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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FT)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미국인들이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이유2025.12.07 PM 04:22
사람들의 형편이 나아졌기 때문에 필수 서비스 비용이 더 비싸졌다

ⓒ FT 몽타주/게티이미지
2025년 12월 6일 게시
지난 2주 동안 미국을 뜨겁게 달군 사회경제적 논쟁이 있습니다. 과연 2025년 미국 사회에서 가계가 과도한 부담 없이 생활하려면 실제로 얼마의 소득이 필요한지, 그리고 왜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재정적 문턱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 논의는 자산 운용가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그는 보육비, 대학 등록금, 의료비 등 필수 소비 항목의 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오늘날 가족이 연간 14만 달러(약 1억 9천만 원) 미만으로는 안락하게 생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린이 제시한 수치는 이러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꽤나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14만 달러는 미국 가구 중위 소득보다 거의 70%나 높은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주장의 근거로 든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계산상의 실수가 드러났으며, 이는 어떤 합리적인 방법으로 도출할 수 있는 수치보다 훨씬 높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정확한 수치는 틀렸을지라도 더 큰 사회적 진실, 즉 중산층 사이에서 커져가는 재정적 불안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직업상 숫자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느낌(vibes)'에 호소하는 주장을 일축하고 싶은 유혹이 들지만, 저는 두 반응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깊이 파고든 결과, 저는 이 모순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증거 기반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린과 그의 지지자들이 올바르게 짚은 부분은 중산층 소득에서 필수 항목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이는 장단기적으로 모두 크게 증가했습니다. 의료비(최근 수십 년간 소득 대비 비중 3%포인트 상승), 보육비(2%포인트 상승), 주거비(4%포인트 상승), 식품비(최근 몇 년간 1%포인트 상승) 등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증가분을 모두 합하면, 이러한 필수 비용에 대한 총지출은 중산층 가처분 소득의 3분의 1 수준에서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필수재 비용 압박이 미국 가계가 소비하는 전체 지출 비중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역사적 평균과 대체로 일치하며, 이 모든 것들이 실질적으로 더 저렴했던 과거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주된 이유는 의류, 전자기기, 가전제품 및 기타 대량 생산 교역재(tradeable goods)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여 필수 서비스 비용 상승을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입니다.

[차트 설명] 주거, 보육, 의료 비용이 소득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는 상품 가격 하락으로 상쇄되고도 남습니다.
Y축: 다양한 카테고리에 지출된 미국 가구 중위 소득 비중의 퍼센트포인트 변화
상승 항목: 필수 서비스(Essential Services), 주거(Housing)
하락 항목: 식료품(Food), 가정 용품(Household goods)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소비자 지출 조사에 대한 FT 분석
그래픽: 존 번-머독 / @jburnmurdoch ©FT
주목할 점은 이러한 패턴이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고소득 국가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필수 비용 부담의 증가는 생활 수준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더 부유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왜 부유한 국가들에서 교육이나 의료 같은 서비스가 그렇게 비싸졌을까요? 그 이유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높은 임금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부유한 사회와 역동적인 경제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트 설명] 노동 집약적 서비스 비용은 고소득 국가에서 치솟은 반면, 교역재 가격은 급락했습니다.
설명: 항목별 상대적 가격 변화 (2000년 가격 = 100).
대상 국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상승 선: 서비스(Services), 하락 선: 상품(Goods)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유로스타트(Eurostat) 소비자물가 조화지수(HICP)에 대한 FT 분석
그래픽: 존 번-머독 / @jburnmurdoch ©FT
더 정확히 말하자면, 1967년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의 유명한 관찰(보몰의 비용 질병)에 따르면,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교역재(공산품) 가격을 낮추는 바로 그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대면 서비스 비용을 급등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의료나 교육처럼 집중적인 대면 노동이 필요하고 생산성 증가가 더딘(혹은 거의 없는) 부문의 임금은, 생산성이 높은 부문의 고임금 일자리를 선택할 수도 있는 근로자들을 붙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상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정확히 똑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더라도, 국가의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지출에서 필수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됩니다.
작가 매튜 이글레시아스(Matthew Yglesias)가 지적한 더 직설적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과거에는 노동 시장에서 마땅한 대안(매력적인 일자리)이 없었던 가족 구성원들이 육아나 노인 돌봄을 무보수로 도맡았기 때문에,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적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우리가 가난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두가 더 부유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소득과 일자리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집에 남아서 직접 가족을 돌보는 일의 '기회비용'이 그만큼 커진 것입니다.
번영하는 세계의 중산층이 필수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인해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진다고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 압박감과 경제적 번영은 결국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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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타임스) 미국인들이 실제로는 더 부유해졌음에도 가난하다고 느끼는 이유: 번영의 역설
1. 논쟁의 발단: 중산층의 생존 비용은 얼마인가?
• 최근 미국에서는 "중산층이 안락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소득"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었습니다.
• 자산 운용가 마이클 그린은 필수 비용 급등을 이유로 연 14만 달러(약 1억 9천만 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경제학자들은 이 수치가 통계적으로 과장되었다고 반박했으나, 대중은 높아진 '체감 빈곤'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2. 데이터 분석: 지출 구조의 변화 (서비스 vs 제조품)
• 필수재 비용 상승: 주거, 의료, 보육 등 필수 서비스 비용이 중산층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3분의 1에서 현재 절반(50%) 수준으로 급증했습니다.
• 교역재 가격 하락: 반면 의류, 가전 등 공산품(교역재) 가격은 생산성 향상으로 급락했습니다.
• 결과: 필수 서비스 비용의 상승분을 공산품 가격 하락분이 상쇄하면서, 전체 소득 대비 총지출 비중은 역사적 평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 경제학적 원인: '보몰의 비용 질병(Baumol’s Cost Disease)'과 생산성
• 서비스 물가 상승의 원리: 제조업과 달리 교육, 의료 등 대면 서비스업은 생산성 향상이 더딥니다. 하지만 경제 전반이 성장하고 타 분야 임금이 오르면,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서비스업 임금도 따라 올려야 합니다.
• 고소득 국가의 특징: 국가가 부유해질수록(생산성이 높을수록) 공산품 가격은 내려가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 비용은 치솟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고소득 국가 전반의 공통된 현상입니다.
4. 결론: 비용 압박은 경제적 번영의 반대급부
• 과거에는 가계 내에서 무급으로 해결되던 돌봄 노동(육아, 간병)이 경제 성장에 따른 기회비용 상승으로 인해 고비용 서비스로 전환되었습니다.
• 중산층이 느끼는 '필수 비용의 압박'은 실재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사회 전체 구성원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가 번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