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반말로 쓰겠습니다.
※ 그냥 제가 어릴때 봤던 게임들 일기같은 얘기입니다.
※ 연초가 되니 심심해서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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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흰색이었을 약간 누리끼리한 색깔로 변색된 기계는
친척형 말로는 286이라는 게임기라고 했다.
당시 그 형이 이걸 어떤 경위로 해서 사고 입수하게 됐는지는 지금와서는 알 수 없다.
분명 그 형도 당시 중학생 정도였을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에 와서야 PC라는거야 당연히 알지만
나한테 분명 게임기라고 소개해줬으니.. 그 형도 잘 몰랐던게 아닐까
이걸 어떻게 세팅하고 어떻게 게임이 구동되게 했는지에 대한 과정은 지금도
궁금증으로 남지만 어쨌든
새로운 게임에 많이 굶주려있던 나의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는게 분명 형도 재밌던건지
이 게임기에 있는 게임들을 보여주겠다고 하며 익숙한 손놈림으로 키보드를 움직여서
뭔가의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아마도 이게 내가 최초로 봤던 PC게임
뭔가 투박한 화면에 테트리스같은 구조로 생긴 게임
몇판 해보니 게임은 간단, 어린 나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근데
재미가 없다. 감동도 뭐도 없고.
재미없는데 그 어린 마음에도 눈치가 보였는지 날 놀래켜주려고 이 게임을 보여준
친척형한테 미안해서 적당히 재밌는 척을 했는데 그 형도 그게 보였나본지
황급히 다른 게임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이미 저 한방에 게임에 대한 흥미는 다 사라졌지만 굳이 보여준다니까 한번 틀어보라고(왜인지 건방짐)
해서 열심히 게임 경로 이동해서 실행시켜준 게임이 있었다.
게임 시작하자마자 느닷없이 쾅 하는 쇠창살 부딫히는 소리가 나면서 잠옷(같은걸) 입은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노래도 없고 화면도 딱히 화려하지도 않은데, 이 게임에는 대단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움직임이 엄청나게 부드러운 것. 당시 도트게임에서 이정도로 부드럽기는 쉽지가 않았다.
움직임의 프레임만으로 본다면 지금까지도 별로 없지 않을까
달리면서 방향을 틀 때의 움직임은 지금봐도 경이롭다.
집에 가진 패미컴 합팩 게임중에 그나마 이것과 견줄만한 움직임은 카라테카 정도였을까
당시에는 카라테카와 이 게임의 연관성을 전혀 알아보진 못했고,
같은 어느 한 천재가 만든 게임이란걸 안건 한참 뒤였다.
사실적인 묘사.. 무거운 분위기 등등..
이 잠옷맨이 1스테이지부터 고공낙하해서 가시에 찔려 죽는 장면은 어린 나에겐 큰
트라우마 장면 중 하나였다.
1스테이지의 구성은 이 게임의 모든 기본적인 액션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점프, 매달리기, 걷기, 달리기, 달리기 점프, 아이템 획득, 전투방법, 트랩 회피 등
앞으로의 진행에 필요한 액션은 기본적으로 1스테이지에서 전부 가능하다.
다만 이 게임은 어린아이에겐 너무나도 가혹하고 어려운 게임이었던 것이다.
이때의 게임들은 요즘처럼 모든걸 게임내에서 텍스트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1스테이지는 커녕 칼을 획득하는것조차 못하겠고 어디로 어떤순서로 진행해야될지도 모르겠고
그렇지만 이 게임은 아까 했던 더럽게 재미없던 헥사와는 달랐다.
그야말로 빠져들었다, 아니 빨려들어갔다는게 맞을까
격이 다른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이날은 결국 1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수 없었고, 훗날 클리어 후 알았으나
이 페르시아의 왕자는 1스테이지 클리어 후 패스워드 입력방식으로 물약을 먹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수 있는 판이었다. 패스워드 표를 가지고 있어야 그 규칙을 보고
다음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데, 단 한번 아무런 힌트도 없이 운빨로 2스테이지로 넘어간 적이
있어서 엄청나게 놀랐던 적이 있다. 1스테이지가 끝인줄 알았는데.
게임에 몰두해서 몇십분동안 붙들고 있는데 또 보여줄 게임이 있다는 친척형
내 반응에 충분히 만족했는지 같은 반응을 또 보고 싶었던 걸까
조금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이것만큼 대단한 게임이 또 있는건가 하는 기대감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로운 게임을 실행시켰다.
내 인생 최초의 시뮬레이션 게임