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어떤 조사2016.12.26 PM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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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지였다.
코를 박고 납작 엎드려 사랑을 구걸했다.
딱딱한 애정 한조각
어쩌다 흘린 미소 한 푼에 감지덕지했다.

나는 개였다.
걷어차이고 돌을 맞으면서도
요요요 불러주기만 기다렸다.
부러져라 꼬리를 흔들며
피멍 든 주둥이로 네 손을 핥았다.

- 강무순, 어떤 조사

 

 

 

언젠가 본 저 시가 갑자기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만나는 여자가

참 많다는 걸 깨달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닭장 속에서

세상의 전부가 거기라 믿고 살다가

어느날 아침,

남의 식탁에 올라가 있는

닭보다도 못한 삶을 선택했었다.

 

그 선택을 포기한 순간

내게는 너무도 많은 기회가 생겼다.

 

처음엔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서툰 요리사같았지만

경험은 체계를 만든다.

 

물론 아직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매일 고민하며 사는

삶의 햇병아리다.

 

결국 병아리도 닭인건 맞다.

하지만 닭장 속에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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