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평점으로 치면 7.5~8점 정도 주겠다. 10점만점 기준
사실 진짜 별 기대 안하고 본건데, 의외의 재미가 있었던 팝콘 무비였다.
아직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를 안보았지만, 현재까지 코로나 시국에 나온 영화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영화의 장르가 코믹 액션 인데,
90년대에 유행했던 하이재킹 액션물의 플롯을 따라가면서도(에어포스 원, 파이널 디시전 등)
2000년대 초 유행해던 남북 스파이들의 비극적인 사랑(쉬리) 의 클리셰를 코믹하게 변주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감독이 유머의 원천을 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질낮은 한국영화의 화장실 개그나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아이러니함 속에서 유발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유도하고
또한 영화라는 장르에 걸맞게 그것을 맥거핀과 소소한 반전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감독이 반전을 표현하는 방식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왜냐하면 지금껏 초보감독들이 줄곧 실수해오던 반전을 위해서 개연성을 심하게 망가뜨려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
예를 들어, 반전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리 극중극 이나 소품들을 이용하여 관객들에게 어떤 힌트를 주는 것이다.
물론 관객들은 그냥 소품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반전이 이뤄지고 나서야 왜 카메라가 그것을 비췄는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런식으로 반전을 연출한다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충분히 힌트를 주며 "저건 너무 억지 아니야?" 라는 개연성의 붕괴를 예방함과 동시에
상당히 재치있네 라고 평가해줄만할 것이다.
물론 영화속 상황 자체만 보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하다. 그것을 보고 무슨 개연성이 문제없냐? 라고 따질수도 있는데
사실 이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 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정도는 그냥 너그럽게 넘어가줄만할 뿐 아니라,
되려 그것이 코미디 장르에서는 아이러니함을 유발하는 미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옛날 웃찾사 코너의 "희안하네?" 를 보면서 저정도로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어딨어? 라고 엄진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한테는 되려 그것이 웃기듯 말이다.
액션은 사실 요즘 롱테이크의 액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고
테이큰 류의 빠른 편집을 이용한 다소 유행지난 액션이지만
아직 한국영화 내에서는 이것이 유효하고(사실 이런 액션의 표현은 이제 정점에 올라선듯)
전체적으로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꽤나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또 한가지 캐릭터를 이야기 하자면 비행기 안의 인간 군상들을 하나하나 코믹하게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물론 스테레오 타입인데, 코미디 장르에서는 그 스테레오 타입을 더 과장해서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본영화는 이또한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대표적으로 권위의식에 쩌든 국회의원이나, 며느리에게 원정출산을 강요하는 천박한 부자 아줌마 등)
특히, 박성웅 같은 경우 코미디 배우로서 훌륭하게 변신한 듯하다.
사실 신세계 에서의 뒷골목 보스의 포스를 지금껏 영화에서 벗어난적이 없고, 되려 예능에서는 무서운 모습과는 반대되는 옆집 형님같은 친숙함에서 오는 괴리감을 이용하여 많은 인기를 누렸었는데
감독은 영리하게도 그런 아이러니함에서 오는 유머감을 잘 캐치하여 박성웅이란 배우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듯 하다.
그리고 씬스틸러로서 아주 코믹 연기를 제옷처럼 소화한 배정남에게도 칭찬을 하고 싶다.
(+ 김남길도 ㅎㅎㅎ)
좋은 점만 써놨지만,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닌데
표면적으로 하이재킹 액션 무비인만큼 강력한 빌런이 기대할법 한데, 그런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다라는 점이 아쉬운 정도
그리고 이것이 팝콘 무비라는 점, 시간 죽이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영화지만 굳이 영화관가서 볼 영화는 아닌 듯 하다.
가족끼리 혹은 친구, 애인끼리 즐기는 데이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