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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언제나, 늘 그래왔듯2012.08.20 AM 12:57
간만에 여유가 생겨 영화를 보았다.
한참 바쁠 때는 쉬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마음이 불안했는데
오늘은 다 잊고 극장에서 편한 마음으로 보자는 생각에 표를 끊었다.
배우들이 속고 속이고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였다.
영화 내용은 무난하게 재미가 있었지만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내게는 속고 속이는 저 모습들이
언제나 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식당 주인과 주방장의 관계와도 같달까.
사회에 나와,아니 어린 시절부터
늘 보고 살았던 것들이 저런 것들이니.
일의 종류와 서로의 관계만 달랐을 뿐.
사람들은 늘 서로를 속이고 또 누군가에게 속고
그렇게 이용당하고 이용하며 살아가는데.
학교를 다닐 때부터
애초에 기업에 취직한다는 목표 같은 건 없었으므로
항상 밖에 나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고 배우며 지냈다.
그래서인지 항상 나보다 연배가 훨씬 높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내게 보여준 세상은
서로를 기만하는 거짓의 세계.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런 것들도 두 눈 질끈 감고 견뎌내야할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위에 서면
그것들을 부숴버리면 되니까.
세상은 더럽다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하고 살기는 어렵다.
세상엔 분명 좋은 사람들도 많고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악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잘 없기 때문이다.
허나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서로를 속이고 나쁜 일을 하게 된다.
경험적으로 비추어 볼 때,
애초에 속부터 썩어빠진 인간은 잘 없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의리 있고 타인을 위해 산다고 말한다.
허나,성격이 우유부단하거나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면
스스로의 철학을 배반하기 쉽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도
누군가 자신을 속였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을 선택하려고
내가 짊어질 댓가를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나를 속이는 사람이다.
선택이 그 사람을 만든다.
고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큼은 거짓 없이 살고 싶었다.
꽁꽁 숨기고 마음앓이 할 바에는
애초부터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도록 했고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가 어떻든간에
내 스스로 감당하려고 애를 썼다.
허나 가끔은 회의가 든다.
나조차도 누군가를 기만하고 이용하려 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더 나은 세상이 내게 있다고
희망을 가지고 이겨내려 노력하지만
힘들 때는 마음 한 구석 기댈 곳조차 없었으니
가끔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 회의를 억누르고
혼자서 이겨내고 또 이겨내려고 한다.
언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서
그렇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던가.
난 항상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 믿으며 살아왔다.
힘든 일이 있어도 손을 잡아주길 바라기 보다는
스스로 땅을 짚고 일어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내 마음 속에 있는 이런 어둠을
감싸줄 존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기대한 적도 별로 없다.
내일이면 분명히 나는 또
밝은 모습으로-그것이 실제이든 가장이든-
사람들을 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또 다른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언젠가 그런 사람이 내게 왔을 때,
모든 것을 바칠 거라는 희미한 희망만큼은
놓지 않고 살아야겠지.
댓글 : 8 개
- Michale Owen
- 2012/08/20 AM 01:03
ㅍㅍㅅㅅ!!!
- 次元大介
- 2012/08/20 AM 01:09
Michale Owen // 우문현답이구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구름 _
- 2012/08/20 AM 03:37
빛과 어둠을 주고 無를 얻었습니다.ㅠㅠ
- 次元大介
- 2012/08/20 AM 10:12
구름 _ // 누군가에게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었을 때, 우린 아무것도 얻지 못한걸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걸 이해하려고 했던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겠지요. 언젠가는 분명 無가 아닌 다른 걸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는 생각을 하면 세상을 살 이유가 없어질 것 같아요.
- 버섯먹는마리오
- 2012/08/20 AM 10:44
철학적이구먼요
- 次元大介
- 2012/08/20 AM 10:57
버섯먹는마리오 // 걍 허세부리는겨. 허세쀼세허
- 최강 루시스
- 2012/08/20 AM 11:42
우리도 늙으면 그럴까?난 아직 순수함을 지키고 싶어~
- 次元大介
- 2012/08/21 AM 12:33
최강 루시스 //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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