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담] 결혼식2018.02.07 PM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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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올해 1월에 결혼식이 있었다.

 

같이 입사한 여자 동기였는데 집안이 꽤 잘나가는지 63빌딩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이혼한 후, 항상 타인의 결혼식에 가면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쓸데없이 감정에 날카롭게 날이 선다. 나를 건든 누군가가 나의 예민함에 살이 깊이 베일 정도로.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그냥 이혼을 한 내 자신이 못나서, 다른 사람들은 잘사는 것 같아서,

 

속이 좁게도 그들의 결혼식을 순수하게 축하해주지 못해왔다. 그렇게 쓸데없이 화만 났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처량함에서 기인한 안좋은 감정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감정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슬픔일지, 허전함일지...

 

요즘은 너무 울컥거리는 게 올라와서 온전히 결혼식을 보지 못한다.

 

어느 순간부터 신부가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 괴로워졌다.

 

신부의 옆에 서있는 신부의 아버지를 보며 미래에 있을 내가 이내 겹쳐온다.

 

내가, 나는 딸아이의 그 손을 놓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온전히 웃는 얼굴로 내 딸을 보내줄 수 있을까, 눈물이 넘치고 넘쳐 결혼하는 딸에게 걱정만 끼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떠올라서 신부가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 숨을 쉬기 어렵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앉아있는 신랑측 부모님의 모습에 비해 나혼자 앉아 있는 무언가 텅비어 있는 

 

그곳에 가득 찰 슬픔과 애처로움이 딸에게 눈물을 줄까봐 너무 걱정된다.

 

못난 아버지 밑에서 잘자라주고 있는 내 딸에게 짐이 되기 싫은데, 이미 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이번 결혼식은 신부의 아버지와 같이 나에게도 슬픈 결혼식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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