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 소설 ] 자작소설.2016.03.19 AM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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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방문.


월말인데도 오늘은 수상할 정도로 평소와는 다르게 일감이 적었다.
이게 웬일이냐 싶어 전일 물량을 처리한 후
오전엔 공장 사람들과 사담으로 시간을 죽였지만 점심 이후로 일거리가 단 한 개도 들어오질 않자
이야깃거리도 바닥을 드러내 평범하게 시간을 죽이는 게 불가능해질 정도가 되고 말았다.
지루한 시간의 연속.
일 없는 공장바닥에서 할 거라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시간을 죽이는 게 거진 유일한 방법인데,

오늘은 유독 신기하리만치 시간도 더디게 흘러
배터리가 방전 될 때까지 핸드폰을 사용하고 담배를 두 갑이나 태우고 난 후에도 퇴근 시간은 까마득할 정도로 멀었다.
이쯤 되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이 밀려와서 평소 같으면 하지도 않는 거래처 순회를 결심했다.
혹시 몰라 부장에게 나가있는 동안 일거리가 들어오거든 연락을 달라는 말을 전하곤
거래처들을 돌아다녔지만 신기하게도 오늘 이 일대가 날이 아니었는지 다른 거래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감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성과는 없었고
얻은 거라곤 거래처에서 주는 믹스커피로 입안이 일어날 정도로 배를 채운 자신뿐이었다.
별다른 실적 없이 공장에 돌아왔을 땐, 공장 안은 적막과 함께 휑하니 비어있었다.
일감이 없어서 그런지 퇴근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새 다들 퇴근 준비를 하러 간 모양새였다.

“거 참, 사람들 하곤. 한명 정돈 남아서 작업장 좀 지킬 것이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평소대로였다면 나 역시 퇴근 준비를 위해 곧장 탈의실로 향했겠지만
내일은 개인 사정으로 월차를 써야하는 일이 있었기에 염치도 챙길 겸해서
작업장 내부를 간단히 쓸고 기재 정돈을 하면서 정각을 지키기로 했다.
작업장 정리를 끝마치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남기에 작업복 주머니를 뒤적여 찌그러진 담배 갑 안에 남은 돗대에 불을 붙이곤 내일의 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려니 어깨너머로 턱하고 손이 얹혀왔다.
누군가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공장장님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머금고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급히 담배를 끄려하자 공장장님은 됐다는 투로 손을 들어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내일 월차 쓴다고 했었지.”

“아, 예. 인사 좀 드리고 오려구요.”

“허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건가.”

공장장님은 턱을 매만지면서 애써 할 말을 찾는 듯 했지만 막상 떠오르는 말이 없는지 격려의 의미를 담은 듯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조심히 잘 다녀오게.”

“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시간 됐으니 자네도 퇴근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퇴근했으니 문단속은 자네한테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모레 뵙겠습니다.”

공장장님이 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손 안에 들려있던 담배를 마저 태우고 나서 탈의실로 향하려니 사무실 안에서 전화벨이 성화처럼 울려댔다.
이 시간에 오는 전화치곤 반가운 일은 없다는 게 보통이지만
걸려온 전화를 무시할 수도 없었기에 사무실로 뛰어가 전화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주 거래처에서의 발주 문의 전화였다.
내용인 즉슨 어제 납품했던 물품 중 일부가 주문처의 오더 미스로 몇 개가 빠진 상황이었다며
급하게 물건을 재 발송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한술 더 떠 발생한 문제가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물품이 하필이면 지방에 있는 창고에 보관중이라 그곳에서 물품을 챙겨오더라도 물류센터의 영업시간엔 맞출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고표를 몇 번이나 되살펴봤지만 없는 물건을 백날 찾아봐야 뭐하겠는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전화를 받지 말 걸 그랬어. 라는 생각이 이내 덮쳐왔지만
이미 전화를 받아버린 이상 어떻게든 마무리는 지어야만 했다.
이쪽의 상황을 설명하며 물류센터 영업시간까지 물건을 배송하기 힘들 것이라 전했지만 거래처측도 어지간히 곤란한 상황인지 중간에 거래처 사장님께서 전화까지 바꿔가며 사정하는 통에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서로간의 협의 끝에 이쪽이 물건을 챙겨서 가져다주면 거래처 측에서 해당 발주 업체에 직접 물건을 배송하러 가겠다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허어, 하고 긴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마 평소 같았다면 온갖 욕지기들을 내뱉으며 내 퇴근을 돌려달라고 발광을 했겠지만
오늘은 심각할 정도로 일도 없었고 게다가 내일은 월차도 쓰고 하니 기꺼이 수고를 감내하는 걸로 결심하곤
공장장님에게 대강의 정황을 설명 후 야근을 자청해 지방까지 내려가 발주 물량을 챙겨 거래처에 인계했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처 사장님도 퇴근을 안 하고 계신 상태였다.
가져온 물건을 확인 후 직원 차에 실려 보내고 나서도 그 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거래처 사장님은 여태까지 참았던 한숨을 몰아쉬는 것 마냥 연신 담배를 태우고 나서는 내게 다가와 분에 넘칠 정도로 고맙다고 인사하며 수고했으니 술이나 하러 가자 권유했지만 이쪽은 내일의 일도 있고 했기에 대충의 상황을 설명 후 술은 차후에 마시는 걸로 하자고 정중히 미뤘으나 사장님께선 말은 알겠다 하면서도 내심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었다.



하루 내내 늘어지게 보내다가 막판에 와서 정신없이 일을 치루고 난 후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땐
몸도 기분도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그제야 거래처 사장님이 사준다는 술이 아쉬워 입맛을 다셨지만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해봐야 어쩌겠는가.
집에 들어가기 전 오늘 하루 마음속에 품고 있던 회포를 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져 간단하게 근처 스몰비어에서 목이나 축일까하고 대로 한편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쉽사리 발걸음을 정하지 못하던 중 담배가 생각나 주머니를 뒤적였다가 담배가 떨어졌다는 걸 뒤늦게 깨닫곤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도 살 겸 겸사겸사 캔 맥주 큰놈들을 몇 개 업어오는 걸로 결정했다.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간신히 집에 들어오니 눅진한 기름 냄새가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뜩이나 힘들어서 식욕이 바닥을 친 마당에 기름 냄새까지 맡았더니 속이 울렁거렸다.
그 순간만큼은 맥주를 사온 게 정말이지 신의 한수였다며 나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발을 벗으며 나 왔어. 라고 말하자 정작 반기는 건 닫힌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동거인의 피곤에 잔뜩 찌든 듯한 갈라진 목소리였다.
몸이라도 안 좋은 건가 싶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레 문을 열어 안을 살피니 이불에 몸을 깊이 파묻고는 거실에서 비춰오는 불빛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동거인이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이유가 대충 감이 오지만서도 그 모습이 못내 안쓰러워 보여 일어나려는 걸 말렸다.

“일어나지 않아도 돼.”

“미안, 예정일보다 일찍 생리가 와서 좀 누워있었어. 밥은?”

“맥주 사온 게 있어서 그거나 좀 마시고 자려고. 몸은 좀 어때.”

동거인은 누운 채로 몸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이 이불 안에서 잠깐 동안 꼼지락거리는가 싶더니 가볍게 한숨을 폭 하고 내쉬었다.

“심하진 않은 거 같아.”

“약 안 먹어도 되겠어?”

“응, 괜찮아. 약에 의존하면 나중 가서 더 힘들어지니까 참을 수 있을 때까진 참으려고.”

“정 아프면 무리하지 마. 난 씻고 맥주 좀 마시다 잘게.”

“빈속에 마시지 마. 보아하니 밥도 제대로 안 먹은 거 같은데. 내일 챙겨가려고 준비한 음식들 있으니까 그거랑 같이 마셔. 근데 지금 몇 시야?”

시간을 묻는 동거인의 말에 주머니 안의 핸드폰을 꺼내 홈 버튼을 눌렀다.

“11시 44분.”

“세상에, 잠깐만 눈 좀 붙인다는 게 이 시간까지 자버렸네.”

“더 자. 어차피 내일은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하니까.”

“으응, 알았어. 오빠도 많이 마시지 말고.”

“걱정 말고 자.”

깨려나 싶은 걸 걱정해 자라는 말이 무섭게 동거인은 정신을 놓은 듯 했다.
끙끙 앓으며 잠든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져 살며시 문을 닫은 후 발소리를 죽이고는 식탁으로 향했다. 그리곤 조심스레 식탁 의자를 빼 앉고서 비닐봉투에 담겨있던 맥주 하나를 따서는 목젖을 꿀렁거리며 들이켰다.
차가운 내용물이 피곤에 달아올라있던 몸속으로 서서히 번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안도감과 함께 온몸에 나른한 기운이 퍼지자 그제야 집에 왔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안도감에 젖어있는 것도 잠깐, 애써 외면하고 있던 내일의 걱정이 뇌리에 엄습했다.
말이 좋아 내일의 일이지, 이제 내일도 불과 몇 분을 남기지 않은 상황.
되도록 신경에서 멀리 두려했던 일이 이제 바로 코앞에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되자 씁쓸한 웃음 후에 손에 들려있던 캔을 살짝 흔들어 아직 남아있는 절반의 내용물들을 고스란히 위장 안으로 쏟아 붓고는 마음을 다잡자며 혼잣말을 되뇌고 난 후 곧장 몸을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 씻는다곤 해도 더운 물로 대충 몸만 털어내는 식이었다.
그렇게 씻는 둥 마는 둥한 샤워를 마치곤
다시금 식탁에 앉아 남은 맥주를 마시려 할 때 핸드폰에서 자정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내일의 걱정이 오늘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젠 뭐 될 대로 되겠지.
반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따개를 열어젖히려는 때였다.
텅텅텅.
빠르고 묵직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살짝 취기 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부비고 있으려니 또 다시 신경질적인 두드림이 이어졌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미쳤나. 상식도 없는 놈이.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생판 모르는 놈이 저 짓거리를 하는 거라면 화풀이나 잔뜩 해버릴 테다하고 맘을 다지고는 거칠게 현관문을 열어 재꼈다.

“뭐하는 겁니까. 이 야밤에…….”

한껏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언성을 높이려다 눈앞의 대상을 확인하자마자 말끝이 얼어붙었다.

“뭐한다고 이렇게 문을 안 열어. 이눔의 시키야.”

“…….”

아버지였다.

눈앞에 아버지가 계셨다.

“에……?”

얼빠진 소리가 목 밖으로 새어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으니 아버지가 한쪽 눈썹을 씰룩이며 입을 열었다.

“에는 무슨 놈의 얼어 죽을. 이 애빌 오랜만에 보는데 반응이 고작 그거 밖에 안 되냐?”

“아니, 그게. 직접 이렇게 오실 거라곤 생각도 못해서.”

뭐라 제대로 할 말을 잇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서 적잖게 당황해하고 있으려니 아버지의 그 타고난 불같은 성미가 기다림을 이기지 못했는지 나를 밀치고는 성큼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안을 쭉 훑어본 후 피식하고 웃으셨다.

“어이구, 술 한 잔 하고 있었구만.”

머릿속이 쉽사리 정리가 되고 있진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일단 아버지를 집 안에 들인 이상 뭐라도 대접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새겨졌다.

“어, 어쩐 일이세요.”

내가 앉고 있던 자리에서 맞은편의 의자를 빼내어 아버지를 앉혔다.

“어쩐 일은 인마. 그냥 얼굴이나 보러 온 거지.”


1년만의 재회였다.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나실 땐 언제고 오실 때도 뜬금없이 들이닥치시다니.
어떤 의미론 참 아버지답다고 느껴졌다.

“얼굴……. 많이 좋아지셨네요.”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까. 쓸데없는 안부는 됐고 밥이나 줘라. 배고프다.”

여전하달까, 정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무뚝뚝함.
갑작스러운 방문에 손이 떨려왔지만 기왕 이렇게 오셨으니 어쩌겠는가.
현실을 직시하고는 양손으로 볼을 쌔게 때린 후 동거인의 말을 떠올리고는 냉장고를 열었다.
각종 과일부터 시작해 전과 나물, 그리고 평소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갓김치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자 냉장고 안의 상황에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 안 쓰던 접대용 그릇을 내놓기 전 물로 가볍게 씻고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는 동안 아버지는 입이 심심하셨는지 맥주가 담겨있는 비닐봉투에서 눈길이 떠나질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다.

“상 차리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 맥주로 입가심이라도 하고 계세요.”

자신의 행동이 관찰되고 있었다는 것이 내심 멋쩍었는지 아버지는 크흠, 하고 짧게 기침을 뱉었다.

“맥주는 별로지만, 이것 밖에 없는 거 같으니 이번엔 이걸로 봐주마.”

그렇게 말하시곤 아버지는 한손으로 맥주를 쥐고는 검지로 능숙하게 따개를 젖힌 다음 순식간에 맥주 한 캔을 비우셨다. 사 놓은 맥주가 동이 날 때쯤 식기의 정리가 끝났고 나름대로의 정성을 담아 냉장고 안에 있던 음식들을 꺼내 대접했다.
아버지는 차려놓은 식사들을 눈으로 싹 한 번 훑어보더니만 무언가 만족스러운 걸 발견하셨는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고는 잘 먹으마. 라고 말하곤 누가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정신없이 수저와 젓가락질을 반복하며 그야말로 눈 깜작 할 사이에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순식간에 식사를 끝마치셨다. 좀 과하게 담지 않았나 싶었지만 기우인 것 같았다.

“맛있게 드셨어요? 이거 같이 사는 애가 다 만든 건데.”

“갓김치가 간이 조금 짜더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버지는 쯥쯥, 하고 이 안에 낀 것까지 아깝다는 듯 입안을 정리하고 계셨다.

“그럼 다음엔 참고하라고 말해놓을게요.”

“그리고…….”

잠깐 동안 우물쭈물하는가 싶더니 동거인이 누워있는 방문으로 시선을 돌린 아버지는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가셨다.

“기회 되면 저 애 잡아라. 너 좋다고 이런 거 해주는 여자가 세상에 흔할 것 같냐.”

“어련히 알아서 할라구요.”

“건방진 소리 하지 말고 인마. 기껏 생각해서 이야기 해줬더니만. 그리고 저 봉투 안에 담배 들어있던데 끊어. 쯧, 나중에 나처럼 고생하지 말고.”

실실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입을 삐죽거리곤 양 손을 무릎에 얹고선 끙차, 하고 미묘한 앓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어, 벌써 가시려구요?”

“가야지. 나 같은 놈이 이런데 오래 있어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

“술이라도 더 하고 가세요. 잠깐만 계시면 금방 사올 테니까.”

“됐다. 너무 취하면 못써. 술은 취하지 않게 적당히. 이게 내 살면서 몇 안 되는 모토였다.”

아버지는 말릴 틈도 없이 현관으로 걸어가 주섬주섬 신발을 챙기셨다.
차마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 싶어 냉장고 안에 있던 음식들을 싸드리려고 붙잡으려던 사이.
아버지의 모습은 현관에서 사라져있었다.

그때였다.
동거인이 잔뜩 움츠려든 모습으로 방문을 나오며 부엌에 멀뚱히 서있는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무슨 일이야. 뭐하는 데 그렇게 혼잣말을 해. 난 또 누구랑 전화하는 줄 알았더니.”

이쪽이 반쯤 얼이 빠져있는 동안 부엌 상황을 목격한 동거인이 볼멘소리를 냈다.

“이게 뭐야, 내일 아버님 봉안당 가려고 싸놓은 음식들을 죄 꺼내놓으면 어떡해. 거기다 엄청 먹었네. 내일 어떡하려고 그래 정말.”

“야.”

“왜, 이상한 소리 할 거면 가만 안 둬. 내가 꼬박 하루 동안 이거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갓김치, 조금 짜더라.”

“어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오빤 갓김치 안 먹잖아. 저번에 내가 간 좀 봐달라고 할 때 헛구역질까지 하면서 뱉던 사람이.”

시선은 여전히 현관문을 향한 채.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다 아는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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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을 조금 더 매끄럽게 만들고 싶어 손 본 글입니다.

댓글 : 2 개
필력이 후덜덜 정말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시간 들여서 읽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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