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뷰] 이창동의 버닝. 왜, 무엇을 불태울까?2018.05.23 PM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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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세련된 작가주의 장르 영화와는 상당히 궤를 달리 한다. 옛스러운 예술 영화다. 있어보이게 표현하면 프렌치의 향이 나는 클래식한 아트하우스 형 무비는 장난끼 더한 농담이고 확실히 '올드'하다. 낡음이 아닌 고전(classic)적 의미의 올드.
2. <밀양>이 신에게 고백하는 듯한 영화고 <시>가 그야말로 시적인 영화면 이 영화는 다분히 소설적이다. 그 어떤 영화보다 문학적인 상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고전적인 프랑스 예술 영화처럼 이미지 몽타주를 한 껏 뿌려놨고 그것을 읽는 재미가 있다.
3. 촬영감독 덕분인지 파주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하고 영화사에 남을 이미지도 있다. 전반적으로 낡은 필름같은 이창동스러운 질감은 그대로다.
4. 이 영화는 미스테리 장르같이 위장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서스센스는 조금도 없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상징 속ㅁ에 숨어버린 그림 찾기같은 영화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캐릭터, 사건, 플롯은 중요하지 않고 진짜 그 안에 어떤 메세지를 말하고 있는지 찾아야 한다. 그렇다. 그래서 옛스러운 순수문학이 떠오른다. 그래도 음악이 어마무시해서 스릴러 같은 분위기는 유지된다.
5. 난 이창동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칸느에서 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고 추측해본다.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장르적이지 면모를 숨기지 않거나 상당히 기교적인 최근 작가주의적인 영화들에 비하면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 사실 최근 각광받는 감독들은 영화광, 오타쿠 감독들이고 대부분 장르적인 면모가 강하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와도 사뭇 닮았다. 일본 영화에서 느껴지던 톤이 이 영화에도 느껴진다. 하루키의 영향이겠지. 고레에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그러면서도 현대적 세련함을 유지하고 있다. 칸느 그랑프리는 그렇게 맞추어져 있는 영화에게 주어진게 아니었을까? 이창동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을 것이다.
6.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분노가 가득해 무언가를 불태워야 다음을 내다볼 수 있다. 젊은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미스테리하고 우린 해답을 모른다. 중세에는 마녀를 불태웠고 우린 무엇을 불태울 것인가? 진실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스스로 글을 쓰고 답을 내야 한다.
7. 어, 이 사람 그 사람 닮았네 라고 생각했더니 본인이었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8. 유아인의 살짝 입벌리며 우둔하게 다른 세상에 온 이방인처럼 서있는 연기는 정말 기가 막히다. 스티븐 연도 한국어 연기가 매우 자연스럽다. 전종서는 진짜 어디 춤추고 있던 보헤미안을 잡아온 것 같은 연기를 보인다. 최근 젊은 배우들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진짜 연기들의 향연이다.
9. 밀양, 시보다 나은 영화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솔직히 스스로의 죄의식을 드러냈던 이창동, 자신의 시대를 다룬 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는 젊은 시대를 다룬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찰자의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인의 캐릭터도 지켜보게 된다. 그 미묘한 선이 느껴진다.
댓글 : 5 개
ㅋㅋㅋ 7번 공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웃으면 안되는데 극장에서 '풉' 해버렸습니다.
7번 ㅋㅋㅋ

영화를 보고 주말내내 가슴이 두근거려 죽을뻔 했습니다
원래 이창동 영화가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데 이번에는 젊은 남성을 다루다 보니 더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주인공 캐릭터에 공감할 요소가 많다보니.
7번 누구말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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