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살처분에 대한 잡생각2011.09.01 PM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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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상당히 지난 일이긴 하다.
지난 겨울 구제역의 확산으로 수많은 가축들을 생매장 했던 일.

인간이 어떤 이유이든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일 경우는 있을 것이다.
다른 동물 또한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이는 경우도 있으니까.

다만 내 의문은 왜 저렇게 동물들을 죽여야만 했냐는 것이다.
저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대안이 존재하는 문제였다.

규정까지 어겨가며 생명을 앗아야 했다면 분명 우리에게 그럴만한
'치명적인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냥 급해서 그랬다는 건 변명이 되지 못한다.

동영상 하나를 보자. 낯간지러워보이는 멘트가 거슬린다면 그냥 동영상 자체만이라도 보면 좋겠다.




댓글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누구를 위한 생매장이냐고? 물론 우리 인간을 위해서다. 물론 매몰과정에서 흙을 너무  얇게 덮어 매장된 돼지 사체들이 노출되고 돼지 핏물 똥물이 유출되어 지하수가 오염되게 만든 것은 큰 문제점들이었다..그러나 사람이 살려면 어쩔수없는법. 돼지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고통없는 안락사가 필요하겠지만 질병전염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잔인하지만 빨리빨리 바로 살든 죽었든 묻어버리는게 최선..다만 확실한 조치없이 너무 성급하게 빨리빨리식으로 해치운게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했다..돼지가 불쌍한건 어쩔수없지만..돼지고기 안먹고 어케살라고..내가 뭐 무슬림도 아니고'

- iloveUSAXXXX 1개월 전

인간이 발병하면 생존확률이 매우 낮은 콜레라나 흑사병이 원인이었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돼지고기 못먹으면 안되니까 빨리빨리 죽여야 한다는 저런 저열한 논리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돼지들을 끔찍하게 산 채로 죽여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복무 중 회식을 위해 돼지를 잡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해머에 맞은 돼지가 제대로 기절하지 않아 농장 할아버지가 멱을 따는 데 무척 고생을 했었다. 물론 우리는 처음으로 커다란 동물을 죽인다는 그 충격때문에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기에 저런 실수를 한 것이다. 담배를 물고 멍하니 있는 우리들에게 농장 할아버지가 '생명 하나를 앗는것도 이렇게 무섭고 힘든 일이다. 너희는 늘 먹는 고기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라.'는 요지의 말을 했었는데 크게 공감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인간은 동식물을 꾸준히 먹어야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때문에 우리가 먹는 동식물을 마구 해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살기 위해 생명을 앗아가도 된다는 논리는 우리가 살기 위해 다른 인간까지도 해할 수 있다는 극단적 악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잊지 말자. 우리는 다른 동물보다 더 똑똑할 뿐이지, 그네들의 신이 아니다.
댓글 : 7 개
아무튼 이제 큰 일 났어요... 지하수는 둘째치고 토양오염은 또 어쩔건디...
Smart CHO // 어리석은 판단은 항상 댓가를 치르게 마련이죠. 아직까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전혀 보도가 되고 있지 않으니 오히려 더 걱정이 됩니다.
에휴... 올해 겨울되도 걱정 내년 여름되도 걱정
이미 걸린걸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렇게 살처분하는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살처분 하는 방식에서 이미 욕을 먹을대로 처먹어서..)
(약으로 치료하려면 이미 돈이 장난이 아니고...)

저렇게 묻지 않고 안락사 시키는 방법 또한 안락사에 들어가는 돈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문제는 여러가지가 많이 있더라고요....


못먹어서 죽이는게 아니라

"구할 돈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 엄청난 전염성"때문에 죽였던 겁니다...

알고나니 할말이 없더라고요..
청오리//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걸린 건 도로 나을 방법도 없겠지요.

하지만 안락사 비용이 천문학적인지 어떨런지는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나오면 관련자가 아닌 3자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겠지요.

전염성이 엄청나기에 죽여야했다는 이유가 이해는 갑니다만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人獸共通傳染病)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감염될 것을 염려하여 격리가 불가능한 경우, 죽이는게 불가피하겠지만 당장 인간이 감염되어 죽을 치명적인 병도 아니었는데 방역대책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채로 동물을 구덩이에 몇천 두씩 묻는 행동은 결코 옹호할 수 없죠.

게다가 결과적으로는 수질 및 토양오염의 원인이 되어 도리어 더 큰 경제적 비용을 치를지도 모르는 상황이구요.

감상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하신다면 달리 할 말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경제적인 이유 하나로 최선이 아닐 수도 있는 판단을 가지고 동물에게 가혹한 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점을 저로서는 용납하기가 힘들더군요.

못먹어서 죽인다고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을 먹고 사는 행위로 동물을 기르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걸 마구 생각없이 죽일 수 있는 물건쯤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리님 말씀이 현실이긴 한데 그 문제에 대해선 너무 씁쓸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 949N
  • 2011/09/04 PM 07:33
만 단위에서 대책이 달라야 할 것이고, 10만 단위에서의 대책이 달라야할 것이며, 이처럼 300만 단위에서의 대책은 달라야 할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야 했을 것이나... 분명 살처분 예상 수가 실제 살처분 하기 전에 보고에 들어갔을 터, 그런데도 300만 단위를 전부 묻어버렸다는 건 이미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겠죠. 혼선때문이었는지 혹은 무능했는지는 아마도 나중에 알게 되겠지요. 혹은 묻힐 지도 모릅니다만.

어린 돼지의 경우 치사율이 반 정도로 높지만 성체의 경우 치사율이 5% 밖에 안 된다는 것은 둘째 문제일 겁니다. 정말 세간 어딘가에서 이야기하듯 매몰 대신 백신할 경우 [백신 미사용 청정국] 지위를 잃어 수출이 거의 안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300만이란 거의 대부분을 땅에 묻었다면, 이건 참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일일 겁니다. 결국 상황 종료 후에는 팔 돼지는 커녕 씨를 이어갈 돼지 조차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너무나도 많은 지역이 구제역에 침범당한 탓에, 정말 의미없는 타이틀인 청정국 지위가 되어버렸는데 말이죠. 마지막엔 살아 남은 전부를 백신해버렸으니 그 무의미함은 이를 데 없군요.

불가에선 업을 쌓는다며 살생을 피하라 하였다는데, 그 '업'이라 칭해지는 죄의식은 불교 이전에도 있어, 대지에 사냥하거나 도축한 동물의 일부를 바치는 의식을 하여 죄의식을 없애고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사냥감을 얻게 해달라는 목적도 있었다지요) 여하간 가까운 조선시대에도 동물을 죽이는 것에 대한 그런 업을 백정에 떠넘기고 두려워하거나 멀리하며 천시했던 분위기가 있었던 걸 보면, 그런 죄의식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계속 이어졌다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현대에 이르러도 실험실에서 실험당해 죽어나간 동물들에 대해서 위령제를 지내는 것을 보면 ...

여하간 300만이란 살아있는 동물을 생매장하는 걸 바로 옆에서 보다 모자라, 그걸 실행했던 사람들이 느꼈던 스트레스는 엄청났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먹이를 주어 키운 소나 돼지를 살처분한 농부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우리에게 생명을 무의미하고 잔인하게 처분할 권리란 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권리가 있던 없던 어떤 업이든 죄의식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분명 적은 수가 아닐겝니다. 참 끔찍한 사건, 그리 느낍니다.
949N// 매우 공감합니다. 특히 처음 말씀하신 부분은 정말로 행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듯합니다. 만약 '청정국 지위'라는 것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면 더욱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되겠지요.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당연히 모자랄 수 밖에 없지만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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