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케가 사는 이야기] 어느 편의점의 설교 노인 이야기2016.10.11 AM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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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개인적인 일을 끝마치고 학원 옆 편의점에서 요기나 하고 학원에 들어갈 심산이었는데,

피곤한 기색이 보이는 노인이 들어와 소주를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다.

그리고 계산 전 병을 유심히 살피더니 계산대의 사장님(아주머니)에게 말을 꺼냈다.

 

노인 "이거는 17도네...여기 16.8도 소주는 없나요?"

 

사장님 "네...냉장고에 없으면 없어요."

 

다시 병을 유심히 살피던 노인은 냉장고로 가더니,

자신이 가져왔던 병을 집어넣고 다른 병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말 대로 자신이 찾는 것은 없는지, 다시 소주병을 들고 계산대로 다가섰다.

 

노인 "나온지가 한달이 되었다는데 왜 없습니까?"

 

사장님 "여기 물건을 보내주는게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그래요..."

 

 

노인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다시 소주병을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조금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노인 : 아니, 그 소주가 나온지 한달이 되었다는데  왜 없습니까?

 

사장님 : ...........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음에도 똑같은 질문을 다시 받은 사장님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주 오던 가계라 알고 있었지만 사장님은 꽤나 성격이 좋은 분이셨다.

김알케도 가끔 음료나 과자등을 먼저 사고,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대펴서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면

밝게 웃으면서 그런건 따로 물어볼 필요 없다고 대답해주시는 그런 분이었다.

그런 사장님도 손님이 저렇게 나오니 곱게 봐줄 수는 없는지, 약간 화가 난 기색이 보였다.

 

 

사장님 "아니,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 물건은 제가 주문하는게 아니라 본사에서 보내는..."

 

노인 "손님이 새로운 걸 원할 수도 있으니 새로 나온건 미리 주문해야 되는거 아닌가?"

 

사장님 : ..............

 

노인 "왜 그리 바뀌려 들지 않아~ 재빨리 바뀌어야지 장사도 하고 그러지!"

 

 

...노인의 입에서 뭔가 명언 같은게 나왔다.

그런데 남의 대답을 끊어가면서 까지 한 말이지만, 듣고 있자니 참 기가 차는 말이었다.

사장님이 말 대로 프렌차이즈인 편의점은 각종 제휴 이벤트나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점주가 신제품 나왔다고 막 주문넣어서 받고 하는 개인 운영의 슈퍼 같은 곳이 아닌걸로 아는데,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설명 해주어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일단 언성을 높이는 사람이

편의점 사장님에게 "바뀌려 들지 않는다"며 설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설마, 말로만 듣던 그 갑질이란 것일까.

 

 

노인 "손님이 이런 저런거 요구할 수도 있고, 한달 전에 나온걸 찾을 수도 있잖아"

 

"발빠르게 손님에게 대응해야 장사를 잘 하는거지 왜 그게 아직 없어"

 

"빨리빨리 바뀔 줄 알아야지~"

 

 

또 똑같은 말이 반복되자, 사장님의 표정이 다시 한번 변했다.

약간 놀란 표정에서 뭐 저런게 다 있나 싶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고 노인에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위의 대사를 정확이 3번 더 반복했지만

사장님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재미(??)가 없는지, 뭔가 중얼중얼 거리며 결국 손에 들고 있던 소주를 계산했다.

그렇게 등을 돌리고 출구로 다가서던 노인은 뭔가 생각 났는지, 다시 계산대로 돌아갔다.

 

노인 "담배 저거 줘봐요"

 

사장님 "몇 밀리요?"

 

노인 "일미리...아니 영점 일미리...아니 일미리"

 

사장님 "....."

 

 

그렇게 노인은 몇번 담배를 이것 저것 바꾸더니, 결국 담배도 사서 떠나갔다.

노인이 나가자 사장님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님이 분명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프렌차이즈 편의점에 와서 자기가 원하는 물건이 없다고 "바뀌어야 된다" 라고 설교라니,

롯데리아 가서 왜 버거킹 와퍼 안파냐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꼴이 아닌가.

거기다 마지막의 졸렬한 담배 괴롭히기 까지...

 

그 모습을 보니 이 나라 서비스업이란 얼마나 헬 오브 지옥인지 알 거 같았다.

그리고 김알케는 절대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지구.png

 

댓글 : 15 개
저 정돈 양반이네요 뭐. 그냥 지나가면서 봐도 온갖 이상한 인간들이 있는데 계속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떨까 싶음. 심지어는 자기가 소주 사서 계산하고 들다가 놓쳐서 깨졌는데 방금 산 물건 깨졌으니 새물건 줘야 하는거 아니냐며 따지는 인간도 있더라고요.
저 정도면...그래도 뭐 양반인 수준이라고 생각되는게 무섭네요.
뭘 깨거나 부수거나 사람한테 뭘 끼얹거나 하진 않았네...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
엥 편의점 사장 자기가 원하는거 발주될텐데....

물론 본사에서 이거 주력으로 팔아라는 있지만

저희동네 사장님은 그래서 일단 신제품나오면

보름정도는 발주해서 실험하시던뎀
제가볼때 사장이 임기응변으로 말로 설명해봤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판단하고 상대하기 귀찮으니 빨리 보낼려고 지어낸 이야기같군요 (일반 사람들은 모르죠 물건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 Pax
  • 2016/10/11 AM 03:19
발주 가능한 모든 품목을 단 한 종류씩만 발주해도 매장 몇 배를 채웁니다.
그래서 발주를 기본적으로 매장자율로 맡기는 거지요. 그 동네에서 잘 팔리는 걸 운영자가 알아서 고르라고.
당연히 잘 팔리는 순위로서 매장을 채워야 합니다. 저렇게 어쩌다 한 번 정도의 수요가 있는 거 말고요.

저런 막무가내성 요구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면 그건 장사 곧 접을 사람입니다.
저게 그나마 양반이라고 봐야한다는것이 참 더욱 안타깝네요.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ㅈ 노인은 매너있는 척하는 진상일 뿐입니다.
노인 입장에서 보면 편의점 시스템에 무지하니, 일방적인 생각이라는 건 이해하는데
이러나 저러나 진상인 건 변함없네요
영감탱이 ..저런 영감탱이는 평생 안바뀜.
스테레오 꼰대 으으 존나 싫다
진짜 양반이네 그래도 말로만 그러니..
저희 동네 보니까 아주 죽이려 들던데 ㅋㅋㅋㅋㅋㅋ 결국은 사장님 열 받아서 벌금 먹이던데
반전같은거 있는줄 알았는데...
그렇게 딴사람 빨리빨리 바뀌는거 좋아하면서 지는 왜 설명을 해줬는데 빨리빨리 못 알아 먹고 똑같은 얘기를 또하나?
없으면 딴데가서 살것이지 왜 난리야
닥치고 다른 가게를 가는 방법도 있는데, 아가리를 열어서 꼭 기분 나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 많습니다.
  • bosss
  • 2016/10/11 AM 08:59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저런 불필요한 인간은 비슷한 부류끼리 모아서 따로 섬에다 버려버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암보다 더 나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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