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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로마판 기본소득 (5) 2026/03/09 PM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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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리의 역설

로마가 지중해를 씹어먹으며 리즈 시절을 갱신하던 그때, 정작 나라를 지키던 평범한 시민들의 인생은 단체로 나락을 가기 시작했어요. 원래 로마 군대의 주력이 누구였냐면, 자기 돈으로 칼이랑 방패 사서 입대하던 로마의 평범한 아빠들이었거든요. 평소엔 땀 흘려 농사짓다가 전쟁 나면 출전하는 당당한 자영농 시민군이었는데, 로마가 땅을 너무 넓히다 보니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겁니다.

예전처럼 옆 동네랑 잠깐 투닥거리고 금방 집에 오는 게 아니라, 한번 출동하면 아프리카나 스페인 같은 타지에서 5년, 10년씩 뺑이를 쳐야 했거든요. 집안의 기둥인 아빠가 자리를 비우니 남겨진 가족들끼리는 그 넓은 논밭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잖아요? 결국 비옥했던 땅은 잡초 투성이의 황무지가 됐고, 전쟁터에서 겨우 목숨만 건져 돌아온 병사들을 맞이한 건 텅 빈 곡간과 빚더미뿐이었어요. 다시 농사지을 밑천조차 없는 완벽한 파산 상태가 된 거예요.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에서 이길 때마다 끌고 온 노예들이 시민들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려요. 전쟁 포로들이 시장에 헐값으로 쏟아져 나오니까, 돈 많은 부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월급 줘가며 로마 시민을 쓸 이유가 없어진 거죠. 부자들은 밥만 주면 24시간 풀가동 가능한 가성비 개쩌는 노예들을 수천 명씩 사들여서 기업형 대농장을 차려버린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혼자 삽질하며 힘들게 농사짓던 시민들이 이 말도 안 되는 단가 후려치기를 버틸 재간이 있었겠어요? 결국 나라를 위해 피 흘려 싸웠던 시민들은 정작 본인들이 가져온 승리의 전리품인 노예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삶의 터전에서 비참하게 쫓겨나고 만 겁니다. 로마가 세상의 중심이 되며 가장 화려했던 시절에, 정작 나라를 일군 사람들은 다 죽어 나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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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예의 습격

전쟁으로 잭팟을 터뜨린 로마 귀족들은 이때다 싶어서 공짜나 다름없는 노예들을 풀매수해서, '라티푼디움'이라는 거대한 기업형 농장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얘네가 진짜 양아치인 게 뭐냐면, 전쟁터 나간 시민군 아빠들이 관리 못 해서 황폐해진 땅이나 나라 땅을 헐값에 싹쓸이해서 하나로 합쳐버린 거예요. 그 넓은 땅에 포도나 올리브처럼 돈 냄새 나는 작물들만 대량으로 심고, 월급 줄 필요 없는 노예들을 수백 명씩 갈아 넣어서 물건을 찍어내니 단가가 말도 안 되게 낮아져 버립니다. 평범한 농민들이 이 미친 가성비를 도저히 이길 재간이 있겠어요? 결국 빚더미에 앉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까지 팔고 고향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렇게 농촌에서 컷당한 사람들이 먹고살려고 무작정 로마 시내로 상경했는데요. 사실 도시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노가다라도 뛰어서 입에 풀칠해 보려 했더니, 이미 식당이나 공방 같은 꿀보직 일자리까지 부자들이 데리고 있는 똑똑한 노예들이 꽉 잡고 있었던 거죠. 로마를 지키려고 목숨 걸고 싸웠던 당당한 형님들이 한순간에 갈 곳 없는 백수 신세가 되어 거리로 나앉으니, 가슴 속에는 부자들과 사회를 향한 분노가 스택처럼 쌓여간 거예요.

결국 로마 시내는 '가진 거라곤 자식밖에 없다'는 뜻의 '프로레타리아'들로 바글바글해졌습니다. 명색이 투표권 있는 시민인데 당장 오늘 점심 사 먹을 돈도 없으니, 부유한 정치인 밑으로 들어가 충성을 맹세하고 겨우 빵이나 푼돈을 받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처지가 된 거죠.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도시에 모여 살게 된 이 거대한 빈민층은, 이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로마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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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빵과 서커스

로마 정부도 도시로 몰려든 백수 시민들이 배고픔을 못 이겨 폭동이라도 일으킬까 봐 겁이 났는지, 아주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는데요. 그게 바로 빵 배달 서비스였습니다. 처음에는 나라에서 곡물을 헐값에 팔다가, 나중에는 정치인들이 표심을 잡으려고 아예 공짜로 뿌리는 지경까지 간 거죠. 요즘으로 치면 역대급 '기본소득'이나 '실업급여' 같은 건데, 덕분에 굶어 죽는 건 면했지만 시민들은 스스로 일해서 돈 벌 생각보다는 권력자들이 던져주는 공짜 밥에만 의존하는 '복지 중독' 상태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런데 배부르고 등 따뜻해지니까, 이제는 할 일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시민들의 '지루함'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되요. 정부는 이 형님들이 모여서 정치질을 하거나 사회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화려하고 자극적인 구경거리인 '서커스'를 풀코스로 제공하게 됩니다. 목숨 걸고 싸우는 잔인한 검투사 경기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차 경주가 매일같이 열리니까, 시민들은 이 짜릿한 도파민 파티에 절여져서 현실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마취' 상태가 된 거죠. 결국 국가 대소사에는 관심을 끊고, 그저 "오늘 어느 선수가 이기냐"에만 목숨 거는 생각 없는 군중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그 도파민의 성지였던 콜로세움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로마를 굴리는 거대한 가스라이팅 장치였어요. 황제는 로열석에 앉아 공짜 경기를 베풀며 위엄을 뽐내고, 시민들은 경기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다 풀었거든요. 게다가 좌석도 신분에 따라 엄격하게 나뉘어 있었는데, 이걸 통해 가난한 시민들도 "아, 내가 그래도 저 밑에 있는 노예들보다는 급 높은 로마 시민이지" 하는 소속감 뽕을 맞으며 정해진 질서에 순응하게 된 거예요. 결론적으로 콜로세움은 시민들을 대접해 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대가리 꽃밭으로 만드는 고도의 정치 무대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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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국의 황혼

나라에서 뿌리는 공짜 빵이랑 자극적인 도파민 파티에 절여지다 보니, 로마 시민들은 자신들을 당당하게 만들어주던 주인 의식을 스스로 갖다 버리게 됩니다. 예전엔 나랏일에 목소리 높이고 직접 칼 들고 나라 지키는 걸 진정한 간지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내일 아침 빵 몇 개 주냐", "다음 경기 언제 하냐" 같은 거에만 목숨 거는 신세가 된 거죠.

정치인이 정치를 잘하는지 따지는 게 아니라 "누가 공짜 선물을 더 많이 뿌리냐"만 보게 되니까, 선동당하기 딱 좋은 생각 없는 군중으로 전락했고요. 결국 시민이 주인이라던 공화정은 박살 나고, 황제 혼자 다 해 먹는 독재 시대로 직행하게 됩니다.

여기에 군대까지 맛이 가기 시작했는데요. 원래 자기 무기 사서 나라 지키던 진짜 농민병들이 사라지니까, 그 자리를 돈 받고 일하는 직업 군인들이 채우게 된 거예요. 군대가 시민의 의무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되다 보니, 병사들은 국가가 아니라 자기들한테 보너스랑 땅 챙겨주는 장군 개인에게만 충성하게 된 거죠. 군대가 나라를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장군의 사유물처럼 변하면서, 야심 있는 장군들이 자기 군대를 끌고 로마로 쳐들어와 지들끼리 치고받는 피 비린내 나는 내전의 시대가 열리고 맙니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줄고 나라에 기대어 먹고사는 사람들만 늘어나니 로마 제국의 활력이 뚝 떨어졌어요. 그 수많은 빈민을 먹여 살리고 매일 축제 여느라 나라 곳간은 진작에 텅 비었고, 정작 중요한 국방이나 시설 투자에 쓸 돈은 한 푼도 없게 된 겁니다.

사회 허리층인 중산층은 이미 전멸한 데다, "일 안 해도 나라가 먹여주는데 굳이 왜 함?" 하는 마인드가 퍼지면서 성실함 따위는 개나 줘버린 상태였죠.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골병든 로마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고, 나중에 외부 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막아낼 기초 체력조차 바닥나서, 결국 버티다 못해 서서히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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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ines    친구신청

어짜피 결혼은 안할테니
혼자 누워서 잘만한 원룸 보급해주고
스마트폰에서 쇼츠 볼만한 요금하고 배민으로 세끼 시켜먹을만큼 돈 나눠주면 빵과 서커스 완성인데....
그러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살것인가? 도전할것인가? 쇼츠와 함께 도파민을 뿜을 것인가?

잡학충전    친구신청

쇼츠와 함께 도파민을...

베리게러    친구신청

곧 ai의 시대가 완성되면 일어날 일인 것 같습니다.

sithlord    친구신청

그라쿠스 형제의 농지법이 제대로 시행되었으면 어땠을려나

라이넥    친구신청

그렇게 일할 사람과 군대갈 병력이 없어진 로마는 외노자를 받기 시작했어요.
마침 저 북방의 게르만족이 먹을것과 정착지를 찾아 우르르 내려오고 있군요.
실제로 게르만족은 좋은 일꾼, 병력이 되어 주었어요.
이렇게 로마 사회가 게르만족에게 조금씩 잠식되어 가고 있었지만 알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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