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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동생이 쓴 글을 읽고2014.04.01 PM 03:39
처음 가게를 열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돈을 벌어보자는 것도 아니었고
딱히 대단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네들이 언제든 찾아와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난 음식을 파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아무리 주방경험이 있었어도
처음으로 가게를 여는 것은 어려웠다.
인테리어부터 가게 이름,메뉴까지
무엇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처음 목표한대로
나만의 가게가 아닌 '우리'가게를 만든다는 생각에
쉴틈도 없이 움직이며 이리저리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러나 일이란 것도 인연이란것도
생각처럼 풀리는 게 아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였다는 것을
가게를 열기도 전에 깨달았다.
인연이라 생각했던 사람과는 멀어져버렸고
가게 운영은 만만히 생각한만큼 어려웠다.
겨우내 몸고생 마음고생이 너무 심해져서
아무에게도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내가 뭐한다고 여기에 가게를 차려서 이러고 있나'하는
그런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
목표를 잃은 것 같아 허무했고
이리저리 겪는 시행착오가 너무 피곤했다.
그렇게 힘든 겨울을 겨우 넘기고 나니
돈의 문제를 떠나서 한편으로는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살면서 이런 고생을 언제 해보겠는가
이 정도 시련을 겪고 나면 나중엔 큰 여유가 생길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게다가 생각보다 많은 루리웹 친구들이 가게를 찾아줬고
항상 와서 내게 힘이 되어준다.
한 번씩 불만도 생기고 부딫히는 일도 있지만
나와 같이 일을 하는 친구들은
자기 가게처럼 나를 도와준다.
오늘 점심을 마치고
동생이 쓴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그냥 평소 생각대로 가게를 꾸렸을 뿐인데
동생이 저렇게 세심히도 나를 지켜봐줬구나.
나는 도와준 동생한테 뭐 하나 똑바로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결심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여기서 가게를 하는 동안은
항상 처음처럼 그렇게 가게를 꾸려갈거라고.
'여태까지 그래왔고
아패로도 계속.'
나를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여태껏 그래왔듯
되지도 안한 꾸밈으로 어필하기보다는
좀 모자라고 어설퍼보여도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임하고 싶다.
그래야 부끄럽지 않으니까.
댓글 : 9 개
- 속사포중년랩퍼
- 2014/04/01 PM 03:44
어차피 못챙겨준 동생은 이미 지난 일이고
나 좀 챙겨줘
나 좀 챙겨줘
- 次元大介
- 2014/04/01 PM 03:50
속사포중년랩퍼 // 와 지금도 장난아닌데예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구만은!
- 속사포중년랩퍼
- 2014/04/01 PM 03:51
次元大介 // 어데 지극정성이고;;;; 하나도 못느끼고 있다+_+
- 게임셰프
- 2014/04/02 PM 01:03
화이팅! 입니다! ^^*
음식 맛에서도 돈맛이 아닌 정성과 애정이 들어간 맛으로 가득할 것만 같습니다!
꼭 가볼께요! ㅎㅎ
음식 맛에서도 돈맛이 아닌 정성과 애정이 들어간 맛으로 가득할 것만 같습니다!
꼭 가볼께요! ㅎㅎ
- CooCooA
- 2014/04/02 PM 05:02
지금이라도 늦지않았다
우리집와서 청소랑 빨래쫌
우리집와서 청소랑 빨래쫌
- 次元大介
- 2014/04/04 AM 01:30
속사포중년랩퍼 // 아쿠아젤로의 알 사건만봐도 제가 형님을 어떻게 모시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 次元大介
- 2014/04/04 AM 01:31
게임셰프 // 아직 많이 모자란 놈입니다.
그래도 정성을 다하도록 애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
그래도 정성을 다하도록 애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
- 현탱™
- 2014/04/04 AM 05:00
음.....이 무슨.....
노력한게 있고 일군게 있으니 욕심 좀 부려도 됩니다. 아니 그래야 됩니다.
미래에 결혼도 하시고 가게도 꾸준히 잘되고... 남들처럼 평범하고 행복한 가게가 되길 원함...
알거나 친한 사람들이 와도 애써 챙겨주지 말고 그저 태연히 왔냐고 인사 정도만 해주세요.
가끔은 화도 내고 풀고 독해지고... 혼자 끙끙대지 마시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가게를 지켜가길...
괜히 읽을때마다 가슴이 아른거리네...
노력한게 있고 일군게 있으니 욕심 좀 부려도 됩니다. 아니 그래야 됩니다.
미래에 결혼도 하시고 가게도 꾸준히 잘되고... 남들처럼 평범하고 행복한 가게가 되길 원함...
알거나 친한 사람들이 와도 애써 챙겨주지 말고 그저 태연히 왔냐고 인사 정도만 해주세요.
가끔은 화도 내고 풀고 독해지고... 혼자 끙끙대지 마시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가게를 지켜가길...
괜히 읽을때마다 가슴이 아른거리네...
- 次元大介
- 2014/05/04 AM 12:31
현탱™ ?// 고맙다 탱아 댓글을 이제야 읽었는데
괜히 미안하고 고맙다.
마냥 동생같고 귀엽기만한 녀석인줄 알았다만
이렇게 진중한 얘기로 사람 맘을 움직일줄도 아는구나.
가게 올때마다 외치는 너의 명대사 `아 왜안사!`가 생각나는 밤이다.
괜히 미안하고 고맙다.
마냥 동생같고 귀엽기만한 녀석인줄 알았다만
이렇게 진중한 얘기로 사람 맘을 움직일줄도 아는구나.
가게 올때마다 외치는 너의 명대사 `아 왜안사!`가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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