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말을 할 때에 예수께서 친히 그들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시니
-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 누가복음 24장 -
교회다니시는 분은 알겠지만, 이 구절은 부활이라는 초자연적이고 신성한 현상에 초점을 맞춘것이 아니라 그것을 믿느냐는 '믿음'에 초점이 맞춰준 구절이죠.
이 구절을 잊어버리지 않고 영화 끝까지 내내 염두해두신다면요...
"현혹" 되는 겁니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에요.
감독이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진정한 의미의 '악의'로 가득찬 사람인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곡성]은 미스테리 스릴러도 아니고 그냥 공포영화입니다.
하지만 미스테리 스릴러의 분위기가 강하고 비주얼적으로는 좀비물 같으며, 소재로는 엑소시즘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말 공포영화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짬뽕장르이긴 한데, 어느것 하나 밍밍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껏 나온 각 분야의 장르영화들 중에서 가장 궁극의 성취를 이뤄냅니다.
후반부로 가면 맥거핀이 대거 방출되면서 관객들하고 두뇌싸움을 벌입니다.
두뇌싸움을 벌이는 영화는 보통 개연성에 있어서도 완벽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억지부린다고 관객들에게 숱한 비난을 받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혹여 논리적으로 뭔가 성립되지 않는 얘기가 있더라도 비난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논리적이지 못한 사실들이야 말로 공포의 근원이 되거든요. 카피문구 그대로 "현혹"되지 마라 입니다.
영화는 시골동네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법한 전대미문의 살인이 벌어지는 광기가 흐르는 스산한 동네로 자연스럽게 탈바꿈합니다. 왜 실제 곡성 주민들이 걱정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영화는 영화인거 알면서도 영화를 보는 나도 미쳐버릴까봐 걱정을 했을 정도니깐요. 보통 히트치는 컨텐츠의 경우 촬영장소가 각광을 받는데, 여기는 예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짜 그 조그만 시골동네를 공포의 장소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영화는 정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포감을 체험케 합니다. 보는 내가 미치는 거 아닌가 할정도로 영화 전반에 흐르는 광기와 압박감을 숨을 못쉬게 만들정도에요. 긴장이 고조되는 영화 중반부터 후반까지 진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잔뜩 쪼그라들어 있었으니깐요.
그런 영화의 분위기는 스산한 영상들과 심장을 입박하는 음악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한몫을 합니다. 특히 아역 배우의 연기는 진짜 모든면에서 압도하더라고요. 진짜 실제라면 어른들이라도 오줌 지릴 정도로 귀기어렸으니깐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시퀀스는 샤이닝의 유명한 쌍둥이 장면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를 딱히 잘보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감상문만 쓰지만...
왜 이동진 평론가가 한줄평론에 평론을 안하고 감상문을 냈는지 알 수 있었던 영화 같습니다.
진짜 이건... 그냥 영화 자체가 귀신들린 듯한 영화 같습니다.
관객석에서 비명소리도 나왔으니까요.
그 외에는 딱히 무섭진 않았습니다. 다만 살을 날리는 장면은 압도적이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