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합리성의 한계 - 탈러의 숫자 추측 게임2023.03.25 PM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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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탈러 美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행동 경제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인 그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 리처드 탈러는 『Misbehaving』이라는 책에서 케인스의 미인 대회와 같은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숫자 추측 게임을 소개하였다. 


모든 참여자는 0부터 100까지의 숫자 중에서 하나의 숫자를 선택한다. 모든 사람이 선택한 숫자 평균의 2/3에 가장 가까운 숫자를 선택한 사람이 승리한다. 하나의 숫자를 선택하시오.


이 즐거운 실험은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 대학의 독일인 경제학자 로즈마리 나겔에 의해서 최초로 수행되었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탈러에게 행동 재무론에 대한 기사를 부탁하였을 때, 탈러가 이 문제를 독자들에게 내 줄 것을 제안하여 다시 광범위한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승자에게는 브리티시 항공으로 런던에서 미국까지 가는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 2장이 주어졌다.


이 문제에 가장 무관심한 독자들은 "이 문제는 수학 문제 같은데, 나는 수학을 싫어하니까 그냥 아무 숫자나 선택할 거야."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추측 평균은 50이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의 선택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50의 2/3에 해당하는 33을 선택할 것이다. 조금 더 영리한 사람들은 33의 2/3인 22를 선택할 것이고, 더 영리한 사람들은 22의 2/3인 15를 선택할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최종적인 선택은 어떻게 될까? 물론 어느 단계에서 이런 생각이 멈출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쉬에 의하면, 이 문제의 정답(내쉬 균형)은 0이다.* 즉, 0을 선택하면 아무도 선택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실험에 참여한 독자 중 경제학이나 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0을 선택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0이 아닌 숫자를 선택하였다. 이 실험의 승리 숫자는 13이었다. 만약 모든 사람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합리적이라면 0 또는 1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0 또는 1이 아닌 숫자를 선택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내쉬균형 :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


* 파이낸셜 타임즈가 이 문제를 독자에게 제시하였을 때는 0에서 100 사이의 숫자라고 했던 것 같다. 이럴 경우에는 고려 대상에서 0과 100이 배제될 것이다. 그래서 1을 선택한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쉐프런은 『탐욕과 두려움을 넘어서』라는 책에서 이 문제의 정답을 1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 문제의 정답이 0이나 1이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 존 내쉬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수학자로 2015년 5월에 미국 뉴저지에서 교통사고로 부인과 함께 사망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책 『뷰티풀 마인드』가 러셀 크로우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출처 : 『행동 재무론 - 합리적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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