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다가 지하철 5번 노선으로 갈아타서 광화문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충정로 역에서 안내방송으로 서대문역 에스컬레이터 화재로 인해 정차하지 않고 바로 광화문역으로 간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역에 도착한 뒤에 보니 사람들이 역 안에서부터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역 밖으로 나가는 거 자체가 힘들 정도였죠. 올라가는 계단 쪽에서 초를 2천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광화문역 9번 출구입니다. 인원이 너무 많은데다 밀집도도 높아서 제대로 걸어서 역 밖으로 벗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광화문 광장 쪽에서 조PD가 친구여를 개사해서 하야를 촉구하는 노래를 불렀더군요. 그 다음에는 제주도에서 여기까지 상경한 분의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정말 사족이긴 한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끼어있을 때 우연히 옆 사람의 휴대폰 배경사진을 봤는데 그게 세인트 글로리아나 교복을 입은 다즐링이라 흠칫했습니다.
광화문 광장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더군요.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을 지경이라 전 주변을 둘러보면서 간간히 구호를 따라하면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진짜 주변 도로가 인파로 넘치더군요. 경찰이 주장하는 22만이니 26만이니 하는 게 헛 소리라는 걸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습니다.
...뭐, 물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전부 순수한 의도로 참가한 건 아닙니다. 다른 사진들을 보니 꼴페미들도 있었던 모양이고 여기에도 즈엉이당... 메갈당이 찍혔네요. 내년 선거로 원내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무리들이 숟가락이라도 얹어 보려는 움직임이 좀 가증스러웠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만이 아니라 몇 km 떨어진 시청 앞 광장에도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었습니다. 여기쯤 되니까 광화문 광장이랑은 아예 음성이 공유되지 않고 독자적인 주최가 있었습니다. 이들의 구호 중 "박근혜를 우주로!" -> (웃음) -> "아니, 우주는 무슨 죄인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잘못 말 했네요."로 이어지는 만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광화문 광장 쪽으로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만, 시청 앞 광장에 이르러야 경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구역에서는 차량이 다니고 있었기에 교통 정리가 목적인 듯 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곳이 위 사진에 찍힌 건물입니다. 저 위의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이 지점까지 걸어왔는데도 사람이 가득했고, 저 위의 광화문 광장 쪽은 인원 밀집도가 더 높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더군요.
이런 식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다가 전 10시 쯤에 집으로 향했습니다. 일전의 광우병 시위떄에도 참가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때랑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그야말로 역대급의 시위 인원이 모였는데 박근혜는 꿈쩍도 안 할 거 같아 답답하면서도 짜증이 나더군요. 내일 청와대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