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심심한데 본인 군대 이야기나 적어봐야겠음2023.05.11 PM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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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에피소드는 아니고 그냥 전반적인 썰이긴 한데


306들어가서 백두산부대훈련소 입소후 1달 교육, 한번 백두인은 영원한 백두인이라 외쳤지만 

그후 운전병으로 차출(이게 306에서 였는지 훈련소에서 였는지가 좀 가물가물함) 야수교 입소

1달여 교육기간동안 진짜 개꿀빰. 담당조교가 말년병장이라서 거의 터치가 없었고

생활관이 다른 동기들 2층에 있을때 나포함 소수인원은 다른층에서 생활해서 저녁점호때 오지도 안음.

소수인원이여서 담당 청소구역이라던지 이런것도 없었고 하여튼 뭐든 다빠짐.

PX이용 당연히 가능했고 아주 잘먹고 지냈음
마지막주쯤에 후배기수들중 소수인원이 우리생활관에 들어옴.

훈련병 인데도 선임대접을 잠깐 받음.

그후에 다시 306가서 몇일 대기후에 XX사단으로 발령. 사단 보충중대 에서 간단한 교육겸 자대배치 기다리며 대기함.

이때도 아저씨니까 터치랄게 없었음.

그렇게 보낸시간이 거의 3개월정도여서 이등병 생활도 짧게 느껴졌던거 같음.


자대는 직할대 통신대대 였고 첨에 들어갔을때 선임이 한말이 '너는 무슨 빽으로 여기 왔어?' 였음

폭력도 없었고 이등병때부터 이등병끼리 PX 이용가능했고 본부대대랑 붙어있어서 사지방도 이용가능했음.

일과시간에 수송부에서 보내기 때문에 작업들 다 열외. 당연 수송부 관련 일들은 함.

이때 마인드가 잡초뽑는 쓸데없는 작업보다는 엔진오일갈고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이 더 의미가 있는거같다는 생각에

수송부 작업들은 다 재미있었음


운전은 통신대대였기 때문에 뒤에 쉘터를 단 사오톤을 주로 몰았고

신형차량(그때당시)이 많이 보급되어있어서 파워핸들에 호루(천막) 도 깨끗해서 운전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통신설비가 들어가는 쉘터에는 에어컨도 나왔기 때문에 훈련하면 쉘터 비밀공간에 과자, 맛다시 등등 먹을거 잔뜩사서 숨겨놓고

(희안하게도 그당시 발열팩으로 데워지는 즉각취식형의 전투식량도 아낌없이 보급해줘서 훈련때 쌓아놓고 먹었다)

통신병이랑 같이 쉘터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맛난거 먹으면서 이야기 하면서 보냄.

보통 통신설비는 산정상 근처로 올라가서 안테나를 세우기때문에

산봉우리당 1대씩 가는게 대부분이여서 아무도 우리를 볼 사람도 없었기에

정상에 올라가서 안테나만 세우면 훈련이 끝날때까지 아주 개꿀이였음.


군생활이 그나마 지루하지 않았던게 뭐였냐면 다른사람들은 자그마한 부대안에서 2년가까이 생활을 해야 하지만

우리부대는 운행이 많은 편이여서 부대밖을 거의 매일 나갔기 때문에 갇혀 지낸다는 그런 느낌이 없었던게 아주 좋았음.

우리 사단의 모든 직할대, 연대, GOP, 산정상에 파견나가있는 통신시설, 전망대, 타부대, 심지어 천안까지 운행하는 일이 있어서

갇혀지낸다는 생각이 안들었음. 운행할때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부대, 첨보는 무기, 장비, 기갑장비 보는 재미가 있었고

간간히 점심때 외부 음식도 먹었고 타부대 취사장에서 밥도 먹곤 했음


봄에는 아카시아 냄새가 진동을 하는 길을 다니고 여름엔 물흐르는 계곡 구경하고

가을엔 단풍, 겨울엔 펑펑 내리는 눈 구경하고(눈 치우는건 짜증났지만 눈 내릴때의 그 고요함이 좋았던거같음)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라던지, 전쟁영화에 나올법한 참호가 산 하나를 빙 둘러서 만들어 져있는 모습이라던지

전망대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던지 모든게 다 좋았던거 같음. (몸이 편하니까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던게 아닐까 싶음)


실세 되고 나서 부대안에 잣나무 털어서 택배박스 한가득 잣 담아서 집에 보낸거라던지

산행 구보중에 뽕나무 열매 따먹으면서 가는데 후임이 그거 먹고 죽는거 아니냐고 걱정해 준거라던지

기상이 안좋았던날 산꼭대기에서 차가 고장나 조난단한 선임 구하러 수송관이랑 차타고 밤늦게 올라가서 봤던 선임의 표정이라던지

같이 동행한 선탑자 간부가 나 버리고 다른차 타고 부대 복귀한것도 모른채 일과시간 끝날때까지 밖에 있다가

나 버린 선탑자 중대 중대장이 나 대리러 와서는 미안하다고 국밥사준거라던지

훈련때 산꼭대기에서 소위랑 낮에는 나뭇가지로 칼싸움하고,

밤에는 대충 친 A형 텐트에 들어가서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나눴던 이야기 라던지

1년차 혹한기 행군이 별로 춥지가 않아서 2년차 혹한기 행군때 선임이랑 같이 하복입고 행군하다가

얼어 죽을 뻔 한거라던지 (신병 들어오면 하복입고 혹한기 행군한 전설이시라고 후임들이 나 놀림)

최고의 찬사가 따봉이였던 무서운 행보관에게 쌍따봉을 무려 2회나 받은 분대장 이였다던지

나 전역때 보았던 수송관님의 붉어진 눈시울 이라던지


뭐 행군(운전병인데도 함) 유격, 혹한기 훈련, 탄약고 근무(운전병인데도 함!) 

선임들한테 욕도먹고 매일 매일 짜증나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선임 후임들 다 좋았고 간부들도 좋았고 군생활 힘들지 않고 너무 머니까 부모님에게 면회 오지 말라고 했을정도니

지금 돌이켜봐도 좋은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다 라는건 그래도 남들보다는 편하게 군생활 하지 않았나 싶긴 하네요.

이정도 군생활 한것만으로도 내 인생의 복 중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음







아 그리고 일말상초때 여친이랑 헤어짐.




댓글 : 8 개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자대배치받고 부대갔늘때 제일 먼저 들었던 말이
누구 빽으로 여기 온거냐고 군생활 나름 재미있고 즐거웠음
훈련도 없고 ㅋㅋㅋ
진짜 복인거 같아요 다른분들에 비하면은
오 원만한 군생활 부럽네요.....군생활이 완전 PTSD 걸려온 저로서는 ㅠㅠ
네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분들에 비하면은 제 군생활은 정말 편한거였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건사고는 적으신 편이셨네요.
제가 근무할 때는 자살시도, 폭력, 탈영 등으로 좀 시끄러웠죠.
저 있을때 사단내에 탈영 사건이 있었는데
탈영하고나서 도망다니다가 너무 배가고파 사단 신교대 가서 밥먹다가 잡힌 친구가 있었습니다.
배는 너무 고픈데 자기가 아는곳이라고는 신교대뿐이여서 거기가서 밥먹다가 잡힌건데
참.. 안타깝더라구요
우리 부대에는 문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부대에서 적응못한 관심병사들이 우리부대로 올 정도였으니까요.
와.... 정말 행복하셨을듯...
저는 군시절 21사 GOP에서 1년 살았었는데 김일병 사건으로 철책생활이 항상 불안했었지요....
많고 많은 군부대중에 21사만 GOP 체류기간이 1년이라고 하더라는.... ㅡㅡ
그래놓고 위로휴가는 9박10일로 타부대랑 동일함 ㅋㅋㅋㅋ
저도 훈련소 수료식때만큼은 21사 뽕이 차있었습니다 ㅎㅎ
운행으로 GOP 들어가본게 다이긴 하지만
그 오지에서 고생하는거 보면서 아 난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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