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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영웅전설 여의 궤적2021.11.03 PM 09:52
영웅전설 여의 궤적
플레이 시기: 2021년 10월
플레이 타임: 64시간
영웅전설 여의 궤적은 매년 신작을 하나씩 내놓는 팔콤이 2021년 발매한 메인 타이틀입니다. 섬의 궤적 2로 에레보니아편이 끝나고 캘버드로 넘어가겠지 했더니 섬궤 3이 나오고, 섬궤 4로 에레보니아편이 끝났으니 이제 궤적은 좀 쉬겠지 했더니 2년 뒤 시작의 궤적이 나오고, 2년 연속 궤적은 아니겠지 + 플스5 발매되고 1년이 지났으니 팔콤도 이번 게임은 플스4,5 낀세대로 내놓으면서 플4판은 개판쳐놓겠지 했더니 플스4 전용으로 여의 궤적이 나왔습니다. 요 몇년 팔콤 게임 발매에 대해 제가 예측한게 맞은 적이 없네요.
발매 전에 나왔던 정보 중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자면 우선 스토리적으로 시작의 궤적은 제무리아 대륙 이야기의 전반부의 끝이자 후반부의 예고편, 여의 궤적은 이를 이어 후반부 이야기를 여는 작품이 될거랍니다. 게임 내적으로도 엔진을 바꾸면서 좁게는 섬의 궤적 때부터 5작품, 넓게는 하늘의 궤적 때부터 10작품동안 이어진 전투 시스템에 변화를 주겠답니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덤으로 스토리, 모션, 시스템, 수집요소 등 전반적인 면에서 "우리도 발전할 줄 안다"고 최선을 다해 어필하는 느낌입니다ㅋㅋㅋ
일단 가장 먼저 때깔이 얼마나 좋아졌나를 살펴보면... 네, 당연히 좋아지지 않았고 시작의 궤적과 똑같습니다ㅋㅋㅋ 사실 처음부터 플5 멀티도 아니고 플4로만 내는 시점에서 가망이 없었다고 봐야겠죠. 게다가 갈아끼운 엔진의 최적화가 영 좋지 못한지 그 똑같은 그래픽 모델로도 뚝뚝 끊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작보다 프레임이 확 떨어져서 거슬리다 못해 전 플레이 초반에 살짝 멀미까지 왔습니다.
그래도 모션 면에선 전작들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필드 액션과 크래프트 모션은 플레이어, 게스트, 보스 모두 대부분 전작보다 자연스럽고 속도감도 느껴지며, 이벤트에서도 새로 추가된 모션들은 전작들과 뚜렷하게 차이가 느껴집니다. 팔콤도 이 점이 퍽이나 자랑스러웠는지 스토리 전개에는 1mg도 관련없는 폴댄스까지 넣어가며 작품 여기저기에서 최대한 어필하고 있습니다ㅋㅋㅋ 물론 객관적으로 절대치를 따지면 아직도 모자란 편이고, 전작들의 모션도 여전히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슬릴 때가 많으며, 팔콤의 나쁜 습관인 "꽂힌 모션 하나 작품 내내 재탕하기"는 이번 작도 여전해서 스토리 내내 머리를 긁적이는 반을 보면 얘 머리는 감고다니는건가 싶어서 캐릭터 인상까지 나빠질 정도입니다.
이번 작의 핵심은 전투의 변화입니다. 기존의 전투는 필드에서 적 심볼과 접촉하면 턴제 전투로 넘어가고, 그 과정에서 필드 액션같은 변수가 있어 전투의 시작에 유불리가 갈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작도 큰 틀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필드 액션의 비중이 굉장히 올라갔습니다.
필드에서 적을 만나면 필드에서 직접 적들을 공격하다 원할 때 샤드를 전개해 심리스하게 턴 전투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번엔 필드에서 적을 공격하면 적에게 실제로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전작에선 레벨 차이가 클 때만 필드 액션으로 적을 쓰러뜨릴 수 있고, 보상도 세피스 정도였지만, 이번엔 모든 적들을 샤드 전개 없이 쓰러뜨릴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보너스만 적을 뿐 경험치, 아이템, 세피스를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적을 공격하면 스턴 게이지를 쌓을 수 있는데 스턴 게이지가 꽉채워 적을 기절시킨 상태로 샤드를 전개하면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주고 스턴 게이지를 채우며 아군을 강화하고 적의 턴을 미는 등 엄청나게 유리한 상태로 턴 전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신 적들에게 공격도 당할 수 있고 계속 맞다보면 불리 인카운터로 턴 전투가 시작되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필드 액션은 전작까지의 일반 공격과 차지 공격말고도 회피가 생겨서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도 있으며 직전 회피에 성공하면 차지 게이지를 채워줍니다. 이스같은 게임과 비교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나름 ARPG를 하는 기분을 낼 수 있으며, 필드 공격으로 CP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S크래프트를 매 전투마다 날릴 수 있는 등 여러모로 굉장히 빠르게 필드 전투를 넘길 수 있습니다.
샤드 전개 후의 턴 전투는 양념만 바꿨을 뿐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 공격, 아츠, 크래프트, S크래프트는 그대로지만 이동이 별개의 커맨드가 아니라 캐릭터 턴이 오면 이동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커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적의 측면이나 후면에서 공격하면 보너스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츠는 기본적인 회복이나 버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츠가 바뀌었는데 그냥 크래프트가 달라졌듯이 이름이랑 비주얼 정도가 달라진 수준이고, 여전히 전투 도중 전투 멤버와 대기 멤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바뀐 점으론 실드 계열 크래프트와 아츠는 효과가 n회 절대방어에서 기본 체력에 특정 수치의 실드를 추가해주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CP는 여전히 200까지 모을 수 있지만 S크래프트는 100만 소비하며, 브레이크는 스턴으로 바뀌었는데 스턴 게이지를 가득채우면 적이 스턴 상태가 되는건 똑같지만 적의 턴이 오면 풀리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풀려버립니다.
특수 시스템으론 SCLM, 사드 스킬, 샤드 부스트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SCLM은 전작의 링크 시스템과 비슷한 것으로 각 캐릭터를 중심으로 원형 영역이 있어서 커맨드를 다른 캐릭터의 영역과 겹치는 위치에서 사용하면 일반 공격의 경우 추가타를 해주고 아츠나 크래프트는 효과를 강화해줍니다. 샤드 스킬은 전투 중 공격, 방어 등 발동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발동해 공격, 방어 강화, 반격, 추가타 등의 효과를 주는 기능으로, 벽의 궤적까지의 아츠처럼 오브먼트에 장착한 쿼츠의 속성 조합에 따라 결정됩니다. 샤드 부스트는 최대 2개까지 사용해서 3턴동안 샤드 스킬 발동 확률을 높여주며 S크래프트는 풀 부스트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스트 게이지는 처음 전투가 시작되면 3개가 최대치지만, S크래프트를 사용할 때마다 늘어나 최대 10개까지 모을 수 있습니다.
AT 보너스도 약간 달라졌는데, 보너스 적용 대상이 턴이 아니라 대상에 고정되어 S크래프트나 연속 행동으로 턴 순서를 조정해도 적용 대상이 바뀌지 않습니다. 덕분에 보스전 도중 슬슬 S크래프트가 날아올 타이밍인데 적 턴에 크리티컬이 붙어있어서 바짝 쫄게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ㅋㅋㅋ 덤으로 플레이어와 적 모두 해로운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적에게는 HP 회복 보너스가 붙지 않는 것 같습니다.
초기작이라 장비 성능도 양심적이고, 오버라이즈나 오더같은 막나가는 시스템이 없으며, 보스전도 저런 보조 시스템의 삭제와 실드 시스템의 변경, AT 보너스 턴 고정 등 어려워질 조건은 잘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전투는 강화된 필드 액션과 쉬워진 CP 보급 때문에 금방 끝나버리고, 보스들도 스펙이나 패턴이 별로 강하지 않은데다 주인공 반이 탱커로도 튼튼하고 딜러로도 준수해서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섬궤2부터 시궤까지의 막장스런 전투 밸런싱보단 훨씬 낫다 싶네요. 파고들기 요소로 배틀 시뮬레이터라고 각 장의 보스들과 다시 싸워볼 수 있는 시스템도 있는데, 보너스 보스인 풀파워 시즈나도 노멀 기준으론 평이한 수준입니다.
장비면에서는 아츠 능력치와 관련된 장비인 서브웨폰이 추가돼서 안그래도 부족한 미라를 더 빨아먹게 되었고, 시리즈 초기작답게 오브먼트 시스템을 또다시 갈아엎었습니다. 이번 작의 오브먼트는 할로우 코어, 아츠 드라이버, 플러그인, 쿼츠의 네 가지로 이뤄져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전작의 마스터 쿼츠는 할로우 코어와 아츠 드라이버로 나눠지고 전작의 쿼츠는 쿼츠와 플러그인으로 나뉘어졌습니다.
할로우 코어는 전작의 마스터 쿼츠에서 아츠 옵션이 빠지고 능력치 보너스와 특수 효과 부분만을 가져왔으며 경험치를 얻어 최대 레벨 5까지 강화됩니다. 아츠 드라이버는 전작의 마스터 쿼츠에서 아츠 옵션을 가져왔으며 플러그인 파츠로 추가적인 아츠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쿼츠는 아츠 기능이 완전히 빠져서 능력치 보너스와 특수효과 쿼츠만 남았으며 라인이 공격, 방어, 아츠, 특수의 네 가지로 나뉘어졌고, 이전의 아츠용 쿼츠는 플러그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쿼츠는 여전히 세피스를 조합해서 만들고, 플러그인은 상점에서 살 수 있습니다. 단, 드라이버와 플러그인은 게임 중후반에 카토르가 동료로 들어오기 전까지 오브먼트 공방이나 특수 회복 장치에서만 바꿀 수 있어서 조금 불편합니다.
이번 작 스토리의 배경은 에레보니아 제국과 함께 제무리아 대륙의 2대 강국 중 하나인 캘버드 공화국입니다. 섬의 궤적 4 시점에서 오스본 재상이 일으킨 전쟁이 린과 협력자들의 활약으로 끝나자 에레보니아는 다른 나라들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고 캘버드는 그 배상금을 바탕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동방에 중동인까지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로서 수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민족주의자들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에레보니아의 배상금 지급이 곧 끝날 예정이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대한 반동으로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인공인 반 아크라이드는 캘버드의 수도 이디스에서 아크라이드 해결사무소란 이름의 사무소를 열고 사설탐정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뒷해결사=스프리건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반은 하늘의 궤적 3편의 케빈 정도를 제외하면 작품 시작 시점에서 가장 유능한 주인공인데, 평범한 시민부터 정부 고관, 심지어는 우로보로스 멤버한테서까지 의뢰가 올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소꿉친구로 최연소 A급 유격사 일레인 오클레어와, 캘버드 정부의 중앙정보부 에이전트인 르니 킨케이드부터 시작해, 기자양반, 정보상, 군수 회사 사장, 용병 등 앞세계와 뒷세계 양쪽에 넒은 인맥을 가졌습니다. 나이는 24살로 요즘 다른 게임들에 비춰봐도 절대 많은 나이는 아니고 입맛도 케잌이나 쿠키같은 단 음식에 환장하는 어른이인데, 냉혹한 궤적 시리즈의 세계에선 게임 내내 아저씨 소리를 듣고 다녀서 플레이하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시작의 궤적에서 렌의 후배로 잠깐 나왔던 아니에스 클로델이 반을 찾아와 증조할아버지의 유품인 게네시스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의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첫번째 게네시스를 되찾는 과정에서 아르마타라는 마피아 조직원들과 엮여서 위기에 처하는데, 갑자기 반과 게네시스가 공명해 메어라는 반의 할로우 코어 AI가 밖으로 튀어나와 반에게 "악몽을 받아들이겠냐"고 물어보고, 그걸 승낙하자 반은 그랜델이라는 존재로 변신해 조직원들을 해치우고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상황이 단순히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반에게 아니에스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사실 이 세계관의 아인슈타인급 인물인 엡스타인 박사고, 박사가 남긴 수기가 할머니와 어머니를 거쳐 아니에스의 손에 들어왔는데, 수기의 마지막에는 "120X년까지 게네시스를 찾아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게 끝장이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반은 총 8개의 게네시스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는 아니에스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아니에스는 의뢰금에 더해 반의 의사와 상관없이 반의 조수로 일하게 됩니다.
스토리는 거점인 수도 이디스에서 활동하다 누군가 찾아와 의뢰를 하면 거기에 게네시스가 반응하고 의뢰 현장으로 출장가서 사건을 해결하고 게네시스를 되찾은 다음 거점으로 돌아오면 관련 인물이 아크라이드 사무소에 눌러앉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게스트 캐릭터를 뺀 파티원은 매 장마다 한명씩 추가돼서 최종적으론 8명입니다. 숫자가 섬궤 1편 못지 않게 많아서 선택과 집중 없인 예산이 거덜나기 딱 좋은데다, 파티 구성이 바뀌거나 스토리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편성이 맨 처음 네명으로 돌아가버려서 조금 귀찮습니다. 어쨌든 전작의 인물들이 빠진 만큼 새로운 캐릭터를 쏟아부었다는 느낌인데, 이벤트 도중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와서 나는 얘네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지들끼리는 서로 아는척을 하는게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거점을 중심으로 챕터마다 다른 마을을 찾아가고 그 장이 끝나면 다시 못돌아온다는 점은 섬의 궤적 1,3과 같지만, 중심 사건을 후속작으로 미루지 않고 확실하게 매듭짓는 점에선 제로의 궤적과 닮았습니다. 물론 후속작에 대한 떡밥은 남아있지만 이번엔 시리즈물로서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수준에서 그치고, 여의 궤적 자체의 스토리는 이번 작만 놓고 봐도 다음 작엔 반 없이 스토리 새로 짜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끝납니다.
이번 작의 스토리엔 약간의 양념으로 메인 스토리나 퀘스트 같은 서브 이벤트에서 사용자가 고른 선택지에 따라 성향이 결정되는 얼라인먼트 시스템이 추가됐습니다. 성향은 로우와 그레이, 카오스의 세 가지로 총 5레벨까지 있으며, 스토리적으론 각각 유격사, 헤이위에, 우로보로스쪽과 살짝씩 엮이고, 로우와 카오스가 적당히 조합되면 시작의 궤적에서 언급된 시즈나의 이카루가 세력과도 엮입니다. 다만 성향 시스템이라고 하기엔 이번작 기준으론 스토리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그레이나 카오스를 고른다고 뒷해결사란 이름에서 기대할만한 느와르나 하드보일드스런 전개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결국은 살짝 삐딱한 유격사라는 느낌.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총 세 가지인데, 1) 각 성향 레벨이 3을 넘으면 5장 메인 스토리에서 협력 세력을 고를 수 있게 되며, 4를 넘으면 마지막 장 이벤트 장면에 해당 세력이 도와주러 오고, 2) 성향 레벨 3이 되면 반의 할로우 코어 업그레이드 버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3) 5를 넘은 성향이 있으면 게임의 마지막 던전에 최강 무기 재료를 주는 보스가 성향마다 하나씩 추가됩니다. 얼라인먼트 레벨은 반복 플레이에서도 이어지지만 1회차에서 모든 성향을 5로 만들 수는 없으며, 적당히 선택하면 5,4,3이나 5,5,2 또는 4,4,4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저는 5,3,4가 됐습니다. 스토리적으론 셋 다 균형있게 4를 목표로 하는게 모든 이벤트를 볼 수 있어 좋지만 최강 무기 재료를 생각하면 한두쪽에 몰아줘서 5를 찍어두는게 가장 이득입니다. 이번 작의 최강 무기는 책을 모아 완성품 하나랑 바꾸는 것을 빼면 파편이 총 5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2회차에 하나 더 만들려면 1회차에 2조각을 얻어둬야 합니다.
수집 및 파고들기 요소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통의 수집 요소인 낚시가 사라졌고, 전투 노트에선 애널라이즈 개념이 사라져서 샤드 배틀에서 적을 쓰러뜨리면 자동으로 등록이 되도록 바뀌었습니다. 인물 노트는 사라졌지만 인연 이벤트나 선물은 여전히 존재하며 전작의 링크 레벨은 커넥트 레벨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고정 파티원의 경우 랭크를 올리면 능력치 보너스와 SCLM 보너스를 받으며, 게스트나 NPC의 경우 능력치 보너스를 받고 마지막엔 고성능의 액세서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인연 이벤트를 위한 활동 포인트는 모자라게 주어지고, 심지어 2회차 이후에서도 한번에 모든 이벤트를 커버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지만 인물 노트가 없기 때문에 정말로 커넥션 레벨을 올리고 싶은 캐릭터를 골라 이벤트를 보면 됩니다. 책 모으기는 존재하지만 매 장 나오는 신문과 커넥트 활동의 하나인 영화를 보고 살 수 있는 팸플릿만 모으면 되며, 팸플릿을 다 모으면 마지막 장에서 1명분의 최강 무기 재료와 교환할 수 있습니다.
요리 노트는 미식가 노트로 바뀌었는데 이게 이번 작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집 요소입니다. 직접 만드는 요리엔 성공, 실패 개념이 사라져서 굉장히 단순해졌지만 이번 노트를 채우려면 음식을 만드는게 아니라 직접 먹어봐야 합니다. 근데 이게 만든 요리만 대상이 아니라 상점에서 파는 음식들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노트를 완성하려면 마을마다 여관, 카페, 호텔, 레스토랑, 노점, 자판기 등을 모두 뒤져서 음식을 사먹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단순 노트 채우기 말고도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미식가 경험치를 얻고 최대 10랭크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며 랭크가 올라갈 때마다 파티 능력치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번 작에선 이디스를 뺀 나머지 마을은 챕터가 넘어가면 다신 들를 수 없는데다가 특정 시점에서만 파는 음식도 있기 때문에 공략을 참고하지 않으면 정말 꼼꼼히 플레이해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음식 몇개를 놓쳐도 미식가 랭크 10은 여유롭게 달성할 수 있고, 한번 먹어본 음식은 체크표시를 해주지만 어떤 음식을 놓쳤는지까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평가 랭크 시스템은 전작들이랑 똑같은데 여기에 더해 장마다 그 장의 MVP 캐릭터를 하나 뽑아 능력치를 강화해줍니다. MVP가 되는 기준은 적을 쓰러뜨리기, S크래프트 사용, 아군을 회복 등인데 반은 MVP가 될 수 없으며 장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MVP를 주면 딱 맞아떨어집니다. 또한 시작의 궤적에서 추가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아이템을 주는 미션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이번 작 플레이를 마치고 되돌아보면 이번 작은 정말 뭔가 크게 바뀌었다 싶은 부분은 없는 대신 자잘하게 바뀐 부분이 많다보니 이런 변경점들이 모여서 전작들과 꽤나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시스템적으로도 다음 작에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베이스를 잘 깔아둬서 후속작도 기대되고요. 특히 필드 배틀 시스템과 거기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샤드 배틀 전개는 다른 RPG와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굉장히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궤적이랑 같은 엔진 썼을 것 같은 도쿄 제나두를 생각하면 조금만 더 다듬어서 진짜 ARPG 하는 느낌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얼라인먼트 시스템도 이번 작에선 양념 수준이었지만 정말 각잡고 활용하면 전작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작품간 스토리 연계 시스템이 가능할 것도 같고요.
아쉬운 점을 딱 하나 꼽자면 이왕 이것저것 바꾸는 김에 베이스를 플5로 내서 그래픽적으로도 나아졌으면 임팩트가 훨씬 컸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이번 만들어둔 모델들을 한번 쓰고 버릴 가능성은 없으니 앞으로 두세작품은 또 이렇게 나올거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종합적으로 이 시리즈 후반부 스토리의 시작점을 끊는 작품으로선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의 궤적이 발전해서 벽의 궤적이 되고, 섬의 궤적이 발전해서 시작의 궤적까지 왔듯이 이번 캘버드 편도 여의 궤적을 기반으로 잘 발전시키면 좋겠네요. 물론 도중에 플스3에서 4로 넘어가면 비주얼을 확 뜯어고친 섬궤3같은 중간 작품도 꼭 하나 나왔으면 좋겠고요.
영웅전설 여의 궤적
플레이 시기: 2021년 10월
플레이 타임: 64시간
영웅전설 여의 궤적은 매년 신작을 하나씩 내놓는 팔콤이 2021년 발매한 메인 타이틀입니다. 섬의 궤적 2로 에레보니아편이 끝나고 캘버드로 넘어가겠지 했더니 섬궤 3이 나오고, 섬궤 4로 에레보니아편이 끝났으니 이제 궤적은 좀 쉬겠지 했더니 2년 뒤 시작의 궤적이 나오고, 2년 연속 궤적은 아니겠지 + 플스5 발매되고 1년이 지났으니 팔콤도 이번 게임은 플스4,5 낀세대로 내놓으면서 플4판은 개판쳐놓겠지 했더니 플스4 전용으로 여의 궤적이 나왔습니다. 요 몇년 팔콤 게임 발매에 대해 제가 예측한게 맞은 적이 없네요.
발매 전에 나왔던 정보 중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자면 우선 스토리적으로 시작의 궤적은 제무리아 대륙 이야기의 전반부의 끝이자 후반부의 예고편, 여의 궤적은 이를 이어 후반부 이야기를 여는 작품이 될거랍니다. 게임 내적으로도 엔진을 바꾸면서 좁게는 섬의 궤적 때부터 5작품, 넓게는 하늘의 궤적 때부터 10작품동안 이어진 전투 시스템에 변화를 주겠답니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덤으로 스토리, 모션, 시스템, 수집요소 등 전반적인 면에서 "우리도 발전할 줄 안다"고 최선을 다해 어필하는 느낌입니다ㅋㅋㅋ
일단 가장 먼저 때깔이 얼마나 좋아졌나를 살펴보면... 네, 당연히 좋아지지 않았고 시작의 궤적과 똑같습니다ㅋㅋㅋ 사실 처음부터 플5 멀티도 아니고 플4로만 내는 시점에서 가망이 없었다고 봐야겠죠. 게다가 갈아끼운 엔진의 최적화가 영 좋지 못한지 그 똑같은 그래픽 모델로도 뚝뚝 끊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작보다 프레임이 확 떨어져서 거슬리다 못해 전 플레이 초반에 살짝 멀미까지 왔습니다.
그래도 모션 면에선 전작들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필드 액션과 크래프트 모션은 플레이어, 게스트, 보스 모두 대부분 전작보다 자연스럽고 속도감도 느껴지며, 이벤트에서도 새로 추가된 모션들은 전작들과 뚜렷하게 차이가 느껴집니다. 팔콤도 이 점이 퍽이나 자랑스러웠는지 스토리 전개에는 1mg도 관련없는 폴댄스까지 넣어가며 작품 여기저기에서 최대한 어필하고 있습니다ㅋㅋㅋ 물론 객관적으로 절대치를 따지면 아직도 모자란 편이고, 전작들의 모션도 여전히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슬릴 때가 많으며, 팔콤의 나쁜 특징인 "꽂힌 모션 하나 작품 내내 재탕하기"는 이번 작도 여전해서 스토리 내내 머리를 긁적이는 반을 보면 얘 머리는 감고다니는건가 싶어서 캐릭터 인상까지 나빠질 정도입니다.
이번 작의 핵심은 전투의 변화입니다. 기존의 전투는 필드에서 적 심볼과 접촉하면 턴제 전투로 넘어가고, 그 과정에서 필드 액션같은 변수가 있어 전투의 시작에 유불리가 갈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작도 큰 틀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필드 액션의 비중이 굉장히 올라갔습니다.
필드에서 적을 만나면 필드에서 직접 적들을 공격하다 원할 때 샤드를 전개해 심리스하게 턴 전투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번엔 필드에서 적을 공격하면 적에게 실제로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전작에선 레벨 차이가 클 때만 필드 액션으로 적을 쓰러뜨릴 수 있고, 보상도 세피스 정도였지만, 이번엔 모든 적들을 샤드 전개 없이 쓰러뜨릴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보너스만 적을 뿐 경험치, 아이템, 세피스를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적을 공격하면 스턴 게이지를 쌓을 수 있는데 스턴 게이지가 꽉채워 적을 기절시킨 상태로 샤드를 전개하면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주고 스턴 게이지를 채우며 아군을 강화하고 적의 턴을 미는 등 엄청나게 유리한 상태로 턴 전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신 적들에게 공격도 당할 수 있고 계속 맞다보면 불리 인카운터로 턴 전투가 시작되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필드 액션은 전작까지의 일반 공격과 차지 공격말고도 회피가 생겨서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도 있으며 직전 회피에 성공하면 차지 게이지를 채워줍니다. 이스같은 게임과 비교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나름 ARPG를 하는 기분을 낼 수 있으며, 필드 공격으로 CP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S크래프트를 매 전투마다 날릴 수 있는 등 여러모로 굉장히 빠르게 필드 전투를 넘길 수 있습니다.
샤드 전개 후의 턴 전투는 양념만 바꿨을 뿐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 공격, 아츠, 크래프트, S크래프트는 그대로지만 이동이 별개의 커맨드가 아니라 캐릭터 턴이 오면 이동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커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적의 측면이나 후면에서 공격하면 보너스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츠는 기본적인 회복이나 버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츠가 바뀌었는데 그냥 크래프트가 달라졌듯이 이름이랑 비주얼 정도가 달라진 수준이고, 여전히 전투 도중 전투 멤버와 대기 멤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바뀐 점으론 실드 계열 크래프트와 아츠는 효과가 n회 절대방어에서 기본 체력에 특정 수치의 실드를 추가해주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CP는 여전히 200까지 모을 수 있지만 S크래프트는 100만 소비하며, 브레이크는 스턴으로 바뀌었는데 스턴 게이지를 가득채우면 적이 스턴 상태가 되는건 똑같지만 적의 턴이 오면 풀리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풀려버립니다.
특수 시스템으론 SCLM, 사드 스킬, 샤드 부스트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SCLM은 전작의 링크 시스템과 비슷한 것으로 각 캐릭터를 중심으로 원형 영역이 있어서 커맨드를 다른 캐릭터의 영역과 겹치는 위치에서 사용하면 일반 공격의 경우 추가타를 해주고 아츠나 크래프트는 효과를 강화해줍니다. 샤드 스킬은 전투 중 공격, 방어 등 발동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발동해 공격, 방어 강화, 반격, 추가타 등의 효과를 주는 기능으로, 벽의 궤적까지의 아츠처럼 오브먼트에 장착한 쿼츠의 속성 조합에 따라 결정됩니다. 샤드 부스트는 최대 2개까지 사용해서 3턴동안 샤드 스킬 발동 확률을 높여주며 S크래프트는 풀 부스트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스트 게이지는 처음 전투가 시작되면 3개가 최대치지만, S크래프트를 사용할 때마다 늘어나 최대 10개까지 모을 수 있습니다.
AT 보너스도 약간 달라졌는데, 보너스 적용 대상이 턴이 아니라 대상에 고정되어 S크래프트나 연속 행동으로 턴 순서를 조정해도 적용 대상이 바뀌지 않습니다. 덕분에 보스전 도중 슬슬 S크래프트가 날아올 타이밍인데 적 턴에 크리티컬이 붙어있어서 바짝 쫄게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ㅋㅋㅋ 덤으로 플레이어와 적 모두 해로운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적에게는 HP 회복 보너스가 붙지 않는 것 같습니다.
초기작이라 장비 성능도 양심적이고, 오버라이즈나 오더같은 막나가는 시스템이 없으며, 보스전도 저런 보조 시스템의 삭제와 실드 시스템의 변경, AT 보너스 턴 고정 등 어려워질 조건은 잘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전투는 강화된 필드 액션과 쉬워진 CP 보급 때문에 금방 끝나버리고, 보스들도 스펙이나 패턴이 별로 강하지 않은데다 주인공 반이 탱커로도 튼튼하고 딜러로도 준수해서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섬궤2부터 시궤까지의 막장스런 전투 밸런싱보단 훨씬 낫다 싶네요. 파고들기 요소로 배틀 시뮬레이터라고 각 장의 보스들과 다시 싸워볼 수 있는 시스템도 있는데, 보너스 보스인 풀파워 시즈나도 노멀 기준으론 평이한 수준입니다.
장비면에서는 아츠 능력치와 관련된 장비인 서브웨폰이 추가돼서 안그래도 부족한 미라를 더 빨아먹게 되었고, 시리즈 초기작답게 오브먼트 시스템을 또다시 갈아엎었습니다. 이번 작의 오브먼트는 할로우 코어, 아츠 드라이버, 플러그인, 쿼츠의 네 가지로 이뤄져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전작의 마스터 쿼츠는 할로우 코어와 아츠 드라이버로 나눠지고 전작의 쿼츠는 쿼츠와 플러그인으로 나뉘어졌습니다.
할로우 코어는 전작의 마스터 쿼츠에서 아츠 옵션이 빠지고 능력치 보너스와 특수 효과 부분만을 가져왔으며 경험치를 얻어 최대 레벨 5까지 강화됩니다. 아츠 드라이버는 전작의 마스터 쿼츠에서 아츠 옵션을 가져왔으며 플러그인 파츠로 추가적인 아츠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쿼츠는 아츠 기능이 완전히 빠져서 능력치 보너스와 특수효과 쿼츠만 남았으며 라인이 공격, 방어, 아츠, 특수의 네 가지로 나뉘어졌고, 이전의 아츠용 쿼츠는 플러그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쿼츠는 여전히 세피스를 조합해서 만들고, 플러그인은 상점에서 살 수 있습니다. 단, 드라이버와 플러그인은 게임 중후반에 카토르가 동료로 들어오기 전까지 오브먼트 공방이나 특수 회복 장치에서만 바꿀 수 있어서 조금 불편합니다.
이번 작 스토리의 배경은 에레보니아 제국과 함께 제무리아 대륙의 2대 강국 중 하나인 캘버드 공화국입니다. 섬의 궤적 4 시점에서 오스본 재상이 일으킨 전쟁이 린과 협력자들의 활약으로 끝나자 에레보니아는 다른 나라들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고 캘버드는 그 배상금을 바탕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동방에 중동인까지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로서 수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민족주의자들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에레보니아의 배상금 지급이 곧 끝날 예정이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대한 반동으로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인공인 반 아크라이드는 캘버드의 수도 이디스에서 아크라이드 해결사무소란 이름의 사무소를 열고 사설탐정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뒷해결사=스프리건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반은 하늘의 궤적 3편의 케빈 정도를 제외하면 작품 시작 시점에서 가장 유능한 주인공인데, 평범한 시민부터 정부 고관, 심지어는 우로보로스 멤버한테서까지 의뢰가 올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소꿉친구로 최연소 A급 유격사 일레인 오클레어와, 캘버드 정부의 중앙정보부 에이전트인 르네 킨케이드부터 시작해, 기자양반, 정보상, 군수 회사 사장, 용병 등 앞세계와 뒷세계 양쪽에 넒은 인맥을 가졌습니다. 나이는 24살로 요즘 다른 게임들에 비춰봐도 절대 많은 나이는 아니고 입맛도 케잌이나 쿠키같은 단 음식에 환장하는 어른이인데, 냉혹한 궤적 시리즈의 세계에선 게임 내내 아저씨 소리를 듣고 다녀서 플레이하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시작의 궤적에서 렌의 후배로 잠깐 나왔던 아니에스 클로델이 반을 찾아와 증조할아버지의 유품인 게네시스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의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첫번째 게네시스를 되찾는 과정에서 아르마타라는 마피아 조직원들과 엮여서 위기에 처하는데, 갑자기 반과 게네시스가 공명해 메어라는 반의 할로우 코어 AI가 밖으로 튀어나와 반에게 "악몽을 받아들이겠냐"고 물어보고, 그걸 승낙하자 반은 그랜델이라는 존재로 변신해 조직원들을 해치우고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상황이 단순히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반에게 아니에스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사실 이 세계관의 아인슈타인급 인물인 엡스타인 박사고, 박사가 남긴 수기가 할머니와 어머니를 거쳐 아니에스의 손에 들어왔는데, 수기의 마지막에는 "120X년까지 게네시스를 찾아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게 끝장이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반은 총 8개의 게네시스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는 아니에스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아니에스는 의뢰금에 더해 반의 의사와 상관없이 반의 조수로 일하게 됩니다.
스토리는 거점인 수도 이디스에서 활동하다 누군가 찾아와 의뢰를 하면 거기에 게네시스가 반응하고 의뢰 현장으로 출장가서 사건을 해결하고 게네시스를 되찾은 다음 거점으로 돌아오면 관련 인물이 아크라이드 사무소에 눌러앉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게스트 캐릭터를 뺀 파티원은 매 장마다 한명씩 추가돼서 최종적으론 8명입니다. 숫자가 섬궤 1편 못지 않게 많아서 선택과 집중 없인 예산이 거덜나기 딱 좋은데다, 파티 구성이 바뀌거나 스토리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편성이 맨 처음 네명으로 돌아가버려서 조금 귀찮습니다. 어쨌든 전작의 인물들이 빠진 만큼 새로운 캐릭터를 쏟아부었다는 느낌인데, 이벤트 도중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와서 나는 얘네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지들끼리는 서로 아는척을 하는게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거점을 중심으로 챕터마다 다른 마을을 찾아가고 그 장이 끝나면 다시 못돌아온다는 점은 섬의 궤적 1,3과 같지만, 중심 사건을 후속작으로 미루지 않고 확실하게 매듭짓는 점에선 제로의 궤적과 닮았습니다. 물론 후속작에 대한 떡밥은 남아있지만 이번엔 시리즈물로서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수준에서 그치고, 여의 궤적 자체의 스토리는 이번 작만 놓고 봐도 다음 작엔 반 없이 스토리 새로 짜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끝납니다.
이번 작의 스토리엔 약간의 양념으로 메인 스토리나 퀘스트 같은 서브 이벤트에서 사용자가 고른 선택지에 따라 성향이 결정되는 얼라인먼트 시스템이 추가됐습니다. 성향은 로우와 그레이, 카오스의 세 가지로 총 5레벨까지 있으며, 스토리적으론 각각 유격사, 헤이위에, 우로보로스쪽과 살짝씩 엮이고, 로우와 카오스가 적당히 조합되면 시작의 궤적에서 언급된 시즈나의 이카루가 세력과도 엮입니다. 다만 성향 시스템이라고 하기엔 이번작 기준으론 스토리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그레이나 카오스를 고른다고 뒷해결사란 이름에서 기대할만한 느와르나 하드보일드스런 전개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결국은 살짝 삐딱한 유격사라는 느낌.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총 세 가지인데, 1) 각 성향 레벨이 3을 넘으면 5장 메인 스토리에서 협력 세력을 고를 수 있게 되며, 4를 넘으면 마지막 장 이벤트 장면에 해당 세력이 도와주러 오고, 2) 성향 레벨 3이 되면 반의 할로우 코어 업그레이드 버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3) 5를 넘은 성향이 있으면 게임의 마지막 던전에 최강 무기 재료를 주는 성향마다 하나씩 보스가 추가됩니다. 얼라인먼트 레벨은 반복 플레이에서도 이어지지만 1회차에서 모든 성향을 5로 만들 수는 없으며, 적당히 선택하면 5,4,3이나 5,5,2 또는 4,4,4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저는 5,3,4가 됐습니다. 스토리적으론 셋 다 균형있게 4를 목표로 하는게 모든 이벤트를 볼 수 있어 좋지만 최강 무기 재료를 생각하면 한두쪽에 몰아줘서 5를 찍어두는게 가장 이득입니다. 이번 작의 최강 무기는 책을 모아 완성품 하나랑 바꾸는 것을 빼면 파편이 총 5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2회차에 하나 더 만들려면 1회차에 2조각을 얻어둬야 합니다.
수집 및 파고들기 요소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통의 수집 요소인 낚시가 사라졌고, 전투 노트에선 애널라이즈 개념이 사라져서 샤드 배틀에서 적을 쓰러뜨리면 자동으로 등록이 되도록 바뀌었습니다. 인물 노트는 사라졌지만 인연 이벤트나 선물은 여전히 존재하며 전작의 링크 레벨은 커넥트 레벨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고정 파티원의 경우 랭크를 올리면 능력치 보너스와 SCLM 보너스를 받으며, 게스트나 NPC의 경우 능력치 보너스를 받고 마지막엔 고성능의 액세서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인연 이벤트를 위한 활동 포인트는 모자라게 주어지고, 심지어 2회차 이후에서도 한번에 모든 이벤트를 커버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지만 인물 노트가 없기 때문에 정말로 커넥션 레벨을 올리고 싶은 캐릭터를 골라 이벤트를 보면 됩니다. 책 모으기는 존재하지만 매 장 나오는 신문과 커넥트 활동의 하나인 영화를 보고 살 수 있는 팸플릿만 모으면 되며, 팸플릿을 다 모으면 마지막 장에서 1명분의 최강 무기 재료와 교환할 수 있습니다.
요리 노트는 미식가 노트로 바뀌었는데 이게 이번 작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집 요소입니다. 직접 만드는 요리엔 성공, 실패 개념이 사라져서 굉장히 단순해졌지만 이번 노트를 채우려면 음식을 만드는게 아니라 직접 먹어봐야 합니다. 근데 이게 만든 요리만 대상이 아니라 상점에서 파는 음식들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노트를 완성하려면 마을마다 여관, 카페, 호텔, 레스토랑, 노점, 자판기 등을 모두 뒤져서 음식을 사먹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단순 노트 채우기 말고도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미식가 경험치를 얻고 최대 10랭크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으며 랭크가 올라갈 때마다 파티 능력치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번 작에선 이디스를 뺀 나머지 마을은 챕터가 넘어가면 다신 들를 수 없는데다가 특정 시점에서만 파는 음식도 있기 때문에 공략을 참고하지 않으면 정말 꼼꼼히 플레이해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음식 몇개를 놓쳐도 미식가 랭크 10은 여유롭게 달성할 수 있고, 한번 먹어본 음식은 체크표시를 해주지만 어떤 음식을 놓쳤는지까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평가 랭크 시스템은 전작들이랑 똑같은데 여기에 더해 장마다 그 장의 MVP 캐릭터를 하나 뽑아 능력치를 강화해줍니다. MVP가 되는 기준은 적을 쓰러뜨리기, S크래프트 사용, 아군을 회복 등인데 반은 MVP가 될 수 없으며 장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MVP를 주면 딱 맞아떨어집니다. 또한 시작의 궤적에서 추가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아이템을 주는 미션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이번 작 플레이를 마치고 되돌아보면 이번 작은 정말 뭔가 크게 바뀌었다 싶은 부분은 없는 대신 자잘하게 바뀐 부분이 많다보니 이런 변경점들이 모여서 전작들과 꽤나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시스템적으로도 다음 작에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베이스를 잘 깔아둬서 후속작도 기대되고요. 특히 필드 배틀 시스템과 거기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샤드 배틀 전개는 다른 RPG와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굉장히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궤적이랑 같은 엔진 썼을 것 같은 도쿄 제나두를 생각하면 조금만 더 다듬어서 진짜 ARPG 하는 느낌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얼라인먼트 시스템도 이번 작에선 양념 수준이었지만 정말 각잡고 활용하면 전작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작품간 스토리 연계 시스템이 가능할 것도 같고요.
아쉬운 점을 딱 하나 꼽자면 이왕 이것저것 바꾸는 김에 베이스를 플5로 내서 그래픽적으로도 나아졌으면 임팩트가 훨씬 컸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이번 만들어둔 모델들을 한번 쓰고 버릴 가능성은 없으니 앞으로 두세작품은 또 이렇게 나올거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종합적으로 이 시리즈 후반부 스토리의 시작점을 끊는 작품으로선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의 궤적이 발전해서 벽의 궤적이 되고, 섬의 궤적이 발전해서 시작의 궤적까지 왔듯이 이번 캘버드 편도 여의 궤적을 기반으로 잘 발전시키면 좋겠네요. 물론 도중에 플스3에서 4로 넘어가면 비주얼을 확 뜯어고친 섬궤3같은 중간 작품도 꼭 하나 나왔으면 좋겠고요.
- Xer
- 2021/11/03 PM 10:37
- 페가수스02
- 2021/11/03 PM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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