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뷰] 토르: 천둥의 신(Thor, 2011): 환상적이거나 오글거리거나 (MCU리뷰)2016.05.17 PM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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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천둥의 신(Thor, 2011): 환상적이거나 오글거리거나

* 이 리뷰는 시빌워 개봉 후 작성된 내용입니다.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는 쿠키 영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독립적인 영화였습니다. <아이언맨2>에서 처음으로 <아이언맨>이라는 좁은 세계를 넘어선 바깥의 인물들이 거론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어진 영화인 <토르: 천둥의 신>의 등장은 본격적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확장을 알려왔습니다. <아이언맨2>의 쿠키 장면에서 이 영화의 등장을 예고했었죠. 또한 <아이언맨2>의 재치 있는 조연 캐릭터인 콜슨 요원이 <토르>에도 재등장합니다. 쉴드라는 조직의 모습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한 <어벤저스>의 멤버인 호크아이가 맛보기로 등장하기도 했죠. 이렇게 많은 떡밥을 지닌 가운데 마블의 새로운 슈퍼 히어로를 등장시키게 됩니다.

전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 보러 갔을 때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토르라는 캐릭터 자체가 21세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 시작 후 이어지는 아스가르드에 대한 표현이나 연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은 이 영화를 통해 마블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가가 확실히 보입니다. 전작들의 성공은 마블에게 도전 의식과 거대한 제작비를 주었죠. 꽤나 멋있게 나온 아스가드르의 정경과 액션 장면은 유치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에 제대로 제동을 겁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유럽 중세를 연상시키는 연극적인 대사 톤이 어울려져 기존의 슈퍼 히어로 영화의 전혀 다른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은 중반 이후로 사라집니다. 장르적으로 전혀 다른 작품으로 전환되는데요. 토르가 지구로 추방된 이후로는 본격적인 슈퍼 히어로물의 형식으로 전환됩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주인공 토르는 뉴멕시코에서 그의 힘의 원천인 묠니르를 되찾으려고 하고 묠니르의 정체를 연구 중이던 쉴드와 자연스레 대립합니다. 그리고 과학자 제인 포스터 일행과 만나게 되죠. 이질적인 토르가 지구에서 겪는 이질감이 주는 코미디는 꽤나 성공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헨리5세>나 <햄릿>으로 셰익스피어 극의 정점을 선보이기도 했던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장점은 아스가르드 장면에서는 빛이 났지만 뉴멕시코의 장면에서는 그저 무난한 연출로 일관합니다. 감독은 마블 스튜디오와 영화의 연출에 다른 견해를 보였다고 합니다. 내부의 사정까지 우리가 디테일을 알수는 없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결과물은 대게 수준급이었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판단할 수는 없지요. 토르가 묠니르를 들고 그에게 힘이 돌아 왔을 때 제인 포스터는 멋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글거림에 손을 꽉 쥐고 말았죠.

토르라는 슈퍼 히어로는 태생적으로 유치함을 담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어울리는 영웅으로 보기 쉽지 않습니다. 마블도 그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마블의 세계관이 판타지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포기하기도 쉽지 않죠. 이후 <어벤저스>나 기타 영화에서 자연스레 녹아내린 토르와 그의 활약을 보자면 큰 그림에 있어서 마블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다만, 이 영화의 뉴멕시코 장면의 토르의 모습은 어색함과 오글거림이 가득합니다. 자연스레 녹아내리지 못했죠. 제가 10대의 청소년이었다면 쉽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후레시맨>이나 <울트라맨>같은 특촬물에 열광했던 십대 시절이 있으니까요. 솔직히 토르의 다시 묠니르를 통해 현신하는 시퀀스는 너무나 손이 오글거려서 봐줄 수가 없더군요. 특히 멋있다고 말하는 제인 포스터의 리액션은 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다시금 아스가르드로 돌아온 토르와 로키의 혈전은 또 초반부의 장점이 다시 살아납니다. 특히 로키와 그를 연기하는 톰 히들스턴의 존재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사실상 주인공보다 더 큰 존재감을 보이기도 하며 이후 MCU의 감초 악역이 되기도 하죠. 로키는 보통 악역이 재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MCU에서 독보적으로 연속된 출연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어찌되었건 MCU의 상징과 같은 작품인 <어벤저스>에 토르가 등장하는 이상 <토르: 천둥의 신>을 보지 않는 것은 전교 1등을 노리는 학생이 예습을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 번 관람해야 할 만큼 수작이거나 재밌는 작품은 아니지만 깨알 같은 캐릭터 코미디와 MCU 세계관으로서의 작은 디테일, 그리고 로키라는 캐릭터의 등장만으로도 봐볼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단평: 나쁘진 않은데 태생적으로 오글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5
댓글 : 2 개
저는 그 말투가 맘에들더라고요 고대 말투쓰는거 원작에서도 그런말투 써서 재밌었는데
그리고 어벤저스에서 토니스타크가 세익스피어 말투 쓴다고 놀릴때 핵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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