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원은 붉은색으로 바뀌며 푸른 상공은 검은색으로 물들어간다.
대지는 구슬프게 흔들리며 하늘은 절망의 부스러기가 쏟아져 내린다.
희망이 되어야 할 빛은 절망이 되어 하늘을 꿰뚫고 있다.
절망이 다가오는걸 막을 수는 없지만 군인들은 자신의 피를 쏟아가며
적들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지만 전쟁의 냄새가 절망이라는 이름으로
군인들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그녀는 희생하는 그들을 단지 바라만 봐야만 하는 현실에 필사적으로
매달려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들에게 알려줄 적군의 약점도
없고 승리로 이끌 전술을 알려줄 수도 없으며 후퇴하라는 명령조차
받지 못하여 아군에게 후퇴라는 말조차 전달할 수 없다.
울음이 속에서부터 솟구쳐 오르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도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적군의
위치와 적군의 전진만을 알릴 뿐이다.
그녀의 그런 절망만이 가득한 메시지에도 아군은 묵묵히 자신의 몸으로
적군을 막는 벽이 될 뿐이다.
부조리한 전쟁이다.
적군의 숫자, 병기 수 모두 아군에 비해 적다. 심지어 적군은 선발군일 뿐이다.
하지만 적의 전차는 아군의 포탄에도 끄덕없이 전장을 누비며 아군을 유린한다.
아군은 상공을 장악했지만 부질없다. 적군에게서 쏟아져오는 빛이 상공을 지배한
아군의 전투기들을 모조리 격추시키며 상공을 지배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한다는
전쟁의 기본수칙을 깡그리 무시한다.
마치 맹수에게 한 마리에게 덤벼드는 소형 초식동물을 보여주듯이 무자비한 참상을
그려낸다.
그녀의 상관을 쳐다보지만 세계에서 유능한 장군이라 칭송받는 그녀의 상관은 일자로
굳게 입을 닫은 채 오로지 한가지 명령만 내린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녀, 그녀의 상관, 그리고 명령을 듣는 모든 아군 또한 간단한 명령에 어이가 없을 법
하지만 그 명령 외에는 답이 없는 걸 모두 알고 있다.
여기서 그들을 막지 못하면 자신들의 고향, 가족이 적군에 의해 유린당하고 죽어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날 낌새는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전적을 알면서도 방심한 틈에 준비할 틈도
없이 적군은 다가왔다. 전쟁에 대비하자 외쳤던 그녀의 유능한 장군의 말조차
윗사람들에게는 전쟁에 미친 광견으로 보며 무시를 했다. 상관의 연줄로 미약하게나마
전쟁에 대비할 때도 윗사람들은 상관을 밀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 사람들은
적국을 무서워한 게 아니라 무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적국을 이빨 빠진 호랑이라 여기고
상관의 말에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배제하며 상관의 행동에 반란분자라는 말까지 해대며
철저히 무시했다. 하지만 그 결과 적군은 이미 코앞까지 와서 제 집인 양 날뛰며 아군을
괴멸시키고 있다. 그녀의 상관을 적군이 다가올 때야 되어 적군을 막으라 명령을 하였다.
하지만 상관이 세워둔 모든 계획이 윗사람들에게 모두 막혀버려 그들을 막을 수단은
오로지 희생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모든 상황은 절망밖에 안 보이지만 그녀의 상관은
적군을 막아야 했다.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음을 그녀의 상관은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최악의 장군이라는 칭호를 받을 지도 모른다. 적군을 막지 못했고 적군의
발호를 막지 못한 무능력한 장군, 군인이라는 오명을 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미래의 평가가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세상을 위한 생각만이 그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적군을 막기 위한 전쟁은 이틀째에 접어들지만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적군의 침략속도를
줄일 뿐이고 늦춰졌지만 적군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미확인 물체 접근 중!”
동료 오퍼레이터의 외침에 그녀의 정신이 깨어났다.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옵니다! 속도… 약 마하 3.5!”
“접근 위치는!”
“남동쪽 방향에서 적군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적의 증원인가?”
“식별코드… 없습니다!”
갑작스런 이변에 작전막사가 혼란에 빠지며 정보를 쏟아내지만 막연한 정보만이 흘러져
나올 뿐이지만 그녀는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그녀는 한가지 단어만이 떠올랐다.
운명.
그녀는 자리를 박차며 적의 상공을 향했다.
빛.
빛이 적의 상공에서 흩뿌려져 지상에 쏟아지며 대기를 가르고 있었다. 빛은 한번에 그치지 않고
장소를 옮겨가며 대기를 가르고 있었다.
모두가 얼이 빠져 전쟁 중이라는 상황을 망각한 듯 침묵에 빠졌다.
작전 막사는 아군이 이변에 대한 질문만이 울려퍼지며 시끄럽게 전쟁 중이라는 상황을 알릴 뿐이다.
[작전본부, 여기는 Rz-1. 러시아군의 SR AAA 6기, LR AAA 3기의 파괴를 확인.
러시아군의 R AAA의 괴멸을 확인. 러시아군의 무인전차 부대의 섬멸을 위해 공격하겠다.
아군의 전투기와 전차를 제외하고는 철수 명령을 내려주길 바란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남성의 말이 작전본부를 휘감아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적군, 러시아군의 가장 큰 전력이 무너졌다!
작전본부는 경악에 차 할 말을 잃었다.
“여기는 작전본부. 요구에 수용, 곧 명령을 하달하겠다.”
어느새 다가온 상관은 그녀의 헤드셋을 빼앗아 격동에 찬 목소리로 능숙하게 답변을 하며
굳어진 얼굴을 풀며 미소 지었다.
“…너무 늦었다, 이 소위.”
[죄송합니다.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귀환하겠습니다. 펄크 중장]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와 그녀의 상관의 대화는 익숙한 듯이 느껴졌다.
“모든 아군에게 전한다! 모든 보병과 기갑부대는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러시아군의
무인전차의 발을 묶으며 1km까지 후퇴하라! 모든 전투기는 러시아군의 무인전차와
작전본부만을 공격하라! 다시 한번 말한다! 모든 아군에게 전한다!
모든 보병과 기갑부대는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러시아군의 무인전차의 발을 묶으며
1km까지 후퇴하라! 모든 전투기는 러시아군의 무인전차와 작전본부만을 공격하라!”
열기에 가득한 펄크 장군의 목소리가 떨리며 무전기를 통해 아군에게 전달되었다.
펄크 장군은 잠시 목이 막힌 듯 침을 삼퀴고는 헤드셋을 적군인 것처럼 부서질듯이 움켜쥐었다.
“…승리의 여신이 도착했다.”
Ps. 오타, 단어의 부적절, 문장상의 어색한 점등 수정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로 충고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