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사이야기] 한달에 한번2022.09.01 AM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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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여자 손님이 피자를 사러 온게 아닌

커피를 사들고 남사친과의 고민을 풀러

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주문이 들어 왔습니다.

 

6개월 동안 6번 주문을 했다는

글이 보였습니다.

 

한달에 한번 드시나 보다 라고 하니

같이 있던 여자 손님이 월급날 마다 먹나 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갑자기 머리속에 한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젊은 모습과

젊은 우리 엄마 그리고 엄청 어린 내 동생

 

1989년 정도 였던거 같습니다.

 

아버지가 월급을 받아 오셨던

그날

 

외식이 흔하지 않던 아니 하기 힘들었던

단칸방에 살던 우리 가족이

처갓집 양념통닭 가게에서 첫 양념치킨을

먹었던 그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제 나이 또래의

아빠,엄마가 마주 앉아 맥주를 드시고

치킨집에서 낯선 포크질로

치킨을 먹는 제 동생과 내 모습이...

 

없어도 행복했던 그 시절이

 

 

댓글 : 7 개
그시절이 생각나 피자는 무료로 드렸습니다..? 인가요!
아 그럴껄...

제 기분에 제가 너무 취해있었네요 ㅋㅋ
사실 밥 이외에 밖의 음식을 먹는다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었죠. 당시 가계의 형편들도 그리 넉넉치 않았거니와, 배는 집의 음식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는 게 보통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말씀하신대로 치킨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시장에서 튀긴 통닭- 지금으로 치면 후라이드 치킨을 신문지에 싸서 누런 봉투에 다시 포장을 해오신 경우는 손님이 오시거나 하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그러다 '양념치킨'이란 게 나오고서 배달이 가능해지자, 말씀하신대로 월마다 혹은 아버지께서 아주 기분이 좋으신 날 시켜먹게 되었더랬죠.

상기한 것과 연결이 되는 걸로 식습관에 대한 부분이 있었네요. 고기는 전부 특별한 날에 먹는 귀중한 것이고, 그렇다보니 그것들은 전부 밥반찬이 될 수 있었지요. 사실 80 90년대 초반에는 치킨에 밥을 먹는 것 이 그다지 특이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죠. 보통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을 아침에 데워먹는 것은 예사였으니까요.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치킨에 밥을 먹는 게 이상한 모습으로-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는 것은 속에 부담이 되는 걸로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졸지에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던 이로서는 이상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들기도 했죠. 그러던 것이 우습게도 강산이 몇 번을 지나 지금은 별도의 별미로 사람들 사이에 다시 유행(이것과 비슷한 게 '짜파구리', 과거 mt음식 중 하나였던 게 마치 신기한 문물을 발견한 양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게..)을 하고 있다는 게 묘한 기분이 들 따름입니다.

추억 이야기를 하다 더 나가서 잠시 다른 길로 샜는데.. 요즘은 과거와 달리 풍족한 먹거리가 주변에 넘쳐나는 시기가 된 거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빈곤한 자는 어느 세대나 존재하고, 그로 인해 산해진미에 손을 뻗지 못하는 이들도 어딘가에는 있겠죠. 만약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그 한 번의 기회가 팍팍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스스로를 위로하고 힐링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아마 그렇다면 주인장님처럼 요식업을 하시는 분들께는 자신을 더 자랑스러워하며 내놓는 음식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뭐- 우리끼리 이리 이야기했지만, 정작 그 분이 다이어트나 건강 때문에 달에 한 번 주문했다면.. ㅋㅋㅋㅋ

아무튼 우리 모두 힘든 시절을 보냈음에도 가끔은 그 때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래도 그 안에 가족과 함께했던 따뜻한 시간들이 잠시나마 존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여자 손님 한 분으로 인해 졸지에 추억여행을.. 내일도 장사 잘하시고, 비올지도 모른다는데, 대비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
🫵
👍
🙏
본문도 댓글도 모두 좋네요
참 글 정돈되게 잘 쓰시네요 ㅎㅎ. 요새 보기드문 장문입니다.
사실 한 달에 한 번 다이어트 치팅데...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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