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rpg의 역사 -3-(bgm)2012.05.03 PM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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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정보 : 테일즈위버 - Reminiscence


ps. 상당히 오래된 문서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문서의 마지막 부분에 모로윈드 발매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표현으로 봐서 대략 10년전쯤 문서입니다. 참고해주세요.

브리태니아(Britannia)를 지배하라!

[울티마] 시리즈의 전편격인 [아칼라베스Akalabeth]를 만들었을 때, 개리엇은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이 게임을 플라스틱 상자들에 넣어 팔았다. [울티마4]를 내놓았을 때, 그는 자신의 집을 장만했으며 자기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개리엇은 또한 생생한 게임의 세계를 창조해냈고, 이를 통해 CRPG의 영역을 확장시키게 된다.

스코피아에 따르면, "[울티마]는 최초로 야외를 배경으로 갖는 CRPG이다. 던젼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 뿐만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것'도 가능했다." [울티마]는 지상에서는 상위시점(top-down interpace)을, 그리고 던젼에서는 [위저드리]와 유사한 미로찾기 시스템을 채택하였다. "대화는 게임의 중요한 부분이다. [울티마] 이전 게임에서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상인들 뿐"이었다고 스코피아는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울티마] 시리즈는 매 시리즈마다 스스로를 혁신해왔다. 회를 거듭하면서, 그래픽, 사운드, 게임플레이가 대폭 개선되었다. 하지만, 일관되게 유지되었던 것은 당시의 기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몰입도가 높고 '사실적인' 게임의 세계를 창조해낸다는 핵심적인 목표였다. 따라서, 많은 여타의 RPG들이 서사 전개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살을 붙여나갔던 것과는 달리 울티마 게임의 세계는 더욱 풍부하고 더욱 생동감있게 변모해나갔다."

[울티마]는 당시로서는 많은 독창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2편에서는 공상과학적 요소를 시도하기도 했다. [울티마] 시리즈는 항상 그 게임플레이 만큼이나 흥미로운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었고, 내적으로 일관된 게임의 세계에서 서사를 펼쳐나갔다. 6편에서는 마법을 구사하려면 시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식의 등가적인 관점을 추가하였고, 자기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NPC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6편은 다양한 분기를 통해 촉발되는 캐릭터 창출 시스템도 갖추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행동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의 계급이 정의되었다(이는 이후의 CRPG들이 흉내내온 것이기도 하다). 또한, [울티마]에는 그 유명한 조역들도 있다. 일부 시리즈에서는 만날 수 있는 시인 아이올라(Iolo the Bard), 샴미노(Shamino), 듀프레와 마리아(Dupre and Mariah)가 그들이다. 플레이어는 소사리아(Sosaria)가 제작자 자신인 플레이어 캐릭터 로드 브리티쉬에 의해 점령되어 브리태니아로 개명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플레이어는 마침내 그 영토의 신화적인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울티마 시리즈중 한 편의 명작을 꼽으라면 단연 4편이다. 4편에는 명시적인 악당들이 없으며, 캐릭터의 자아 내부 벌어지는 전투에서 아바타(Avatar)가 되는 것이 게임의 최종 목표이다.

2002년 2월에 나눈 대화에서 리처드 개리엇은 밝힌다. "나는 뭔가 도덕적인 중용과 같은 것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플레이어에게 일군의 크리처들을 죽이고 또 나쁜 놈들을 죽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도전거리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울티마4]에서는 8가지 덕 중에서 하나에서 완벽한 경지에 도달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만일 거짓말을 하면, 정직성이 떨어진다. 도망치는 몬스터를 죽이게 되면, 명예가 위협받는다. 제프 포겔에 따르면, "([울티마4]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큰 영향을 준 게임이다. 나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그치지 않았고, 이 게임을 연구했다. 나는 모든 곳에 가 봤고 모든 것을 행해 보았다. 나는 게임을 완전히 분해해본 셈이다."



SSI의 골드 러쉬, 거대한 황무지(Wasteland), 그리고 울티마의 지하세계

[역주: 이 소제목은 각각 게임들을 의미하지만, 원제 대신 말풀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 앤 매직]과 같은 시리즈들이 80년대 중반을 풍미했지만, SSI사(Strategic Simulations Incorported)는 소리소문 없이 최고의 전략 RPG게임들을 출시했다. 스테판 "데스록" 자나키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SSI사는 [판타지Phantasie](1987), [위저즈 크라운 Wizard's Crown](1985)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골든 박스 던젼즈 앤 드래곤스 Gold Box D&D]와 같은 게임을 통해서 전술전(tactical combat)를 강조함으로써 장르를 형성에 일조하였다(이는 전쟁게임에서부터 내려오는 SSI사의 전통이다)."

SSI의 [골드 박스] 삼부작이 남긴 눈부시고 풍부한 유산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게임들이 시리즈로서 거대한 위력을 발휘했지만, 그 전술전의 구성만으로도 오늘날까지 애틋하게 기억되고 있다. 또한 (1988년에 시작된) 이 시리즈의 게임엔진은 단일 엔진으로는 가장 지속적으로 사용된 것으로도 유명하여, [더 포가튼 렐름즈The Forgotten Realms], [드래곤랜스Dragonlance], TSR사의 호러풍 [레이븐로프트Ravenloft], 그리고 단명했지만 기이했던 게임 [다크 선Dark Sun] 등 모든 D&D 세계를 포괄하는 수많은 게임들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마이크 울프의 지적에 따르면, "([골드 박스]) 게임들은 AD&D의 인기를 잘 활용하여, CRPG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법한 게이머 층까지도 끌어들였다. 내가 아는 CRPG 팬의 대부분은 [풀 오브 래디언스Pool; of Radiace]나 [다크 선: 섀터트 랜즈Dark Sun: Shattered Lands] 혹은 여타의 [골드 박스] 게임들로 RPG에 입문하였다." 바이오웨어의 그렉 제즈 첰은 [골드 박스] 시리즈, "특히 [드래곤랜스]가 자신의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한다. SSI사는 [아이 오브 비홀더Eye of the Beholder]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번 혁신을 시도하여, 유사 3D 그래픽을 전투 엔진에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이렇듯 SSI가 강력한 라이센스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을 무렵, 오리진 시스템(Origin Systems)사 역시 이에 못지 않았다. 리처드 개리엇의 울티마 시리즈는 5편과 6편을 통해 그 창조성의 정점에 도달해가고 있었고, 단명했지만 [월즈 오브 울티마Worlds of Ultima] 시리즈가 등장하여 다소 기이했지만 썩 만족스러웠던 일련의 실험정신을 보여주었다([마시안 드림즈Martian Dreams](1991)과 세비지 엠파이어[Savage Empire](1990)는 아바타를 쥘 베른느[역주-랭보의 남자애인으로도 유명한 베른느는 과학·모험소설의 아버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풍의 장소와 연대로 게이머들을 안내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울티마 언더월드Ultima Underworld]가 등장했고, 이는 그 3D 표현 때문에 종종 [둠Doom]과 [듀크 뉴켐Duke Nukem]과 같은 3D 슈터들의 시조로서 거론되곤 한다.

1988년, EA사(Electoronic Arts)는 인터플레이의 후-묵시록 풍(post-apocalyptic) RPG [웨이스트랜드Wasteland]를 선보였다. TSR의 [감마 월드Gamma World] RPG에게 영향을 받았을 법한 이 게임은 오늘날 [폴아웃Fallout]과 베세스다의 [엘더 스크롤]과 같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진정한 자유도(open-ended)를 갖춘 플레이방식을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제즈 첰은 [웨이스트랜드]가 "개방형 플롯을 갖춘 [고전이 될만한 게임]"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90년대 중반의 몰락

9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 RPG 장르는 붕괴하였다. 이전보다 적은 수의 게임들이 출시되었고 대중들은 더 이상 RPG를 즐기지 않는 것 같았다. 당시의 게임 언론에서도 논의되었던 바이지만, 이러한 "빈곤"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마이크 울프에 따르면, "한마디로 [퀘이크Quake] 때문이고, [둠DOOM]이라고 해도 좋다." 그는 RPG의 쇠퇴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기술의 발전과 게임플레이의 혁명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기술이 진전됨에 따라서, 게임업계는 보다 액션지향적 게임에 초점을 맞추었고, 시장에서 이것이 먹혀들었다. PC 앞에 처음 앉는 사람들이 50페이지 이상 되는 매뉴얼을 읽지 않고서도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시장에서 3D 슈터의 잠재적인 수요는 휠씬 거대했다. 하지만, 마이크는 게임제작이라는 측면에서, 슈터 장르가 보다 쉽고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발매원들이 슈터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본다. "[발매사는] PC RPG 게임 처럼 제작에 많은 시간이 들고 비싸지만, 별 소득도 없는 게임들과 계약을 맺으려 하지 않았다. (비록 일부 개발자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CRPG는 아마도 주어진 인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르일 것이다." 토드 하워드도 이에 동의한다. "여전히 RPG는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값비싼 장르입니다." 또한 제프 포겔에 따르면, "업체들은 RPG 게임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은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출시된 게임들은 조잡했고 [또한] 팔리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업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극복하기 어려운 묘한 부분이었던 셈이다."

데스록은 "혁신이 부족했던 점과 제대로 된 게임들이 부족했다는 점" 두가지를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결국 RPG 장르의 일급 제작사들과 그들의 성공담 역시 마침내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고 말한다. "SSI사는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형태의) 엇비슷한 [D&D 골드 박스] 게임들을 12개 가량이나 출시했고, 빠른 속도로 출시되었던 [마이트 앤 매직] 게임도 서로 가 너무나 비슷해 보였다. [울티마]는 당시 혁신을 이룬 유일한 RPG 게임이었지만, 오리진은 당시의 PC 사양에서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울티마7]의 발매를 취소해 버렸다."

하지만, 이는 단지 숫자놀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메가트래블러MegaTraveler]와 같은 RPG들이 등장했지만, 그 수준은 대개 형편 없었다. [웨이스트랜드] 정도를 제외하고 당시의 성공한 RPG들이 거의 모두 판타지 소설에 기반하고 있었다. 데스록의 설명에 따르면,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검사와 마법사가 등장하는 RPG들에 물리기 시작했고, 그래픽과 게임플레이 역시 점점 비슷해져가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좋은 게임들조차 "그 나물의 그 밥"으로 여겨져 무시당하게 된다.

스코피아는 당시의 다른 측면으로 "[미스트Myst] 시리즈의 엄청난 성공과 전략 게임, 특히 [커맨드 앤 컨커Command and Conquer]의 인기"를 지적한다. 모두들 '다음 [미스트]를 원했다. 게임업계 또한 다른 동네와 다르지 않다. 성공은 모방을 낳았고, 아류들이 넘쳐흘렀다."

정리하면, 쇠퇴의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장르로서 RPG의 매력을 떨어뜨린 수많은 엇비슷한 게임들, 팬들을 떨궈낸 싸구려들의 범람, 발전된 기술에 이끌려 게임시장에 들어온 더욱 많은 초보 게이머들, 그리고 서사적인 RPG 게임들을 게임 판매점과 발매사들의 출시 목록에서 더욱 외곽으로 밀어내는 데 일조한 [미스트](어드벤쳐), [둠](액션), [엑스-윙X-Wing](스페이스 슈터), 그리고 [워크래프트Warcraft](실시간 전략)와 같은 새로운 게임경향의 출현. 하지만, 이전과 같이 좋은 게임이 없었을 뿐, RPG는 여전히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팬들은 거기에 있었고 그들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다리는 것 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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