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러 리뷰] 크림슨 피크(Crimson Peak, 2015): 소름끼치게 탐미적인 고딕 호러2015.11.28 AM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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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르모 델 토로는 이미 수많은 호러 영화를 연출했습니다. 그 중에서 <판의 미로>를 포함하여 수많은 걸작을 낸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감독 본인의 호러에 대한 애착과 장르에 대한 존중이 담긴 결과죠. <헬보이>나 <퍼시픽 림>같은 호러가 아닌 작품에서도 그의 독특한 기괴한 감성이 막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감독의 취향이 단적으로 나타납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다시 동화적 표현이 많았던 <판의 미로>의 영향으로 팀버튼과도 비교가 되기도 했죠. 그러나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는 팀버튼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샘 레이미와도 다르죠. 길예르모 델 토로는 길예르모 델 토로일 뿐입니다. 그의 특징 중 하나는 매우 높은 시각적 디테일의 집착입니다. 이는 영화의 세트와 미술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죠. 그의 마니아적인 감성이 이러한 특성을 더욱 강조하기도 하고요.

<크림슨 피크> 전반에서 드러나는 고딕 디자인은 바로 그의 성향이 투영된 결과입니다. 영화의 미장센과 건물의 미술은 탐욕스러울 정도로 수려합니다. 과도할 정도로 눈을 행복하게 만드는 고성의 내관은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적인 표현과 맞물려 굉장한 시너지를 뿜어냅니다. 아르누보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문양뿐만 아니라 색채와 조명은 그가 얼마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건물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의 캐스팅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습니다. 박찬욱의 <스토커>에서도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영화내의 고딕 의상과 안경 같은 액세서리와 만나 매력적인 주인공을 연기합니다.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순수했던 모습보다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죠. <어벤저스>의 로키로 유명한 톰 히들스턴의 모습 또한 매력적입니다. 기다란 키에서 나오는 몸애에 젠틀하고 우아한 영국억양와 섹시한 슈트, 그리고 그 눈망울은 다소 진부한 역할이 주는 배역의 한계를 뛰어 넘습니다.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대사가 주는 묘미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보입니다. 미아와 톰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그런지 잘 어우러지는 연기를 보이기도 하고요. 서늘한 미인인 제시카 차스테인이 보여주는 광기의 연기 역시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극을 잘 이끌고 갑니다. 미아의 순수한 모습과 대비해서 좋은 대비를 보여줍니다.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SF적인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요. 바로 스팀펑크를 연상시키는 톰 히들스턴의 발명품입니다. 시대적 배경에 맞는 증기기관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죠. 거기다 그다운 기괴한 상상력과 결부되어 금단의 구역인 지하실과 결부되죠. 한국 영화인 <장화, 홍련>이나 <기담>도 매우 아름다운 영화이지만 <크림슨 피크>은 규모에서부터 수준을 달리합니다. 성공한 ‘덕후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타쿠를 친근하게 표현하는 은어
’ 감독인 길예르모 델 토로만이 가능한 프로덕션이죠. 예산의 차이도 차이지만 무엇보다 노하우의 차이입니다. 비주류 문화는 시도조차 힘든 한국에서는 이런 기획은 애초 불가능하며 도전하는 사람조차도 없겠죠. B급의 정서와 컬트, 그리고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특성은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지 않죠. 크림슨 피크의 고성을 꾸미는 데 드는 예산이라면 국내에서는 호러 영화 3-4편은 거뜬히 찍을 테고요. 사실 <크림슨 피크>처럼 해내는 것은 미국에서 조차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극중 등장하는 적골의 유령마저 아트를 매우 신경 쓴 것이 느껴질 정도로 고품질의 CG라서 아름답게 느껴질 여지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길예르모 델 토로가 그의 취향을 강하게 녹여낸만큼 그의 여러 뛰어난 작품에서 보였던 날카로운 풍자나 각본의 묘미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감독이 또 다른 덕후기질을 보여주는 전작 <퍼시픽 림>은 일본 괴수 영화와 저패니메이션에 대한 애착이 드러난 영화였습니다.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던 좋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단점이 분명했죠. 장르와 전통에 대한 존중과 애착이 너무 짙어 이야기가 관습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죠. <크림슨 피크> 또한 맥락이 비슷합니다. 같은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이며 조금도 비틀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거기에 감독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이 더해질 뿐이죠.

공포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영화는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겁주지 않습니다. 영화는 오컬트와 슬래셔 무비의 특성을 지니지만 그리 잔인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유령은 공포의 대상으로 설정된 것이 아닙니다. 영화는 사실 오컬트 영화보다 슬래셔나 스릴러에 가까운 작법을 보입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꽤나 고전적인 스릴러 치정극에 오컬트를 덧댄 것뿐입니다. 물론 그것마저 진부하고요. 감독은 그것을 오직 강렬한 이미지와 기괴한 장치로 전통적인 이야기를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A급의 미술과 셰익스피어 화법에 B급의 컬트를 더하면서요.

<크림슨 피크>는 호볼호가 분명할 작품입니다. 게다가 뛰어나게 잘 만든 작품도 아닙니다. 거장이 된 감독이 항상 걸작을 찍어내는 것은 아니죠. <크림슨 피크>는 호러 장인으로서 길예르모 델 토로가 스스로가 한번쯤 만들고 싶어했던 창작욕구를 만족시키는 그런 작품인 듯합니다. 그 만의 셰익스피어 비극인 것이죠.

단평: 탐욕적이고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고딕 호러. 3.5/5
댓글 : 4 개
고딕 소설을 좀 읽었다면 낄낄거리며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더군요.
이미지가 강한 영화니 비슷한 고딕 영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요. 팀버튼의 스위니 토드 같은 영화나 코폴라의 드라큘라같은 영화 말이죠.
관람시간대 맞출려다보니. 강제로 아맥관람......
금발의 미아는 진리!!!! 한시간동안 그모습을 기다림 ㅋㅋ
스토리흐름상 고어와. 노출씬이 나와야 사는 영화인데
여배우들 노출신따위는 없음 ...고어따위도 없음.

미장센 쩌는 뮤직비디오 보는 기분 ㅜㅜ


로키 엉덩이씬만. 뇌새김 당함 ㅜㅜ

이 영화에서 미아가 안경 모에가 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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