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은 때로는 윽박 지르고
때로는 이 곳에는 엄청난 비전이 있다고 제시하며
나를 쥐었다 폈다 했다.
그래도 나는 마냥 형님 형님 할 뿐이었다.
얼추 세시간이 지났을까?
이 놈 빡쳤는지 나보고 하는 말이
"너 여기서 나랑 계속 이러고 앉아있을거냐?
니가 온지가 지금 일곱시간이 넘었다.
내가 다단계를 12년을 했는데 너같은 놈은 살다 살다 처음본다.
너 그냥 여기서 밥도 못먹고 이렇게 계속 말싸움 하고 싶으면 알아서 해
우리는 밥도 알아서 먹을거고 사람도 많아서 돌아가면서 말싸움 할 수 있어."
"아이고 그 것도 좋네요. 형님.
제가 전에 체해서 삼일 내내 굶어 본 적이 있는데
이 번 기회에 기록 갱신 한 번 해보죠.
안 그래도 상병 꺾인 이 후부터 살이 안빠져서 고민이었는데 고맙네요.
아! 이럴게 아니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번 일 끝나고 나면
언제 한 번 형님이랑 저랑 술 한 잔 할까요?"
놈 벙쪘다...
순간 말을 잇지 못하더니
"내가 너랑 술을 왜 먹어!"이러면서 버럭한다.
"아니 뭐 살다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런 것도 인연아니겠습니까.좋은 게 좋은 거라고
혹시 살다보면 서로 뭔가 필요할 일이 생길지 누가 압니까?"
그 놈 뭔가 한 동안 멍하니 있더라.
내가 그 놈이었어도
'거 새끼 심하게 낙천적이네...'이러고 있었겠지.
아무튼 잠시 말을 잊고 있던 놈은
나보고 다시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고 했다.
아까 복도에 즐비하던 놈들은 강의를 들으러 갔는지
아니면 너무 늦어서 그랬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흡연실에 들어가서 담배를 한 모금 빠는데
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니가 계속 형님 형님 하니까 동생같은 마음이 들어서 얘기하는데
나도 이 짓해서 먹고 살기 참 힘들다. 나이는 있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계속 이 짓이나 해서 먹고 살아야지 어쩌겠냐."
효과가 드디어 나타났다.
주변에 자기 이야기를 들을만한 사람도 없겠다
이제 놈은 자기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놈 말에 동조도 해주고 그러면서 차분히 신세한탄을 들었다.
그리고 담배를 몇 가치 피웠을 무렵
놈이 얘기했다.
"야 진짜 니가 동생같아서 그러는데 너 집에 갈래? 여기 있을래?'
"집에 갈래요."
그리고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놈은 전화기를 들고 내 짐과 핸드폰을 가져오라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놈은 인상 삭막한 놈에게 골목길로 들어와서 길을 잘 모를테니
전철역까지 데려다 주라고 했다.
(명목상은 그렇지만 이건 사실 경찰서로 달려가 꼰지를까봐이다)
놈은 자기네 회사 문앞에 서서 내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난 손을 흔들며 "형님 다음에 술 한 잔 콜~!?"
"안 먹어 이 새끼야!"
나와서 보니 이미 여덟시간 반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나는 전철역에서 바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매품으로 나의 군대시절 휴가 쟁취기도 있습니다(링크클릭)
광주사는 군대 동기가 지방시 물류 회사라고 속여서 갔음..
딱 간날 눈치채고 그다음날 정신교육 하루 듣고 밤에 그자식 귓방맹이 한대 날리고 와씀.. 진짜 그때 생각하면 열불나네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