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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인사이드 르윈' 리뷰2015.04.05 PM 09:00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참 경이롭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감독이라 할지라도 다작을 하다보면 한 두 편의 영화는 다소 모자라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코엔 형제의 영화는 여태까지 단 한편도 평단에서 나쁜 평가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는 놀라움이죠. 21세기의 히치콕이라 불릴만한 데이비드 핀처마저도 중간 중간 애매한 영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엔 형제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듯합니다. 때론 폭력적인, 때론 지독한 유머를 내포하는 '아이러니'를 내포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최고의 감독이죠. 그들의 인터뷰 집인 <부조화와 난센스>를 읽어본다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수가 있습니다. (단, 개인적으로 부조화보단 부조리에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전 코엔 형제의 영화가 실존주의나 부조리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코엔 형제의 영화는 BAD JOKE가 난무하는 블랙코미디 영화가 많습니다. <분노의 저격자>나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같은 정말 무거운 범죄 영화도 사실은 아이러니를 지닌 지독한 농담 같은 영화로 볼 수 있고요. 대놓고 웃기는 <위대한 레보스키>나 <시리어스 맨>같은 영화도 있죠. 그런데 앞의 여러 작품과 달리 <인사이드 르윈>은 재밌게도 음악 영화입니다. 코엔 형제의 첫 음악 영화죠.
음악 영화는 일반적으로 음악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쓰입니다. 혹은 음악가의 삶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죠. <인사이드 르윈>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하지만 사실상 허구에 가까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오스카 아이작의 훌륭한 연기와 노래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영화 자체는 아이러니로 넘쳐 납니다. 오스카 아이작를 투영하는 고양이의 모습들이나 정말 코엔 형제의 영화답게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고 새로운 사건이 계속 등장하는 모습들은 현실의 부조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팔리지 않은 음악을 하는 르윈은 사건의 반복 속에 음악을 포기하지만 결국 제자리
로 돌아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곡을 연주합니다. 바로 이 영화는 놀랍게도 수미상관을 노골적으로 사용합니다. 물론 장면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인 것은 아니지요. 후반에는 시간 순서가 역순으로 등장하여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킵니다. 오히려 그 점이 더 주제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인터넷 농담 중에 '인간은 욕심이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을 영화가 담고 있어요. 아마, 코엔 형제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겠죠. "인생은 돌고 도는 것,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처음과 끝이 같은 수미상관이라는 영화적 구조마저도 주제를 말하는 것이겠고요.
영화 <시리어스맨>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굉장히 황당하게 끝이 납니다. 심지어 영화가 에필로그가 없고 클라이맥스에서 영화를 끝내버리죠. <인사이드 르윈>도 전형적인 3막 구성의 영화의 플롯구조와는 상이하게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다소 잔잔하게 전개 됩니다. 오스카 영화에 흔히 출품되는 극적인 감동을 가진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시리어스맨>에서 코엔 형제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다뤘습니다. 앞의 일을 알수가 없으니 쓸데없이 심각하게 살아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언제 암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고 언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해가 올지 모른다는 것이죠.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부조리한 판결과 부조리가 투영된 자신을 받아드립니다. 비로소 곧 죽게 되겠지만 그는 세상에 저항함으로서 인간의 '실존'을 나타내는 상징이 됩니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시리어스맨>이나 <인사이드 르윈>이나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포크 음악을 하는 사람인 르윈은 삶의 부조리함을 받아들이고 저항하는 실존적 인물일지도 모르죠. 팔리지 않는 예술을 하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서 말이죠.
단평 : 인생사 돌고 도는 것. 우리네 인생은 한편의 포크송 같다. 그저 받아들이고 저항할 뿐.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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