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잣말] 인류의 가치2022.10.12 PM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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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대표의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인류의 가치는 사라졌다.

생물의 다양성을 위해 3% 남짓의 인간만이 보호되며, 그 외 다른 인간은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

로봇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류를 관리했으며, 이는 적어도 인류보다는 덜 야만적이었다.

그럼에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인류의 저항이 이어졌다.

그중 일부는 숱한 희생 끝에 로봇 수어대를 파괴하는데 성공했지만 행성의 새로운 지배자 구태여 보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파괴된 로봇을 복구하고, 훼손된 환경을 정리할 뿐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생이란 단지 기억의 연속성일 뿐이고죽음은 일시적인 단절에 불과했기에 인류의 과격한 행위에 예민하게 굴 이유가 없었다.

산책길에 개미가 발끝을 문 정도의 사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하찮은 일에 불과했으리라.

그 후에도 인류의 파괴 행위가 이어졌지만 그때마다 로봇은 이전과 같이 파괴된 것을 복구할 뿐이었다.


관측 로봇은 이와 같은 파괴 행위들을 기록, 정리한 뒤 의사결정 로봇에게 보고하였으나, 대의회(의견 다양성을 위해 각 기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도록 설계된 의사결정 로봇 모임)에서는 인류는 조금 성가시고, 시끄러운 존재일 뿐, 현재 대응 방안을 바꿔야 할 만큼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댓글 : 1 개
숀?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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