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휘청 휘청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니
이 놈 적잖이 긴장한다.
"임마 괜찮아?어디 아프냐?"
"제가 워낙 지병이 있어서..."
"그래. 우리 일단 차분히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얘기를 진행해보자"
쉬라거나 가란 얘기 절대 없다.
독한 놈...
사실 거의 네 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보니 니코틴이 격하게 급해서
'제 병은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질병이니
담배를 피우면 한결 나아진다.'는 설명을 함으로써
흡연타임을 갖자는 의도에서 짠 즉흥적인 작전이었으나 통하지 않았다...ㅠㅠ
그래서 급히 최후의 보루인 '눈물 작전'이라는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나름 왕년에 교회 성극부에서 활동도 해봤고
과호흡 증후군 증상이 있을 때는 가끔씩 눈물이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기였다.
눈물이 나는 타이밍과 동시에 무릎을 꿇고 앉아
"형님. 제가 이 회사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굉장히 좋게 생각하나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은 이 길이 아닙니다."
"저는 자동차 정비사가 꿈입니다.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동차 정비소 알바라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돈이 급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근데 이 놈 인상처럼 성격도 삭막하다.
"이런 씹새...안 일어나? 이 개새끼야 내가 언제 너보고 무릎 꿇으랬어?엉!?"
이 작전까지도 안 통하니 이제 마냥 개기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아까의 작전인 '저자세로 동조하다 중요대목에서 반박하기'를 사용해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그 곳에 들어가 지나간 시간은 어느새 네시간 반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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