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 있었던 일입니다.
모 카메라 브랜드 동호회 활동을 하던 시절이지요.
마침 플래그쉽 모델(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 사양의 제품)이 발매 되어
동호회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이었고 손님은 우리쪽 대여섯명,
그리고 구석에 남녀 커플, 이렇게 두 테이블 정도였습니다.
새로 출시된 카메라를 예약구매한 일행이 있어
돌아가며 그 카메라로 테이블 위나 창밖 풍경을 찍었고
다들 새 카메라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행인을 찍거나 카페 안으로 렌즈를 향하는 일은 없었죠.
매너가 아니며 행여 시비라도 걸어오면 피곤하니까요.
<근데 그것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구석에 앉아있던 커플 중 남자 쪽이 우리 테이블로 걸어온 겁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지금 우리 찍으셨죠?”
그 말과 동시에 여자를 보니 40대 정도더군요.
걸어온 남자는 많이 봐야 20대 후반?
남자의 굳어진 표정에서 얘네들 불륜이구나 싶었습니다.
“아뇨 안찍었습니다”
카메라 주인인 회원이 말했고
“찍는거 봤습니다”
불륜남이 주장했습니다.
“자, 보세요. 안찍었죠?”
“…(카메라를 건네들고) 이거 사진 어떻게 보죠?”
“이거 눌러서 이렇게 저렇게”
;;
“못 믿으시겠으면 보는 앞에서 메모리 포맷할께요. 자, 다 지워졌죠?”
“숨겨놓은 사진이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 왜 숨겨;;
“지금 그 카메라 메모리까지 해서 살께요. 얼만데요?”
“오백만원이요”
“… …”
ㅋㅋㅋ 전 분명히 카메라 산다, 넘겨라. 할줄 알았는데 진짜 그럴줄은 ㅋㅋㅋ
플래그쉽은 잡아보면 다릅니다. 망치 대신 써도 될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거든요.
근데 아무 것도 모르고 산다고 했다가 가격 듣고 스턴 먹음 ㅋㅋㅋ
기억나는건 여기까지입니다.
결국 카메라 주인은 전날 친구들과 찍었던 추억의 사진만 날려버렸던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