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전캠프로 오게 되었다.
속칭 비적응 캠프.
그 곳은 천국이었다.
다들 작대기가 하나 밖에 없었고...
다들 정신도 없었고...
다들 개념도 없었고...
그 곳에 있던 모든 이등병이 깔깔이 상의에 깔깔이 바지만 입고
허리춤에 손넣고 돌아다니며 냉동을 돌려먹는다는 사실이
위에 열거한 모든 상황을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 곳은 5일 내내 빈둥거리기 참 좋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만난 친구 한 명은 부산에 사는데(난 수원)
음악적 견해가 비슷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지금도 가끔씩 연락을 하고 있다.
진짜 부적응자도 있었고...
어떤 녀석은 원스타 빽이 있는데
그 것 때문에 부대 소령이 불러 얘기를 하다가
괜찮다고 담배 한가치 피우라면서 불을 직접 붙여줬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상태로 얘기하다가 그 앞에서 담배연기를 뱉었더니
"어디 이등병 놈의 새끼가 대한민국 육군 소령 앞에서 담배연기를 뱉어?!"라면서
영창을 보내려고 했단다.(역시 대한민국 군대...)
그러다 결국 그 빽 때문에 비전캠프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관람,촛불의식,군종 목사와의 상담 등 이런 저런 프로그램으로
비전캠프는 진행되었다.
그리고 좋았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5일...
퇴소식을 하며 뭔가 코팅된 종이 쪼가리를 하나씩 받았다.
거기 써있던 건 '병영생활 상담 요원'이라는 말과 잡다한 말들.
그리고 퇴소식에서 우리를 희망에 젖게 하는 말이 있었으니
'주변에 힘든 병사들과 병영생활의 고충 및 애로사항에 대해 상담을 하여
그 내역과 성과를 군단 군종부에 보고한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과를 거둔 사람에게
군단장님이 내리시는 포상휴가가 있을 것이니 성실히 할 수 있도록'이란 말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희망에 젖어 있었고
휴가에 갈 생각에 빠져 있었으나
부대가 가까워 질 수록
밑에 후임도 별로 없는 녀석이 과연 누굴 상담해 주겠는가,
또 누가 뭘 믿고 나한테 어려움을 털어 놓겠는가라는 걱정이 커져만 갔다.
다음편이 끝일듯
담배 피라고 불 붙여 줘 놓고선 답배연기 뱉었다고 영창이라니
그럼 연기를 어떻게 처리하란 소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