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러 리뷰] 닥터 슬립 리뷰2019.11.09 PM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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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슬립(2019) : 샤이닝의 원작 소설, 영화 팬 모두를 만족시킬 샤이닝 테마 파크.

 

 

 

 

본 리뷰는 소설 <샤이닝>, 영화 <샤이닝>, 영화 <닥터 슬립>의 스포일러가

무지 막지하게 많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악의 존재가 되었던 설산의 한 호텔이 있다. 그곳에서 한 선생 출신 소설가가 가족을 이끌며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호텔은 저주받은 곳이었다. 아버지는 호텔의 유령들에 조종당해 미치광이가 된다. 잭 토랜스, 그는 도끼를 들고 가족을 살해하려 했으나 미로 숲에서 길을 잃고 얼어 죽는다. 아들 대니 토랜스와 어머니는 호텔에서 벗어난다. 이후에도 유령들이 계속 대니를 쫓아오지만, 대니는 샤이닝이라 불리는 초능력으로 유령들을 상자에 가두고 그들에게서 자신을 지킨다.


대니는 오버룩 호텔의 저주에서 벗어났지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술에 의존하고 펍에서 싸우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다소 뻔한 밑바닥 삶을 거친다. 그는 그렇게 계속 도망친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서 빌리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고 도움을 받아 새 삶을 시작한다. 그는 이후 받은 만큼 봉사하는 삶을 가진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게 된 대니는 자신의 샤이닝 능력을 발휘해 죽음을 앞둔 이들을 편안하게 마중 보낸다. 그렇게 그는 ‘닥터 슬립’으로서 좀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라는 고약한 작가가 만든 세상에는 오버룩 호텔 만이 악이 아니다. 능력자를 사냥하는 거악의 집단인 ‘트루 낫’이 있다. 그들은 능력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먹이 삼아 영생을 누리려 한다. 리더 ‘로즈 더 햇’을 위시한 그들은 능력을 갖춘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고문하고 유린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스팀이라 불리는 에너지를 흡수한다.


아브라 스톤은 거대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소녀다. 그녀는 자신과 동일한 능력을 가진 대니와 텔레파시로 연결되어 교감을 나눈다. 아브라와 대니는 칠판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아브라가 우연히 로즈 일당이 벌이는 참혹한 현장을 능력으로 훔쳐보게 된다. 그녀는 충격을 받고 대니의 칠판으로 메시지로 한 단어를 보내게 된다. 바로 <샤이닝>에서 대니가 토니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문짝에 썼던 그 단어, ‘REDRUM’이다. 그리고 대니는 거울을 통해 그 단어를 보게 된다. ‘MURDER’.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원작 호러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 <닥터 슬립>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샤이닝이라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 자들과 그들을 사냥하는 악한 존재와의 대립을 그렸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마이크 플래내건은 훌륭한 호러 영화인 <오큘러스>를 찍었던 감독이다. 그는 그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는다. 이후 그는 형편없는 완성도로 혹평을 받았던 <위자>의 프리퀄 작품인 <위자: 저주의 시작>을 1편을 초월하는 수작으로 만들어낸다. 호러 영화계에 흔하지 않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는 <허쉬>라는 참신한 슬래셔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시리즈물 <힐 하우스의 유령>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몇 년 전에 나온 <다크타워: 희망의 탑>이나 올해에 나온 스티븐 킹 원작 영화 <공포의 묘지>, <그것: 두 번째 이야기> 등은 사실 조금 실망스러운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마이크 플래내건이 만든 넷플릭스 호러 영화 <제럴드의 게임>은 훌륭한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영화였다.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닥터 슬립>을 통해 다시금 스티븐 킹의 영화를 성공적으로 영상화했다.


사실 이 작품은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 소설인 <닥터 슬립>보다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의 후속작에 가까운 작품이다. 원작 소설 <샤이닝>에서는 대니의 어머니는 금발의 미녀였다. 하지만 <닥터 슬립>은 소설과 달리 영화판의 셜리 듀발 배우가 연기한 흑발의 웬디 토랜스와 닮은 캐스팅을 했다. 또한 후반에 나오는 잭 토랜스의 유령도 잭 니컬슨과 닮았다. 영화 <샤이닝>의 여러 장면을 플래시백으로 활용했으며, 영화 샤이닝의 무대였던 오버룩 호텔도 똑같이 등장한다. 전작의 오버룩 호텔의 공간 연출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우리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타자기, 그때 그 도끼, 미쳐버린 잭 토랜스가 깨진 틈사이로 안을 엿보던 문짝, 새하얀 눈길이 함께했던 미로 숲. 모든 것이 그대로다. 유명한 욕조 장면이 나오는 방도 영화의 설정과 같이 237호실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해당 장소가 217호실인데 재밌게도 대니가 일하는 호스피스 병동에 217호실이 잠시 나오기도 한다. 재밌는 트리비아 중 하나다. 이처럼 영화의 이미지와 미장센, 무대 장치 등이 모두 영화 <샤이닝>의 후속작임을 분명히 한다. 영화 <샤이닝>의 주된 장소였던 그 호텔은 이 영화에서도 클라이맥스에서 주요한 무대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전작을 추억하고 해주고 영화적 장치로 재활용한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샤이닝 팬들에게는 선물과 같은 장면들이다.

여기에 원작 소설의 설정도 가져와 반영한 것은 영화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든다. 영화는 초능력자와 악의 존재와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영화 <샤이닝>에서는 거의 표현되지 않았던 대니의 친구, ‘토니’로 대변되는 샤이닝 능력이 아예 주요 소재가 되었다.


그 밖에도 영화에서 생략된 설정들이나 요소를 상당히 반영했다. <닥터 슬립>은 영화 <샤이닝>에 기반하고 있지만, 소설 <샤이닝>의 설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영화의 연출 또한 특별히 모나지 않고 매끈하다. 영화 초반에 이야기를 쌓아가는 장면들은 다소 지루하고 편집이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브라와 대니와 만난 이후의 전개는 지루할 틈 없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호러 영화의 특성을 가지지만, 스티븐 킹의 세계답게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영화다. 과한 고어 장면이나 갑툭튀 점핑 스케어는 거의 없으며, 감독의 전작 호러 영화들처럼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 효과에 중점을 둔다. 전작을 떠올리는 공포 장면이나 효과들은 오히려 반갑다. 여러 곳에서 영화 <샤이닝>의 흔적이 보인다.


특히 촬영은 세련되고 과하지 않다. 같은 무대에서 비슷한 카메라 연출을 사용하는 것은 전작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샤이닝>은 버드 아이(bird eye) 앵글을 활용한 명장면이 많았다. 버드 아이 앵글은 하늘 높이 나는 새의 시선으로 지면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앵글로 <닥터 슬립>에서도 여러 번 활용된다. 초능력이라는 소재와 어울려 신의 눈이 되어 서로의 적을 관찰하여 내려다보는 듯한 초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이 앵글을 활용해 도시를 내려다보는 로즈의 장면 또한 상당히 인상적인 활용이다. 그에 더해서 영화 후반 대니와 아브라가 오버룩 호텔을 향하는 장면은 영화 <샤이닝>의 처음과 끝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젠 전설이 된 ‘미로 숲’도 역시 똑같이 재현된다.


영화의 내러티브도 흥미롭다. 초능력자, 칠판으로 나누는 대화, 죽음을 내다보는 고양이, 영생을 꿈꾸며 고통과 두려움을 먹이 삼는 어둠의 존재들, 피가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귀신들린 호텔. 지금 시대에서는 다소 새로울 게 없는 설정들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이고 매력적이다. 스티븐 킹은 뻔하고 흔한 주변의 것에게 던져지는 질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작가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알코올 중독의 망가진 어른과 모험적인 성향의 영리한 초능력자 어린이가 등장한다. <샬렘스 롯>, <다크 타워> 등에서 이미 읽어 본 듯한 스티븐 킹 특유의 뻔한 캐릭터 설정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전히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전작과 연결되면서 캐릭터 성이 깊어진다. 적 주인공에 대한 설정도 재밌다. 트루 낫의 로즈는 <샬렘스 롯>의 흡혈귀나 <그것>의 페니와이즈의 인간 형태로 느껴진다. 트루 낫 일당은 어린아이를 노리고 두려움과 고통을 먹고 영생을 누리려 한다. 지극히 스티븐 킹 작품에 등장할 만한 악(evil)이다. 하지만 로즈는 오히려 아브라의 능력에 두려움을 가진다. 악의 집단은 의외로 쉽게 대니와 아브라의 트랩에 걸려들고 제거된다. 그들은 동료를 잃은 것에 슬퍼하며 엉뚱하게 복수를 위해 정의를 논하기도 한다. 악의 존재에게까지 인간성을 강조한 것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아이러니한 설정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망가진 어른이 마지막 힘을 다하고 어린이는 영리한 꾀를 내고 악은 인간 그 자체인 그야말로 스티븐 킹의 세계다.


대니가 자신의 트라우마의 장소를 통해 현재의 적을 제압하는 플롯의 전개도 훌륭하다. 오버룩 호텔에서 만난 아버지 유령은 여전히 알코올 중독자다. 잭 토랜스는 바텐더의 모습으로 아들에게 잭 대니얼 위스키를 건넨다. 그는 아들을 자신과 같은 곳으로 빠트리려고 한다. 하지만 대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술을 거부하며 알코올의 유혹을 이겨낸다. 그런 대니의 모습은 아버지를 따라 호텔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버지가 투영된, 거울에 비친 모습 같은 아들이 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영화 후반에서 오버룩 호텔은 덫으로서 악을 제압하는 기능을 한다. 대니는 아브라가 좋아했던 매직 트릭과 같이, 혹은 <나 홀로 집>에서 케빈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꾀를 썼던 방식처럼 적을 유인한다. 그렇게 호텔의 음산한 미로 속으로 적을 끌어들인다. 더 강력한 악의 존재를 통해 악을 제압하는 모험적인 방식이다. 물론 대니 일행은 최종적으로 더 거대하고 강력한 진정한 보스인 호텔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전작과의 연결성을 부여하여 이야기를 완성한다.


무엇보다 재밌는 점은 영화의 마지막이 샤이닝 원작 소설과 닮았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이 원했던 영화 <샤이닝>의 결말이 <닥터 슬립>에 와서 이루어진다. 소설 <샤이닝>과 달리 영화 에서는 아버지 잭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오버룩 호텔의 보일러 룸은 폭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싫어서 플로리다로 떠나 있던 대니는 아브라를 지키기 위해 다시 차갑고 새하얀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전작 영화에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일을 후속 영화에서 해내고 만다. 오버룩 호텔은 드디어 크게 불타오른다. 그리고 대니의 조언자인 딕 할로런이 그랬던 것처럼 대니는 유령이 되어 아브라의 곁을 지킨다. 하필 배우가 이완 맥그리거다. 죽어서도 유령이 되어 샤이닝 능력자인 아브라와 소통하는 모습은 스타워즈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닥터 슬립>은 매끄러운 완성도와 장르적 재미를 더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따로 있다. 이 후속작은 원작 소설과 스탠릭 큐브릭의 영화, 모두를 존중한 작품이다. 마치 샤이닝을 다시 체험하게 해주는 테마파크와 같다.

이 영화는 소설 <샤이닝>과 영화 <샤이닝>을 봤느냐 보지 않았느냐에 따라 평이 크게 갈릴 영화다. 상기한 원작을 모르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보지 않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설 <닥터 슬립>까지는 보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소설 <샤이닝>의 결말과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는 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다크 타워> 시리즈처럼 소설 샤이닝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 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의 절대적인 팬으로 부디 애원해 본다.

댓글 : 3 개
저도 취향저격 당함.
로즈누님 응원? 하게되는데..??
레베카 퍼거슨은 이전 미션임파서블에서는 몰랐는데

이번작에서 가슴이 엄청 커졌더라구요 +_+
리뷰 엄청 공감가네요

마지막에선 저도 오오 포스의 영이 된건가? 했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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