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타] 내 군대 얘기 하면 다들 욕할거 같아ㅋ 2013.10.23 PM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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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2살때 입대를 했는데요 전방으로 떨어졌습니다. 28사단이었는데...되게 가난한 데였어요.
GOP부대의 특성때문에 자대배치 떨어졌을때 병장 한 명, 상병 한 명, 일병 두명, 나머지 다 이등병이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총 15명이 있었는데 저 포함 동기가 4명이 한번에 들어오고 2주 후에 또 2명이 더 들어와 동기가 6명이었어요.
암튼 그때 분위기가 되게 흉흉했는데 이유인 즉슨 내무부조리다 뭐다 해서 남아있던 병장들 전부 만기영창 보내버리고 갔다 와서 말년휴가 나가있던 상태였어요.
암튼 그 내무부조리때문인지 상호존중의 의미로(아마도) 병사간 경어사용이 지정돼있었습니다.
후임병은 당연히 다른 부대와 같은 평범한 군대식 말투였지만 고참들은 자기분대를 제외한 타 분대원들에겐 말 끝에 ~~요 같은 경어를 쓰게 돼있었죠. 물론 당연하게도 거기도 군대였으니 병사들간에 거부감이 있었고, 중대장급 간부 앞에서만 보여주기 식으로 썼지말입니다.

근데 전 그게 제법 맘에 들었어요. 분대에 한 살 많은 형이 있었는데(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그 형은 누가 볼 때나 안 볼때나 꼬박꼬박 경어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뵤네이병, 점심시간 언제래요?"같은 식으로.
뻑하면 욕먹던 신교대랑 달리 내무실은 널널했고...아니 내무실 뿐만 아니라 새로온 중대장이 당나라 군대라고 할 정도로 내무실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내무부조리도 없어서 저는 경어가 맘에 들더라구요.
그래서 몇 달 뒤 후임병을 왔을때 저도 자연스레 경어를 쓰게 됐죠. 정확히는 그 형과 저만. 그러다가 일병 달때 즈음에 상부 지시로 경어사용 폐지.
저는 다들 불쌍하게 멱살잡혀 군대 끌려온 사람들인데 하대하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어서 XX 씨, 라고 부르면서 생활했죠.(물론 간부 앞에선 반말함ㅋ)
고참들이 경어쓰는거 좀 그렇다 하지 말라며 몇 번 주의를 주긴 했는데 다들 이등병 시절도 같이 보내고- 요상하게 고참 및 간부들한테 평가도 좋아서 딱히 욕을 먹거나 한적은 없었어요. 노력해보겠다며 어물쩡 넘기면서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았죠.
심부름? 그런거 시켜본 적 없고 그냥 뭐 일 있으면 제가 다 알아서 하고 후임병들 최대한 편하게 있게 하려고 했습니다. 뭐 왜 자기들하고 말도 잘 안 하고 그러냐는 소리도 듣긴 했는데, 니들 편하게 있으라고 그냥 냅둔겁니다. 그렇다고 딱히 뭘 직접적으로 도와주거나 한건 별로 없었네요. 걍 신발정리도 내건 내가 한다 정도?

훈련은 두달에 일주일짜리 세번 정도 있는 부대였는데 재수없게 제가 일병 달자마자 소대통신병으로 낙찰^^* 돼서 사람들이 불쌍한 눈으로 좀 편의를 봐줬던 것도 한몫 했을지도 몰라요. 뿐만 아니라 전방인만큼 지뢰매설이니 뭐니 제법 육체적으로 힘든 부대였고 그만큼 딱히 갈굼이 많지 않은 내무생활을 했습니다. 아 물론 제가 갈궈본 적도 없고요.

그러다가 GOP도 올라가고 짬도 차고 같이 이등병 하던 선임들도 병장 달고...그랬는데 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군요. 좋은 쪽으로 변한 사람도 있고 나쁜 쪽으로 변한 사람도 있고요.
이를테면 소대에서 조금 모자란 애한테 어떻게 해야 고참과 후임이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어보는 선임도 있는 반면 지들이 이등병때 고참 적다고 누렸던 혜택들을 당시의 이등병들에게 돌려주는건 반대하는 더러운 쪽도 있었죠. 그것땜에 저랑 의견다툼이 일어나 영창갈 뻔도 했었죠-_-;
그럴거면 애초에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같은 다짐을 내 앞에서 하지 말라고ㅋㅋㅋ

암튼 시간이 흘러 저도 제대를 할 날이 왔고 뭐 전역자에게 하고 싶은 말 같은걸 두런두런 했는데...딱히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평들을 하더군요. 한 녀석만은 이 형 만큼 뒤에서 챙겨주고 정 많은 사람 없는데 다들 몰라줘서 섭섭하다고 참 좋은 평을 내려주...긴 했는데 군생활을 마치면서 느낀건

"뭐 해줄땐 티를 내라."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띠껍다." "잘해주면 호구된다." 였습니다. 끝.
댓글 : 13 개
28사단..같은 연천 옆부대 셨네요 저는 6포병여단 359대대 였죠. (내산리에 있는 부대)
헐 359;;
막줄은 사회 생활도 똑같음
28사단이면 태풍? 신교대로 운행 자주 갔었는데
에휴.... ㅜㅜ

잘해주면 호구된다... ㅜㅜ
28사단 수색대대였었죠.
오ㅋㅋ저도 28사수색대대였습니다ㅋㅋ
근처부대셨네요. 5사단에서 종종 들려오는 28사 자살 소식에 주말을 불안해하며 보냈던 기억이;;;
가까웠군요...연천 5사단 GP에 있었습니다..
28사면 태풍부가여 ㅇㅂㅇ 경례할때 태~풍 했던거 같은데
전곡의 밤은 아름답습니다
82 2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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