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인들을 보내고 홀로 거리에 남은 나는 서울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추웠다.
서울역에 도착하고 보니 앞에 택시라고는 쥐뿔도 보이지 않았다.
한창 신 역사 공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인지 한층 더 을씨년스러웠다.
막막했다.
서울 지리도 잘 모르는데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지금처럼 수원 콜택시 전화번호를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절부절 했다.
그래서 그냥 서울역의 출입문을 당겼는데 문이 열렸다.
들어가서 보니 모든 불이 꺼져있고 아무도 없는지라
경비업체에서 출동할 것 같은 느낌이 나서 바로 나와버렸다.
그래서 그냥 이리저리 주변을 돌다가
문득 어릴 적 할머니께서 살아 계셨을 때
독립문 근처에 살고 계셨다는게 생각났다.
서울 지리도 모르고 술도 취했고
독립문에 일단 가볼까 해서 독립문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냥 비틀비틀...또 비틀비틀...
그 날 밤 난 한마리의 주정뱅이였다.
추위에 떨며 마냥 걷고 있는데
어디 쯤인지도 기억이 안 나는 곳에 시장이 있었고
그 입구에서 어떤 할머니가 깡통에 불을 피워놓고
홍합을 까고 계셨다.
너무 추웠던 나는 불 좀 쬐고 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불을 쬐며 그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잠시 이야기를 하다 다시 길을 나서 독립문으로 갔는데
이런 젠장...
독립문은 3호선이 아닌가.
오히려 집과 더 멀어져 버렸다.
날씨는 추운데도 술은 깨지않고
술김에 대책도 없이 다시 서울역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