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대리점 대통령 모욕과 관련된 마이피 게시글에
참 좋은 댓글이 있어 공유합니다. (=ONE=님 댓글)
원본글은 링크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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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 대통령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여행사에 대해 누가 어떤 죄로 고발을 했는지 알 수가 없네요.
대통령 측에서 모욕죄의 피해자로서 고소를 한 것인지
하나투어 본사 차원에서 브랜드 훼손에 대한 법적 책임을 해당 대리점에 묻는 것인지
아니면 제삼자인 시민단체에서 사라진 지 30년도 더 된 '국가원수 모독죄'를 들어 고발을 한 것인지
상황에 따라 법리적인 요건이 천지 차이니까요.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는 하나투어 본사 측에서 "계약해지와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 말한 것 밖에 없는데
의도적인 것인지 비의도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뒤 다 자르고 '고발이 접수되었다는 뉴스도 본 것 같다'고 하시면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1. "저 문구가 잘못되었다면, 전임대통령에게 비슷한 비하의 표현을 쓴 것도 잘못인가?"
모든 이에 대해 모든 표현은 자유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나 정치인같은 공인에 대해서든, 연예인이나 우리네 일반 국민같은 사인에 대해서든
우호적 표현이든 비난의 표현이든 다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고, 있어야 하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비하의 표현이 '잘못'은 아니네요.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 곧 무책임에 대한 보장인 건 아니죠. 전혀 별개의 문제에요.
어떤 비난의 표현을 하도록 강요되고 의무지워진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인 사상을 외적으로 자유로이 표현한 것이라면
그 '자유에 대한 책임' 또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비하의 표현이 법적인 한도를 넘어서 대상자로부터 모욕으로 고소가 들어오는 게 '자유에 대한 책임'이고
대상자와 별개로 비하의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 이들이 사적인 관계를 멀리하는 게 '자유에 대한 책임'이고
비하의 표현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의 대리점 명의로 내서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피해보상을 지는 게 '자유에 대한 책임'이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비하의 표현은 '잘못'일 수도 있고요.
비하의 표현을 단순히 잘잘못의 차원으로 치환한다면
'잘못이 아니라면 표현의 무제한적 방종도 괜찮다는 거냐' 또는 '잘못이라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냐'의 가불기가 들어와 소모적인 논쟁으로 빠져버리겠죠.
의도적인 것인지 비의도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애매하게 '잘못'이냐고 하시면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2. "고발이 정당한가? 그렇다면 전임 대통령에게 비슷한 표현으로 고발당한 것은 정당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누가 어떤 죄로 고발을 했느냐에 따라 법리적인 요건이 크게 달라지기에
애초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고발을 단순히 동등비교하기는 불가능하죠.
현 대통령에 대해 개인이 아니라 본사 브랜드를 걸고 비하적 표현을 하였기에
본사 브랜드 훼손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법감정적으로도 합당합니다만
대통령 재직 당시 대통령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인으로서의 박근혜를 공격했다거나 찌라시를 뿌리기 위해 주거침입을 하였다는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법적 책임을 물은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과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배하고도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법적인 의무를 도외시하고 불법적 행위를 하여 헌법 수호의 이익을 위해 탄핵되었으면서도
ㅡ따라서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박탈된ㅡ 박근혜가
개인의 명예에 대해서는 준법적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보호받기를 원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법감정적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인 것인지 비의도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둘을 단순히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 생각합니다.
3. "현 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할 수 있는) 명백한 피해를 본 사람은 비난할 자격이 생기는가?"
정치란 사회적 희소 가치의 배분을 두고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정하는 활동입니다.
따라서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정치행위는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관건은 그 갈등 해소 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사회적으로 납득 가능한지 여부겠죠.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사회적으로도 납득되는 사안에 대해 '단순히 내가 손해를 봤기에 반대하는 행위'와
반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이어서 사회적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사안에 대해 '사회 전체의 손해를 대변하여 반대하는 행위'.
전자는 정치행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익의 보장만을 우선하는 것이고
후자는 정치행위의 본질에 거스르는 결정에 대해 공익의 보장을 요구하는 것인데
둘 다 '객관적인 자료로 피해가 증명 가능'하다는 이유로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할까요?
사익과 공익, 가역적인 피해와 불가역적인 피해를 구분하지 못하고
단순히 "문재앙 때문에" 힘들다는 이기적이고 몰지각한 발언이 지탄받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비난 자체가 '멍청한 소리'기 때문이겠죠.
의도적인 것인지 비의도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둘을 단순히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 생각합니다.
4. "전전 대통령 때 '나는 꼼수다' 라는 팟캐스트가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들었다. 지금 대통령 때 똑같은 팟캐스트를 운영한다면?"
저는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은 정보의 압축성이 매우 떨어져서 선호하지 않고 나꼼수 요약글 몇 번만 봤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나꼼수는 BBK, 다스, 내곡동 사저, 저축은행 등 '꼼꼼하신 가카의 꼼꼼한 꼼수들'을 짚어주는 방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의혹이 있어 취재를 해보니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얼마나 기가막히게 뭉개고 넘어갔는지 톺아보는 내용이지만 물론 주된 화제가 '가카'다 보니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우회적이고 역설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했고요.
말 그대로 '살아있는 권력'의 불법과 비리를 직접적으로 들이받지 못하니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고발하는 것. 전형적인 '풍자'매체네요.
팟캐스트는 잘 몰라서 '우파 유튜버'를 검색해봤더니 '신의한수'가 유명하네요.
유튜브에서 '신의한수' 동영상목록을 펴고 제목과 헤드라인만 읽어봤습니다.
......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어디 내놓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의 저열한 비난 말고
사실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취재와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공익을 위해 현 정권의 불법과 비리를 풍자하는, '나꼼수와 똑같은' 팟캐스트나 유튜브가 제발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END.
사람의 머리는 라벨 없는 통조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들은 것이 참치인지, 스팸인지, 후루츠 칵테일인지, 삭힌 청어인지, 행위예술가의 분변인지 알 수 없죠.
그런데 통조림은 누군가 까 줘야 비로소 그 내용물이 드러나지만
사람은 언행을 통해 매 순간 머리 속의 내용물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할 수 있겠죠.
여행사가 힘든 것을 "문재앙 때문"이라 하는 말은, 그 사람의 머리 속이 어떤 수준인가를 드러냅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그 사람의 머리 속이 어떤 수준인가를 드러냅니다.
단순히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는 걸 억지로 같다붙이는 논리도, 그 사람의 머리 속이 어떤 수준인가를 드러냅니다.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진리를 단순히 진영논리 때문이라 치부하는 사족도, 그 사람의 머리 속이 어떤 수준인가를 드러냅니다.
통조림 속에 들은 걸 다른 이에게 드러내기 부끄러우시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통조림의 내용물을 바꾸거나, 통조림의 내용물이 드러나지 않게 꼭 닫아두거나.
전자는 어려운 것 같으니 후자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혹시나 부끄럽지 않으시다면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
사람 머릿 속은 라벨 없는 통조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