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00년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수두룩한 스위스 시계 시장에서 35년밖에 안된 '청년 브랜드'가
가격대나 명성 측면에서 '특1급' 대우를 받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엔트리 모델도
1500만원이 넘는 이 브랜드는 작년 글로벌 매출이 2009년보다 40%나 늘었다.
미셸 파르미지아니(60)는 이 모든 걸 현실로 만든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현존하는 3대 캐비노티에(시계 명장)로 꼽히는 그를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만났다.
파르미지아니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경영권을 1997년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산도스 측에 넘긴 뒤 '마스터 워치 메이커' 직함으로 제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이번 SIHH에서 선보인 부가티 시리즈의 '2011년 버전'을 설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첫 만남의 느낌이 너무 강렬했어요. '부가티 엔진을 시계에 담아볼 수는 없을까'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미친 척하고 도전한 겁니다.
예술가에겐 약간의 '광기(craziness)'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도전할 수 있죠.부가티 시리즈가 바로 그런 예입니다. "
파르미지아니는 "자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옛 시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년 '묵은'
옛 시계를 되살리는 고(古)시계 복원 분야의 1인자로 꼽힌다.
파르미지아니는 이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로 산도스와의 만남을 꼽았다.
"제 이름으로 창업한 게 1976년입니다.
'쿼츠 크라이시스(건전지로 움직이는 저렴한 시계가 나오면서 기계식 시계 업계가 위기를 맞은 것)'
의 여파가 한창이던 때였죠.파르미지아니가 꽃을 피운 건 산도스를 만난 다음이었습니다.
자본이 투입되면서 5명이 일하던 공방은 500명의 일터로 바뀌었어요.
덕분에 파르미지아니는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몇 안되는 시계 업체가 됐습니다.
대기업이 투자하면 장인의 창의성이 훼손될 것을 염려하지만,파르미지아니에선 그런 일은 전혀 없습니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에게 '언제 은퇴할거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은퇴요? 저는 새 모델을 기획하느라 고민하는 지금이 좋습니다.
새로운 길을 걷는 건 흥분되는 일이 잖아요. 만들고 싶은 시계가 얼마나 많은데요. "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