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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가 사는 이야기] 우리 아빠랑 너네 아빠 바꾸고 싶어.2013.06.17 PM 11:27
만보를 걷고 지쳐서,
밴치에 앉아 달려드는 모기를 거인이 입체기동중인 인간을 붙잡듯 하고 있을 때였다.
많아 봐야 7살 전후로 보이는,
내발 자전거를 탄 남자 아이와 퀵보드를 탄 여자 아이가 지나가며 말하는 것이
불현듯 귓가를 스쳤다.
자전거에 탄 남자 아이가 칭얼거린다.
"우리 아빠랑 너네 아빠 바꾸고 싶어."
"왜?"
여자 아이는 별로 놀란 기색이 없는 음색으로 쿨하게 되물었다.
그러자 남자 아이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맨날 일찍 들어오잖아."
"....."
여자아이는 잠시 말이 없었지만, 곳 남자아이에게 되묻는다.
"그럼 넌 너네 아빠보다 우리아빠가 더 좋은거야?"
"...응?"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는지, 남자 아이는 조금 당황한 듯 보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남자아이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했지만 말을 이어갔다.
"음...그런건 아닌데..."
"그럼 넌 너네 아빠가 싫은거야?"
"...."
남자 아이는 힘차게 밟던 자전거의 패달을 잠시 멈추었다.
그러자 여자 아이도 그 곁에 멈추었다.
조금 지난 후 들려오는 남자 아이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고뇌가 느껴진다.
"...아니, 그건 아닌데..."
여자 아이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 입을 닫고 있었다기 보다는,
아이의 가족이 산책을 그만하고 이제 들어가자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남아있던 남자 아이는 선 자리에서 잠시 멈추어 있더니,
반대편의 조금 떨어진 밴치에 앉은 어느 덩치 큰 남성을 향해 왠지 힘이 빠진 듯 다가갔다.
어둡고 내 자리와는 멀다보니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남성이 자전거에 앉은 아이를 안아서 옆에 앉게하더니, 한팔로 아이를 끌어안았다.
척 보기에도 그는 남자 아이의 아버지로 보였다.
이후 자리를 떠난 나에게 부자(父子)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들이 어린 마음에 단순간의 감정으로 아빠를 싫다고 했지만
그걸 추궁당하자 순간 고뇌할 만큼 그 남성은 좋은 아버지인 것이 확실해 보였다.
나에겐 평생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기에,
조금은 남자 아이가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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