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어린이집에 대해서 이야기해봅니다.2015.08.01 PM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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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내용인데 민감하기도 하고, 머리도 아파서 미루고 미뤘던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고백하면 저는 영아는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이것은 제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영아들과 부모님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몇달전에 큰 사건도 있고, 그래서 관심도도 쑥 올라갔다가 지금은 다시 아무도 관심이 없는 어린이집과 교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주위에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뻔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반응이죠.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직장인인지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합니다.

"그래도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는 게 좋아." 라고요. 여기는 사회 전반적인 제도와 인식까지도 포함되는 문제지만, 지금은 그냥 어린이집에서의 아이들 모습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물론 이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포함되겠지만, 되도록 어린이집의 현실로만 국한하려고 합니다.

먼저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나이부터 이야기해봅니다. 가장 어린 영아는 두살 입니다. 한국나이로 하면 꽤나 많아 보이지만, 만 0세. 즉 12개월 이하의 어린이부터 다닐 수 있습니다. 교사 한 명당 만 0세의 영아는 최고 3명까지 볼 수 있습니다.

3세. 만 1세의 영아들은 5명까지, 그리고 만 2세인 4살의 영아들은 7명까지 가능합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교사들은 터무니없이 많은 아이들을 교사 한 명이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1명의 교사가 3명, 5명, 7명의 영아를 볼 수 있는 구조는 아니거든요. 차라리 조그만 방에 교사 한명이 영아들을 보육할 수 있는 구조라만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두명의 교사와 6명, 10명, 14명의 영아로 이루어집니다.

흔히 어린이집 교사들이 말하는 게 있습니다. "교사가 두 명이든 한명이든 혼자 보는 것과 매한가지다."라고요. 그리고 손이 많이 갈수록 통제하려고 합니다.

부모님들이 말하는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다."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집 교사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인거죠. 악순환이라고 할까요. 아이의 기질은 천차만별인데, 그걸 맨투맨으로 모두 마크할 수 는 없습니다. 물론 돈을 받고 일하는 이상 프로입니다. 되도록 많은 걸 신경쓰려 노력하지만, 미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가장 크게 구멍이 나는 것은 애착, 애정입니다. 기질에 따라 다르다지만, 아이들은 모두 어른의 품을 좋아합니다.

꼭 껴안는 스킨십, 자신에게 오는 관심 등을 좋아하죠. 모두 충족하긴 어렵고, 충족이 안 될 때는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많은 영아들이 점점 "어느정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금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리고 영아들은 생각보다 똑똑합니다. 본능을 죽이고 현실에 순응합니다. 보육학에서 흔히 배우는 발달과정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죠. 이걸 좋아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울지도 않고, 손도 덜가는 모습이 교사 입장에서도, 부모 입장에서도 참 편하거든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제되는 거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감정들이 바로 표출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영아들은 무의식 속에 넣어버립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 중 가장 대표적인게 바로 '부모에 대한 불신감' 입니다.

다른것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은 직장입니다. 사회생활인거죠. 그렇기에 어린이집과 가정에서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성인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듯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이야기를 할때 가장 흔한 반응은 "무슨 애기가 스트레스를 받냐"입니다. 우습게도 정말 엄청나게 받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죠. 이런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합니다만, 대부분 그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와의 스킨십과 놀이만으로도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데, 주말에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삼남매 이야기를 하면, 등원시간은 10시. 하원시간은 18시입니다. 아이들은 20~21시에 자서, 아침 8~9시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친정에 놀러간다고 하더군요. 이 아이들에 관한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른 것도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어린이집은 단체생활의 형태를 뜁니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교사는 아이들을 통제해야합니다. 활동시간에는 친구들이 하면해야하고, 같이 놀기 싫어도 함께 놀아야합니다. 이런 것도 다 스트레스로 쌓여갑니다. 문제행동이 있는 영아를 통제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매일 아침 출근하며 오늘은 혼내지 말아야지, 오늘은 조금 더 잘해줘야지 하면서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는 제 변명입니다. 혼나고 우는 아이를 꼭 껴안으면 품속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을 보며 쌓이는 건 자괴감을 보며 이걸 계속 해야하나 고민할 때도 많습니다.

사실 통제되지 않고 시끄러운 어린이집일수록 “좋은 어린이집”에 가깝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 중 아이들이 자유로운 것보다 좋은 보육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나두면 정말 별의 별 일이 다 생깁니다. 크게 다치는 것도 다반사죠. 어쩔 수 없이 통제를 합니다. 그런데 통제를 하면 육체가 아닌 마음에 상처를 받곤 한다는 게 참 모순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통제는 또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로 쌓이고, 무의식 저편에서 폭발을 준비할지도 모릅니다.

네. 저 또한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잘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더욱 나쁜거겠죠. 그래서 고민합니다만, 쉽지 않군요.

정리되지도 않고 횡설수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페이즈로 가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끊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에게 말합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아요. 함께 놀이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껴안고, 같이 자고, 여행가면 좋아요. 많은 경험? 지식? 영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체온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후에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이미 보낸 부모님들은 되도록 교사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교사거든요.
댓글 : 7 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집중해서 읽었네요.
  • =ONE=
  • 2015/08/01 PM 10:23
고생이 많으십니다.
말씀하신 대로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내용이지만,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보육을 받을 수 있게 고민하시는 모습에서 마이피 쥔장님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자극적긴 기삿거리를 위해 일부의 일탈을 마치 전체 구성원 모두의 문제인 양 침소봉대하는 황색언론에 상처받지 마시고, 항상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쥔장님을 응원합니다 ^ㅡ^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부모가 아이를 못키우는 상황이 당연한 국가들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고
그 다음은 글쓴분 말씀처럼 아이들을 통제하는 데에서 우월한 것이 좋게 여겨지는 보여주기식 문화가 애들을 망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청난 수의 부모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겨 버리고서는 잘되길 바란다면 그것도 웃기는 일이죠.
방치해놓고선 잘됐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힘 내세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겨울철 공연장에 아이들 발표회때문에 오신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분들을 많이 마주쳤는데 볼때마다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밖에는 안들더군요. 티비에 어린이집교사의 아이 폭행관련 기사가 나오면 저런 나쁜사람이 있나 하며 욕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사분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환경이 정말 열악한 곳이 많아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저렇게까지 되었을까 하고 말이죠. 그분들도 분명 아이를 좋아하는 분이었을텐데요.
정말 아들딸을둔 애비입니다 가슴에 와 닿는 애기네요
아들은 유치원 딸은 27개월인대 딸래미는 얼집에 안보놰고있어요
아들 놈이 집에오면 엄청 활발히 뛰고 동생이랑 잘 놀다가도 제가 통제를하면 시무륵하네요 울고 층간소음이란 명목하에
저는 狂亂假刃님의 소신이 좋습니다. 아이를 위하는 진심이 좋습니다.
지금은 만나지 않는 고등학교 동창 중 하나가 이명박을 찍은 이유에 대해 '이명박이 되어야 사교육 시장이 흥할 것이고 나는 사교육 강사가 될 것이다' 라더군요.
자신의 이익이나 성공만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그런 사고방식이 저는 싫습니다.
그래서 님이 하는 이야기가 좋아요.
만약에(그럴 리는 없지만 ㅠㅠ) 저에게 정말 아들이나 딸이 생긴다면, 님 같은 분들이 원장이고 교사로 있는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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