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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로칼랭 - 로맹 가리2014.08.04 PM 09:46
대도시 속에서 더 치열해지는 고독.
이방인으로 살아가다 결국 열렬한 포옹이 필요해지고 마는 프롤로고멘 상태의 인간.
모두 같은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길 바라는, 동물원 같은 세계, 파시즘에 맞서서 살아가는 진정한 자유로의 열망
예전에 부장이 동료 직원에게 "그 사람은 아무도 마음에 두질 않아." 하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그 말 때문에 보름 동안 괴로워했다. 나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해도, 내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는 사실이 바로 나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그로칼랭이라 이름 붙인 내 비단뱀과 있을 때는 다른 느낌이 든다. 내가 받아들여지고 존재에 둘러싸인 기분이 드는 것이다. 부모가 죽은 것이 확실할 때 남들은 어떻게 위안을 받는지 모르겠다. 비단뱀이 내 몸을 감아 허리와 어깨를 꽉 조이며 목에 제 머리를 기댈 때 눈을 감으면 다정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것이 내가 온몸으로 열망하는 불가능의 끝이다. 말해두지만, 나는 항상 팔이 결핍되어 있다고 느꼈다. 팔 두 개는 허전하다. 팔이 두 개는 더 있어야 한다. 비타민 결핍이라고 할 때의 바로 그 결핍이다.
우리에게 신이 부족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신은 아랍의 석유보다 더 흔하니 마음껏 가져다가 사용만 하면 된다.
그녀는 아주 예쁘다. 상상 속에서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만 더 거리감이 느껴질까봐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집에 비단뱀만 없다면 내겐 여자가 엄청나게 많았울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은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나를 위해 일반적으로 거부되고 배척받는 파충류를 기른다는 식으로 넘겨짚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비단뱀을 기르는 이유는 사랑할...... 아니, 용서해주기 바란다. 그것은 이 글의 본 주제인 박물학을 벗어나는 이야기다.
그래도 잠시 망설였다. 나는 나약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약함에 엄청난 힘이 있어서 저항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잘 모른다. 나도 내 비단뱀에만 관심이 있는 이기주의자로 보이기는 싫다. 같은 맥락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노벨문학상을 주려고 드는 부류도 아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 체온은 36.6도인데 영하 5도 정도로 느껴진다. 이러한 열 부족은 언젠가 아랍인과 상관없는 새로운 에너지가 발견되어 치유될 것이고, 과학은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으니 언젠가는 콘센트에 접속만 하면 사랑받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기 껍질 속에서도 불편해 하는 것은 그 껍질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부 말이 맞다. 나는 미국적인 잉여 상태로 고생하고 있다. 나는 잉여라는 병에 걸렸다. 나는 이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세계는 흘러 나가지 못해 공격적으로 경쟁하게 된 사랑의 초과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요새 안에서 엄청나게 축적된 애정의 자산이 쇠퇴하고 손상된다. 요도 겸 생식기 말고는 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애정을 절약하고 저축해온 소산이다. 그래서 스테그플레이션 같은 문제가 생긴다.
나는 가끔 모든 사람이 입술을 움직이지만 실제 흘러나오는 대사와 잘 맞지 않는 더빙된 영화 속에 사는 기분이 든다. 촬영 후에 녹음하는 가끔 녹음이 아주 잘되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평생 사랑을 기다려온 사람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계점 주인은 곧 다른 '고급' 시계를 권했다.
"이건 태엽을 감아줄 필요도 없습니다. 수정 시계라 일 년 내내 가니까요."
"오히려 내가 꼭 있어야 하고 내가 잊어버리면 멈춰버리는 시계를 찾는데요. 나만의 것 말입니다."
타성에 젖은 사람이 다 그렇듯 주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는 허전해질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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