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그래도 우리는 큰다.2014.08.28 AM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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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형과 카톡을 하는데
괜히 쓸데없이 징징거렸다.
난 틀렸어...이제 사랑같은 거 안할거여
뭐 그런 식으로 말했는데
니가 뭐 못나서 그러느냐
과일에도 제철이 있듯
사람에게도 각자의 순이 있다고 말하셨다.
그냥 그 말을 볼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시간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참 놀라운 말이라 느꼈다.


가게를 열고
그동안
너무 심한 절망과 무력감에 빠져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고,
절대로 좋아했던 사람을 못 잊어서
매일매일 허우적대기만 하다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 같고
제일 억울하고 바보인줄 착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저 한 마디를 들으니
첨에는 참 영혼없는(?) 덕담이란 생각이 들다가
저 형의 내공이 실린 말임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건 같은 고민을 하고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저런 고민은 누구나 하고 사는 평범한 고민이니까.



그래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매일 만나는 터전을 만드려고
가게를 여기 시작한 건 맞다.
그런데 그건 사실 그 사람이 정말 바란것도 아니고
그냥 내 생각으로 했을 뿐이고
내가 하고 싶어 한 일이다.

그렇게 이별을 맞았다해도
난 여기에 좋은 가게를 차렸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고
좋은 음식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아무리 내 처음의 목적을 잃었다 할지라도
훌륭한 일이다.

또한 내가 사랑에 실패했다 해서
못난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사랑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예전에 그 사람과 약속을 했었다.
같이 커 나가자고.
서로 보지 않게 된 이후로
나는 그 약속을 애써 잊고 지냈다.
크긴 뭘 크냐고 이제와서 뭘 어떻게 하냐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잘 되든 못 되든
내가 정말 그 사람을 좋아했었다면
그게 나쁜 경험이든 좋은 경험이든
나는 거기서 얻는 것이 있는 것이다.

애써 그 때의 좋지 않은 기억들에
욕을 퍼붓고 빌어먹을 경험이었다고 폄훼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것 또한 내가 커 가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자라는 것이다.

그게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는 일이다.
엄청나게 놀랍고 신비한 경험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내가 미친짓을 했다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도 없는 것이고.
나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게 되는 거다.

애초에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뭐든 혼자 할 수 있고
혼자 있는게 두렵지도 않다.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이 험난한 세상에
같이 갈 수 있고,
의존이 아닌 의지할 수 있는
멋진 동반자 하나쯤은 있어야
정말 행복한 삶 아니겠는가.


그래서 다짐해본다.
난 어떻게든 커 나갈 것이고
이 가게의 이름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잘 지켜나가볼 것이라고.

간판의 이름도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한 이름이 아니고
잘 지켜달라 부탁받은만큼
자랑스런 이름이라 생각한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그 형 덕에 그 단순한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기에
이렇게 일기로나마 남겨 본다.
댓글 : 2 개
그런가.....나는 그래도 내 자신이 싫은데
매번 그러니 정말 바보인거같아서 병신인거같아서
또 그럴까 걱정이다
힝....전 제자리 걸음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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