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러 리뷰] 월드워 Z.2013.06.22 AM 02:14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일단 디지털로 메가박스에서 봤습니다.

스포는 가능한한 자제하겠습니다.

원작은 철저히 배제하고 본편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원래 좀비 영화는 B급 영화의 정점과 같은 장르입니다.

그 정체성과 작법, 클리셰는 호러 영화에 뿌리를 두었으나

이젠 그 호러, 고어, 스플래터 무비의 울타리를 벗어 나와 그 하나로서

하나의 장르로 군림 할 정도의 커다른 인기를 지닌 소재가 되었죠.

더이상 호러 세부 장르로서는 가두기 힘든 상황에 이르릅니다.

웜바디스라는 좀비 연애물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좀비 영화 자체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등장했습니다.

흑백 영화 시절에도 이미 존재했지요. 조지 로메오 감독의 3연작

의 첫영화를 생각해보세요. 1920-30년대의 러브크래프트의 고딕호러

소설에서도 좀비 혹은 언데드, 구울에 가까운 가까운 존재가 나옵니다.

좀비 자체도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크리처인것이죠.

물론 일반적인 좀비의 기원은 아이티의 흑인노예 겠지만요.


과거의 좀비영화는 부두적이거나 혹은 SF 오컬트 적인 모습이 강했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리애니메이터를 원작으로한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From Beyond)나 대놓고 네크로노미콘을 등장시킨

샘레이미의 이블데드를 봐도 좀 더 오컬트 적입니다.

고딕호러는 러브크래프트 적인 코스믹 호러에 충실하지요.

피터잭슨의 데드 얼라이브도 부두적인 원인에 의해 좀비가 전염되지

않습니까?

이런 클래식 들을 뒤로 한채 좀더 현실적인 좀비가 등장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 시대입니다.

좀비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현실적인 해석과 더불어 영화가 세련되지기 시작했죠.

그 시점을 간단히 찾긴 쉽지 않지만

대부분 잭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와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후가

등장한 시기를 뽑을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좀비는 무려 뜀박질을 시작하기도 했죠.

B급 저예산의 상징이었던 좀비 영화를 한숨에 스타일리쉬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만든 잭스나이더와 본격 좀비보다 인간이 더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 보이는 대니보일은 좀비 영화를 대중영화로 확장시켰습니다.

CG와 특수효과의 발전, 헐리우드 자본의 투입은 좀비 영화 들을 단순한 장르 영화에서

높은 실적의 상업로 만들어 놓습니다.

신인인 잭스나이더는 스타 감독이 되었고 거장이었던 대니 보일은 서스펜스 무비의 대가로 거듭났죠.

재기발랄한 신인 감독의 등용문이던 호러 영화는 그 등용문 자리를 좀비영화에게

물려주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완성형의 감독들도 도전할만한 장르임을 증명해 낸것입니다.

에드가 라이트도 숀오브더 데드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으며 액션 마스터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플래닛 테러로 역대급 좀비 액션 무비를 만들어 냈죠.


이러한 현대 좀비 시대는 또다른 좀비 영화의 작법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수많은 세부 설정을

낳았습니다.

월드워Z는 그런 역사적 토대 아래 등장한 발전형입니다.

헐리우드 자본의 힘으로 제한적인 공간이 아닌 "월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 수 있게 된 것이죠.

현재 좀비 바이러스의 스탠다드한 형태의 설정의 좀비를 등장시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좀비 영화의 토대는 어쨋든 호러고 고어(몹시 잔인하고 폭력적인 호러 장르),

스플래터(난자한 신체훼손)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가족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브래트 피트에 의해 이 영화는 그런

장르적 재미를 초반부터 포기합니다. 프로듀싱 실패에 따른 재촬영에 의한 제작비

낭비에 19금이었으면 상업적으로 암울했겠습니다만 다행인지(?) 이 영화는 연령 등급이

높지 않습니다. 영화의 초반의 스팟 포인트는 무려 재난 영화의 논법을 따릅니다.

맨오브스틸처럼 그냥 무차별적으로 때려 부셔서 농담삼아 재난영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걍 이 사태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시작하는 것이죠. 그 재난 씬은 뭐랄까

예고편에등장한 장면이 전부입니다. 정말 다에요. 머,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우린 재난

류 갑 2012를 보지 않았습니까? 서스펜스도 좋고 편집은 투박해도 모난 곳이 없는 데

단지 크게 와닿진 않는 것이죠. 그래도 나쁘진 않습니다. 좀비 영화에 이런 스케일은

흔하지 않은 경험이죠.

그리고 가족을 위해라는 미국적 표어 아래로 사회적 분쟁 지역을 돌게 됩니다.

평택 미군기지와 이스라엘 입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군사적으로

위험한 두 지역이 등장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북한에 대한 언급도 풍자적이죠.

과찌쭈나 포항을 위장한 섬나라 같은 것은 다행히 등장하지 않습니다.

평택은 그냥 기지만 나오거든요.

평택의 이야기는 철저히 후반부의 복선을 위해 인위적으로 등장하고 이스라엘은

우리가 이 영화에서 기대한 바로 그 좀비떼의 장면이 나오는 시퀀스가 존재하죠.

확실히 CG로 구상한 멋진 좀비 떼씬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간지나는 (익스트림)롱샷 들에 비해 주인공 주변의 씬들은 그닥 창의적이진

않습니다. 감독이 마크포스터죠? 007 찍던 아니랄까봐 이스라엘의 밀집된 건물과

계단을 통한 탈주 러닝 시퀀스를 만들는데요. 주인공이 "제이슨 본"이나 "제임스 본드"

가 아니에요. 서스펜스도 있고 속도 감은 있지만 기대할만한 액션 장면은 존재하질

않습니다.

영화에 문제점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데요. 고어적인 장면이 없어서 신체훼손적인

무기 액션은 보기 힘들고 총이나 간단한 둔기에 의한 타격 액션이 다인데 게다가 좀비의

리액션이 작으나 쾌감이 적다는거죠. 게다가 저희는 저번주에 한방 때리면 몇만 단위가

사망할 것 같은 강철의 중2병 외계인을 본 적 있습니다.

저는 포세이돈 어드벤처가 생각나더군요. 주인공 일행이 갇힌 공간에서 하나하나

재난을 이겨나가는 어드벤처 무비 같달까요.

그리고 히치콕 류의 전통적인 컷 편집에 의한 서스펜스는 사람들이 이젠 익숙하죠.

이젠 사람들이 잘 놀라지도 않아요. 재난 무비에 히치콕이나 코엔 감독이 자주 쓰는

놀래키는 편집을 자주 쓴거죠. 클리셰적인 연출. 다행힌 것은 그래도 그 서스펜스 자체의

긴장(텐션)은 그래도 잘 유지한 다는 점입니다. 이는 영화가 재촬영되고 재편집하면서

영화를 어떡해서라도 살려보려는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장면 이후에 등장하는 비행기 시퀀스와

카디프의 시퀀스는 나쁘진 않지만 대단하지도 않아요. 바로 문제는

내러티브 상 퍼스트 액트 끝에 해당하는 이스라엘 장면이 후반 클라이맥스 장면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시각적으로나 물량 적으로 화끈했다는 점입니다. 내러티브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앞에서 화끈하게 물량을 몰아 부었는 데 뒤에서는 잠입액션을 하면

곤란하죠. 물론 이야기는 그럴 듯 하기는 합니다. 이치에는 맞아요. 다만 힘이 너무

부족한 것이죠. 예를 들어 클라이막스에 브래트 피트가 약을 찾아 잠입액션을 펼칠때

이스라엘 뺨치는 좀비떼가 그 건물 밖에서 처들어 오기 시작한다던가 혹은 멀리 떨어진

가족이 있는 쉘터를 몰아 부친다던가의 아이디어가 있었으면 어땟을까요.

이건 기획의 실패라고 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영화는 분명 장점이 존재하는 영화입니다. 재미도 있고요. 사실 너무 기대만 안하면

수작 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사실 영화적 완성도는 맨오브스틸보다는 낫습니다.

다만 그쪽은 CG쪽에서는 어떠한 무언가를 남겼는 데 이쪽의 이스라엘 좀비떼는 그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게다가 클라이막스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이어지는 에필로그도 힘이 좀 빠지는 것이죠. 급 마무리가 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볼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사실 스타트렉이라는 서스펜스를 가지고 노는 데 경지에 오른

영화와 우주최강 CG발 영화에 이어 개봉한 점이 조금 시기상 좋지 않았달까요.


그리고 브래트 피트는 멋있습니다. 사실 캐릭터가 좀 이상하긴 해요. 뭔가 설정이 직업상

먼치킨인 것 같고 초반에 옥상에서 스스로의 감염여부를 살피는 장면을 보면 굉장히 냉철하고

훌륭한 요원으로 묘사 됩니다. 근데 평택에서는 실수 투성이에 무능력해 보이고 이스라엘에서는

보호 받기 급급하며 카디프 시티에서의 클라이 막스에서도 대단한 액션은 없습니다.

어중간한 것이죠. 그래도 멋있습니다. 브래드 피트잖아요.



PS. 뮤즈 6집의 마지막 연곡 트랙 곡이 쓰였습니다. 덥스텝에 프로그레시브록이 뒤섞힌 듯한

독특한 장르의 곡들이었죠. 앨범이 나왔을 때 저 트랙들을 들으면서 매튜 벨라미 이 사람

트렌트 레즈너 처럼 영화 음악 노리고 있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했었는 데

아니라 다를까 영화 음악으로 쓰였네요. 영화와 달리 뮤즈 음반의 프로듀서는 훌륭한듯 하네요.

근데 월드워Z의 프로듀서는 브래드 피트고 뮤즈 앨범의 프로듀서는 매튜 벨라미. 둘다 본인인게 함정

3/5
댓글 : 6 개
아 그리고 그래도 월드 "워" Z인데 월드는 해도 전혀 War하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혹시 속편이 나온다면 워한 영화가 되었으면 하네요.
아직 보진 않았지만, 본 분들 대부분의 평들이 님의 리뷰에서 꼼꼼하게 쓰여져 있네요..

솔직히 좀비가 탄생한 뿌리, 고어나 스플래터 같은 근원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좀비영화가 나와야지 않나 싶어요..말씀하신대로 이제 좀비는 하나의 소재에서 장르라는 발전을 했는데, 그러는 동안 이걸 가지고 보여줄 변화의 끝(지금의 시점에서 보자면) 월드워가 아닐까 합니다..한번쯤은 장르 자체를 리부트해서 말초적인 공포감을 건드렸음 해요..

워킹데드의 인기도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ㄴ 쌈마이하거나 B급한 좀비영화는 아직도 저예산 영화에서 나오고는 있죠. 다만 대중의 높아진 눈을 만족시키는 B급 좀비는 최근에는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REC까진 좋았는데요. 다만 영화를 벗어나서 웹툰이나 소설 등에서 계속 시도다 되고 있으면 조만간 큰게 하나 터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REC는 정말 대박이였어요...그렇게 속이 꽉찬 서스펜스 좀비 영화를 바랬는데...쌈마이한 좀비 영화 하니...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길거리에서 만난 남녀 네명의 생존자가 헐리우드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뭐 그런 내용인데, 잼있더군요..ㅋㅋ
ㄴ 좀비 랜드네요. 사실 좀비 랜드도 박스 오피스 1위 먹은 훌륭한 메이저 영화죠.
포항을 위장한 섬나라는 아니지만.
중간에 군의관이 주민 치료하다가 물리는데서는 무슨 조선시대 사극에나 나올법한 헛간에..

평택 미군기지가 무슨 배트남전 시절 야전기지 같은 느낌이죠. ㅋ
실제로는 그냥 미국 동네같은 느낌인데..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