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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160819] 자주 웃고 싶다.2016.08.19 PM 10:15
여름이라 물을 자주 마셔서 그런지
예상보다 생수가 빨리 떨어졌다.
홈플러스에서 생수 2L 6병들이 2묶음을 장바구니에 담고
식재료도 이것저것 넣어서 배송을 시켰다.
평소 같으면 "홈플러스입니다. 집에 계신가요?"는 전화에
"집에 있습니다. 생수는 제가 들고 올라올 테니 트레이 물품만 들고 와주세요."라고 했을 텐데
전화도 없이 배송트럭이 먼저 도착했다.
트레이 꺼내느라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1층으로 재빨리 뛰어 내려갔으나
아뿔싸, 배송기사님은 벌써 트레이에 생수까지 가득 짊어지고 올라오시는 중.
이미 힘쓰는 도중에 "생수는 제가 들게요."라고 해봤자 기사님 일만 두 배로 늘어나는 것.
하릴없이 3층으로 다시 뛰어 올라와 문을 활짝 열어두고 죄송스럽게 기사님을 맞이했다.
"아이고 이거 생수는 제가 들고 올라오려고 했는데요...."
"문 앞까지 날라 드리는 게 저희 일인데요, 뭘."
괜찮다며 씨익 웃지만 웃는 게 아니다.
냉장고에 시원한 거라고는 약과 물, 그리고 김치 뿐.
그래도 혹시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비타500 한 병이 보인다.
이거라도 마시며 공부하라고 동생이 기프티콘 보내줘서 바꿔온 건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있는지도 몰랐나 보다.
"저기,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눈이 마주친다. 배송기사님이 환하게 웃는다. 나도 덩달아 웃는다.
배송매니저와 주문고객은 사라지고 웃는 사람들만이 남았다.
문이 닫히고, 생수와 식료품을 정리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도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어림잡아 20대 중반을 넘지 않을 듯한 나이임에도 벌써 영업용 미소가 자리잡힌 젊은 배송기사님도,
공부한답시고 칩거생활하며 매일 무표정하게 보내 잠깐의 웃음에도 얼굴 근육이 파들파들 떨리는 나도,
언젠가는 모두 걱정 없이 환하게 웃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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