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이 무서웠던 세가지 점을 개인적으로 꼽아봤습니다.
1. 어린 아역의 귀신들린 연기
영화는 처음 살인사건의 현장을 천천히 훝으며 보여준다.
영화 조명을 최대한 자제한체 자연광만 사용한 이 영화는 난장판이 된 집안을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처럼 다큐같은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데 거기서 분명 눈에 띄는 것은 "음식물이 피칠갑과 함께 마구잡이로 흩어져있다" 는 것이다.
그냥 '사건현장의 구성을 제법 잘 연출해놨네?' 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살인사건의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음식물이 피칠갑과 뒤섞여 엉망이 되있는 현장을 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마침내 보여주게 된다. 뭔가에 홀린 종구의 딸은 미친듯이 밥을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집안은 음식물로 난장판이 되어 간다. 전에 보여졌던 미친 살인현장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걸 보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모습은 그저 귀신들린 딸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2. 당연하게 생각했던 인물의 행동이 곱씹고 보니...
혹은 이해가 안갔던 인물의 행동이나 장면이 곱씹고 보니 이런 의미였던 것이다. 이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곡성] 은 그러한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고, 그래서 진짜 사람들을 무섭게 할 줄 아는 그런 영화다. 아마 [블레어윗치]의 마지막 장면과 비슷한 느낌의 공포일 것이다.
이는 가끔씩 긴장 고조시키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관객을 놀라게 하거나 잔인한 장면으로 공포를 일으키려는 호러영화들은 모조리 싸구려로 만들어버렸다.
3. 진짜 귀기가 서려있는 듯한 비주얼
영화 시작하자마자 보여지는 사건현장에선 약간 충격적 느낌을 받았다. 수갑에 묶인채 숨을 헐떡이는 살인용의자의 모습이 완전 좀비같은 몰골로서, 눈을 회까닥 뒤집어져 있는 모습은 진짜 이세상 것이 아닌 듯한 귀신들린 자의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조명이 아닌 최대한 자연광을 활용한 장면들은 인위적인 느낌이 안들고, 더욱 사실적인 느낌이 든다. 이런 사실적인 비주얼 효과는 [곡성]의 라스트신에서 더욱 돋보이는데, 그 장면은 아마 스탠릭 큐브릭의 [샤이닝]에서 쌍둥이 자매 장면을 뛰어넘는 가장 무섭고 귀기어린 비주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