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드라마]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다들 본 척하지만 실제 본 사람은 적은... 시대의 걸작 [대부1] 심층 리뷰2025.09.02 PM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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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심층 분석: '가족'과 '우정'이라는 허울에 가려진 폭력의 민낯


서론: 영화 '대부'의 의의와 제작 배경


영화 '대부'는 1972년 개봉 당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33년간 보유했던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당시 할리우드는 고전기 시스템이 붕괴하고 새로운 활력을 찾지 못해 침체에 빠져 있었고,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역시 재정난에 시달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라마운트는 저예산으로 베스트셀러 소설이었던 마리오 푸조의 '대부'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감독직은 12명의 감독이 거절한 끝에, 당시 32세의 신인 감독이었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에게 돌아갔습니다. 코폴라 감독은 제작사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자신의 비전을 관철했는데, 특히 시대 배경을 1940년대로 유지하는 것과 알 파치노, 말론 브랜도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코폴라는 자신의 예술적 고집으로 원작 소설을 장대한 '그리스 비극'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주요 분석 1: 오프닝 시퀀스 (결혼식 장면)


영화의 첫 25분을 차지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의 단초를 담고 있는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코폴라 감독은 이 장면에서 내부와 외부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영화의 주제를 암시합니다.


어두운 내부: 저택 안의 서재는 어둡고 은밀한 공간으로, 돈 콜레오네가 사업적인 거래와 범죄 모의를 하는 장소입니다. 이곳에서는 '정의'와 '우정'이라는 가치가 폭력적인 거래를 통해 왜곡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조명(로우키 조명)과 정교한 카메라 워크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비토 콜레오네와 그의 세계를 무겁고 위압적으로 묘사합니다.


밝은 외부: 저택 밖의 결혼식 피로연은 밝고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가족의 가치와 이탈리아 이민자 공동체의 유대감을 상징합니다.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은 화목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영화는 어두운 내부의 거래를 먼저 보여준 뒤 밝은 외부의 결혼식을 보여주는 편집 순서를 통해, 가족의 행복과 가치라는 것이 사실은 어두운 범죄와 거래를 통해 유지되고 있음을 폭로합니다. 즉, 이탈리아적 가치(가족, 우정)와 미국적 가치(자본주의, 시스템) 사이의 충돌과 위선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주요 분석 2: 마이클 콜레오네의 변모 과정


'대부'의 핵심 서사는 전쟁 영웅이었던 막내아들 마이클 콜레오네가 어떻게 아버지를 뛰어넘는 냉혹한 괴물로 변해가는가를 추적하는 것입니다. 이 변모 과정의 결정적 분기점은 영화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계기 (아버지의 피습): 처음에는 가족의 사업과 선을 그었던 마이클은 아버지가 총에 맞아 쓰러지자 분노에 휩싸이며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병원에서 아버지를 지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데 비범한 재능과 담력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전환점 (첫 살인): 가족 회의에서 마이클은 아버지를 암살하려 한 마약상과 이를 방조한 경찰서장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하며 자신의 냉혹한 사업가적 기질을 드러냅니다. 식당 화장실에서 총을 찾아내 두 명을 살해하는 장면은 마이클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이며, 이 사건을 기점으로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뉩니다.


완성 (거짓말과 학살): 시칠리아 도피 생활을 거쳐 돌아온 마이클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보스로 성장합니다. 그의 가장 큰 재능은 바로 거짓말하는 능력으로, 매제인 카를로나 아내인 케이처럼 가장 가까운 가족까지 속이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세례식 장면에서는 조카의 대부가 되는 성스러운 의식과 경쟁 패밀리 수장들을 모두 학살하는 악마적인 행위가 교차 편집되며, 그의 완전한 타락과 새로운 '대부'의 탄생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주요 분석 3: 결말 시퀀스와 영화의 주제


결말 부분은 영화의 주제를 은유적으로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비토 콜레오네의 죽음: 비토는 오렌지 껍질을 끼고 '괴물' 흉내를 내며 손자와 놀아주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이는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평생 괴물처럼 살아온 그의 삶에 대한 상징적인 최후라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을 괴물처럼 쫓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의 비극적 결과를 암시합니다.


닫히는 문: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유일무이한 권력자가 된 마이클에게 부하들이 경배를 표하는 순간, 아내 케이는 그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서 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이 닫히는 문은 마이클의 어두운 세계와 케이의 세계가 완전히 단절되었음을 의미하며, 권력을 위해 모든 인간성을 버린 마이클의 고독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상징합니다.


결론: '대부'의 현대적 가치


'대부'는 단순한 갱스터 영화를 넘어 가족, 권력, 자본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갱스터 패밀리의 이야기를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한 거대한 은유로 확장시켰습니다. 또한, 히치콕, 비스콘티, 에이젠슈타인, 베리만 등 유럽 예술 영화의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할리우드 영화의 예술적 지평을 넓혔습니다. '대부'가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이처럼 극단적인 오락성과 극단적인 예술성을 완벽하게 결합하여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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