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어준 수컷의 이름은 '햄버거'였습니다.
동생이 지어준 암컷의 이름은 '햄순이'였고요.
중2때 키웠으니 얼추 12년 전의 일입니다.
매일 매일 밥도 챙겨주고 자주 목욕도 시키고
톱밥도 갈아주고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습니다.
제 손 위에도 올라가서 잘 놀고 그랬었죠.
그러던 어느 날 요 녀석들이 냄새가 좀 나려고 하는 것 같길래
목욕을 시켜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은 이상하게도 햄버거가 도망을 칩니다.
잡으려고 해도 잘 잡히지도 않고 계속 그러다가
겨우 뒷발 하나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손 위에 올려놓으려고 그대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이 윗몸 일으키기를 하더니 그대로 제 새끼손가락을...
"악!"
극심한 고통과 함께 제 손은 제가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며
전광석화와 같이 한 번 털어졌습니다.
그리고 햄버거는......
'지금까지 어떤 것보다도 높고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From 슬램덩크
방구석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달려가서 발견한 것은 허리가 180도로 돌아가있는 햄버거였습니다.
일단은 허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체육시간에 얼핏 들었던 구급법을 떠올리며
뺨을 때려도 보고 흉부를 가볍게 압박도 해보고 했지만
햄버거는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최후의 수단으로 물을 떠올렸습니다.
찬물을 받아놓고 넣었다 뺐다하며 뺨을 때리니
햄버거가 깨어났습니다.
그 녀석은 언제 허리가 돌아갔었냐는 듯이
바로 쌩쌩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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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와 햄순이 사이에는
새끼가 생기지 않았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