상황을 볼 때 이런 회복 과정은 분명히 더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청과물 브랜드 돌(Dole) 인터뷰를 통해 "각 가정이 명절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면서 소비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고, T몰에서는 칠레 체리 판매량은 한 해 전보다 85%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관영 매체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례를 알아봐야 하지만, 중국민과 전 세계의 기대감은 분명히 큽니다.

 




일단 중국인들이 소비할 돈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코로나 봉쇄로 그동안 돈을 쓰지 못한 것도 원인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의 가계저축률은 32.7%로 장기 평균 추세상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올해 소비가 부러질 것으로 우려되는 미국의 저축률 2.3%(지난해 10월)와 비교하면 소비를 위한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깁니다.


 

■ 중국 경기 반등 시점은?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야팅 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동성·승객수·민간 소비가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를 제로 코로나보다 우선시하면서 올해 2분기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도 '중국 위드 코로나 전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경제는 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로 5%대 성장을 할 것이라면서 2분기 이후 코로나 확산이 안정 추세를 보이며 소비와 생산 회복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스탠다트차타드 그룹 호세 비날 회장은 지난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에 중국 경제가 불붙게 될 것이고 이는 나머지 세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며 2분기가 아닌 하반기를 반등 시기로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 차이나의 산 후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터뷰에서 "재개방의 초기 단계가 성장을 저해할 수 있지만 이후 반등은 상당할 것"이라며 리오프닝의 효과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 같은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계 대부분의 경제분석기관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 안팎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 뇌관 안고 가는 중국


리오프닝의 성공 여부는 우선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중국 당국의 재규제 여부입니다. 확산되는 코로나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규제하게 되면 중국 경기 회복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약 한 달 동안 전국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람이 6만 명 정도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사망자의 90% 이상은 기저 질환자였습니다.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발표 이후 포괄적 개념의 사망자 통계는 이때 처음 발표했습니다.


관심은 이 같은 코로나 확진자 증가와 사망자 증가를 감당하느냐입니다. KBS 취재결과 사망자 급증으로 일부 지역에선 화장장에 시신을 안치할 공간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1월 14일 KBS 세계는 지금: 위드코로나 직격탄에 시달리는 중국 농촌


일부 시중 병원들은 응급실이 꽉 차서 병원 복도나 병원 앞 숲 속에서 링거를 맞는 환자들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일수록 의료시설이 부족해 지방 의료시스템은 한계상황이라는 지적입니다. 다만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제로 코로나 이후 추가적 규제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 부동산 뇌관 터지면 소비는 없다


중국 경기 회복의 또 다른 뇌관은 부동산입니다.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값이 폭락하면 가계에서 소비를 늘릴 수가 없죠. 현재는 5개월 연속 신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중입니다. 집값 하락보다 더 큰 뇌관은 부동산 기업입니다.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기업의 주택 판매율은 지난해 5월 최대 -59.4%까지 떨어졌고, 지난달에도 -30.8%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투자로 이어질리가 없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개발 투자 증가율은 -10.0%로 1994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투자와 판매 감소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는 다시 부동산 기업의 부실로 이어져 위안화 채권시장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한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전체 디폴트 기업에서 부동산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9.5%에서 2021년 23.9%, 2022년 76.8%로 지난해 특히 급증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폴트 상태에 빠진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 그룹이 실제로 파산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 돈 7경 원이 넘는 중국 금융시스템에 대 혼란이 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IMF도 지난 16일 세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45%가 이익으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전체의 20%는 미분양 아파트 같은 재고 자산을 최근 시세로 재조정할 경우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선별된 부동산 개발업체를 살리기 위해 우리 돈 최대 29조 원을 차환 용도로 지원할 계획이라지만, 부동산 붐을 타고 내실 없이 부실을 키워온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많아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지원책이 어느 정도 성공할지 알 수 없습니다. 중국 부동산 뇌관이 터지면 파장은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까지 이어집니다.



#위드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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