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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시간 (1)
2014/04/07 PM 07:59 |
스물 두 살에 나는 나보다 여덟살이 많은 남자를 만났었다. 그 남자는 공립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였는데 부드럽고 유머 감각이 있어서 나도 한동안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다.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다면 영화 취향이었다. 그는 그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나 나온 흑백의 고전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그건 한참 새로운 관심거리들을 찾아다니던 내게는 세대 차이처럼 느껴졌고, 한번 든 생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서 작은 다툼도 모두 나이차 때문이라고 여기다 헤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 때의 그 사람과 같은 나이가 되었고 새로운 것보다는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찾게 되었다. 왜 옛날 영화를 즐겨보냐는 내 물음에 시간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분류자니까라던 그의 대답이 떠오른다. 다만 그는 시간을 믿고 더 좋은걸 찾고 있었다.
그 시절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시간이 알아서 분류해주었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오늘 문득 생각에 그는 역시 좋은 쪽이었다. 물론 돌이킬 수 없어 이따금씩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도.
급하게 써서 길고,고쳐야 할 부분이 많은데
지금 쓰지 않으면 머리에서 날라가 버릴 것 같고 더 괜찮게 쓸 수 없을 것도 같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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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꽃샘추위 (1)
2014/03/18 PM 03:25 |
오래 전 헤어진 그녀는 그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때면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사흘에서 나흘, 갑자기 나타났다가 또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다. 새 봄을 맞을 준비를 하던 것을 잊고 그는, 미련이 남은 마음에 옛 애인을 기다리며 바보처럼 또 다시 긴 겨울에 접어들었다. 그녀의 마음이 단지, 그에게 봄이 오는 것을 질투하는 시샘달 꽃샘추위와 같은 것인줄은 까맣게 모르고.
헤어진 연인 사이 아니라도 가끔 이런 사람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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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비결 (1)
2014/03/15 PM 02:11 |
미간보다 약간 밑, 콧등 부분을 손으로 세워주면 콧대가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녀는 자주 그 부분을 만지곤 했다. 실로 그랬는지 긴 휴가 후에 그녀의 코는 확실히 높아져 있었다.
"그리다 보면 생긴대요. 기왕이면 예쁘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다가올 5월 연휴를 기다리며 그녀는 이제 펜으로 쌍꺼풀 라인을 그린다. 그녀에겐 분명히 예뻐지는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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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이어폰 (8)
2014/03/07 AM 12:59 |
오래된 물건엔 생명이 깃든다더니 고장나지도 없어지지도 않고 10년을 버틴 그의 이어폰에도 생명이 깃들었다. 새로 나온 음악도 가리지 않고 듣는 그에게 이어폰이 처음 배운 감정은 호기심.
눈을 뜨니 어두운 탐험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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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보물 (0)
2014/03/05 PM 05:00 |
"여기서 세 걸음이지?"
그녀는 뒷마당의 감나무를 짚고서서 집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세 걸음. 20년전 그 자리에 묻어둔 그녀의 보물을 오늘 꺼내려는 참이다. 하나 둘 셋. 세 걸음을 걸어 도착한 자리를 파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여기가 아닌가?"
보폭이 문제인가 싶어 그녀는 다섯살 아이로 돌아가서 다시 세 걸음을 걸었다. 그 자리에도 아무것도 없다. 온 마당을 파헤쳐도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어디에도 없다.
살다보니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도 때로 배신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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