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Blue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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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홍차 (0) 2013/11/27 AM 02:57

까페의 아르바이트 생에게 반한 그는 매일 아침 얼그레이를 시켰다. 지인들 앞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얼~" "그래?ㅋㅋ" 같은 반응이 나오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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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바다 (1) 2013/11/26 AM 05:08


바다처럼 마음이 넓던 그녀는 다른 사람의 마음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려다가 지쳐서 죽었다. 노망난 그녀의 어머니는 유해를 꼭 바다에 뿌리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바다를 눈 앞에 두고 꼭꼭 봉인해둔 유골함이 떨어져내렸다. 아아 그녀는 땅에서 바다처럼 살고 싶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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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ix    친구신청

잘 읽히고, 뒤에 긴 생각 남기는 글들을 쓰시는군요. 잘 봤습니다.
[손바닥 소설] 수염 (0) 2013/11/26 AM 05:07

"수염 좀 기르지마. 어울리지도 않고 지저분해 보이잖아."
"매일 자라는 건데 어쩔 수가 없잖아."
이틀만 두어도 얼굴 전체를 뒤덮는 내 수염을 보며 하던 그녀의 이야기가 내 게으름 전부를 에둘러 표현한, 그렇게 확장된 이야기라는 건 한참 후에야 들었다. 이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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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조각 (0) 2013/11/25 PM 10:23


나를 닮아가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조금 기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슬프게 만들었다. 나도 한 때는 그리스의 조각들처럼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었다. 첫사랑의 비바람을 맞은 후에 완전히 무너져있던 것을 이제야 대리석 조각들로 형태만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그녀의 말로 알았다. 나는 이 모습 그대로에 바치는 사랑보다는 복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의 색을 기억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하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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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치첸잇사 (0) 2013/11/25 PM 06:32


대학시절 마야 문명이 보고 싶다던 그 친구는 기러기 아빠로 살다가 환갑이 넘어서야 은퇴하고 홀로 치첸잇사로 떠났다. 예순 다섯번째로 맞는 춘분, 피라미드에 그림자를 통해 구불구불 쿠쿨칸 신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마음에서도 뱀처럼 들어앉은 화가 구불구불 고개를 쳐든다.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걸. 왜 그렇게 살았지. 내 인생도 한 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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